6시 30분까지 숙면했다. 혼자 아침 산책을 나선다. 여행을 오면 거의 버릇처럼 아침에 숙소 주변을 산책한다.
최고의 5성급 리조트를 지향하는 쉐리단 리조트(Sheridan Beach Resort&Spa)는 총 96개의 객실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적인 객실의 분위기가 브라운 톤으로 꾸며져 여행객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느낌을 느끼게 한다. 1층 숙소에서 베란다쪽 문을 열면 곧바로 수영장과 연결되고, 매우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영장에서는 아무런 방해 없이 한가로운 수영이 가능하다. 또한 사방 비치(Sabang Beach)와 접하고 있어 해변에서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느닷없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리조트 곳곳에 우산이 비치되어 있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던 비가 또 갑자기 그친다.
그림처럼 방카가 몇 척 떠 있다. 방카는 폭이 좁고 통나무 날개가 배 양편에 달려 있는 필리핀 전통 배를 일컫는다.
아침 식사. 이곳에서 제공되는 삼시세끼는 모두 유기농 야채와 최고의 쉐프(Chief)가 요리하는 리조트식으로 먹고 있으면 몸이 건강해 지는 기분이다.
아침식사를 마치자 가이드가 찾아온다. 오늘 오전 일정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투어다.
일정에 하루 더 여유가 있다면 엘리도 투어를 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엘리도는 직항이 생기면 팔라완에 다시 와야하는 이유다.
△해변 마사지샆(아침 7시부터 밤11시까지 운영한다)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민박)
팔라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Puerto Princesa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 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신 7대 불가사의 재단(New7Wonders)'이 한국의 제주도와 함께 선정한 '세계 7대 자연경관'이기도 하다.
△일정을 설명하는 가이드 최재선.
△오른쪽은 현지인 가이드. 이곳에서는 현지인만이 가이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현지 법규정상 지하강 전문 영어가이드 안내만 가능하여 사방비치 선착장까지만 한국인 가이드가 안내하고, 선착장에서부터는 현지인 가이드가 인솔한다.
지하강에 가려면 사방 비치(Sabang Beach)에서 방카를 타야 한다. 방카를 오르자 구명조끼를 나누어 준다. 방카는 넘실넘실 푸른 물결을 가르며 바닷길을 달린다. 지하강으로 가는 바닷길은 짧다. 20분쯤 지나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에 닿는다.
방카에서 내려 나무데크 길을 따라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원숭이와 이구아나들이 기어 다니는 숲이다. 얼마 안 가 선착장이 나온다. 나누어주는 헬멧을 쓰고 노를 젓는 작은 패들보트에 올라탄다.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다양한 언어 중 한국어도 있어서 반갑다. 생생한 설명과 함께 지하강을 누비니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우리가 탄 패들보트가 천천히 지하강의 입구를 향해 움직인다. 지속적인 보호를 위해 하루에 약 1200명의 인원만이 이곳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지하강은 2000만 년 전에 생긴 석회암 동굴이다. 세인트폴(1028m)산의 지하로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용식 동굴로 물길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데, 총 길이 8.2km 중 관광객이 패들보트를 타고 투어를 할 수 있는 구간은 약 1.5km 정도라고 한다.
마침내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비경은 대부분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가이드의 랜턴 불빛이 원시의 암흑세상을 비춘다. 천장에 붙어있는 수천 마리의 박쥐 배설물이나 석회암 물방울이 얼굴에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며 랜턴 불빛이 가리키는 곳을 보기 위해, 바쁘게 고개를 좌우 위아래 돌린다.
짙은 회색빛 대리석 틈으로 흘러내린 기묘한 형상의 종유석과 석순들, 사자바위, 거북바위, 낙타바위 등등 억겁의 세월을 견뎌낸 자연의 예술작품 앞에서 관광객들은 그저 감탄사를 쏟아낼 뿐 할 말을 잊게 한다.
이 동굴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도 자연의 모습을 훼손 없이 지키려는 노력으로, 동굴에 사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빛이나 소리를 최소한으로 차단한다. 그 덕분에 동굴 내부를 훤히 볼 수 없지만, 고요한 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나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갖가지 모양의 종유석이나 암석 등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어서 살아 있는 생물 같다. 이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손을 댈 수 없다.
동굴 안은 박쥐로 가득하다. 머리 위로 수시로 떨어지는 것은 이들의 배설물이나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이다. 박쥐 뿐 아니라 스르륵 지나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굴 동물들도 수시로 보인다. 오디오 가이드에 따르면, 이 어두운 지하강에는 아예 시력도 없이 태어난 동물들도 있다고 한다.
동굴을 나와 다시 방카를 타고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와 생과일주스 상점에서 시원한 망고주스로 갈증을 달랜다. M사이즈 = 50페소.
이후 일정은 자유시간이다. 가이드는 시내 숙소로 돌아가고 우리 가족은 점심식사를 위해 리조트 식당으로 향한다. 생선까스 정식 2인분과 치킨 정식 2인분을 주문한다. 맛있는 스프와 샐러드, 메인요리가 차례로 나온다. 마지막은 과일 디저트가 제공된다.
이곳은 아직까지 한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고 대부분 유럽인들과 대만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유럽사람들은 우리보다 늦게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리조트 수영장을 거의 독차지하다 시피하고 물놀이를 즐긴다.
△스파 시설도 있는데 물은 미지근하다.
△수영장 BAR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그늘에 설치된 해먹에 누우면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몸을 흔든다. 일상에서 가져온 번뇌를 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요즘 말로 '멍' 때리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수영이 지겨울 즈음 리조트 앞 사방비치 해변에서 카약과 서핑보드 등 무료로 무동력 해양스포츠를 즐긴다. 서핑보드 파도타기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와 결혼 30주년 기념케이크를 자르고 망고과 람부탄 등 열대과일과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필리핀을 가장 많이 찾는 관광객은 한국인이다. 지난해만 134만명이 방문했다. 필리핀 여행객 4명 중 1명이 한국인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거의 정해져 있다. 보라카이, 세부, 마닐라… 필리핀의 대표적 관광지들이다. 유명해진 만큼 매력을 잃어가는 곳들이다.
필리핀에는 숨은 경관들이 아직도 많다. '마지막 비경'이라고 알려진 "팔라완"도 그중의 하나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진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유명 관광지에 물린 여행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다.
샤워 후에 필리핀 전통 마사지를 받으러 리조트내 마사지 샆으로 향한다. 마사지 학교를 졸업한 전문 마사지사들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30분 정도 어깨와 등 마사지를 받고나면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여행 상품에 30분 무료로 포함. 팁으로 1인당 50페소.
마사지 후 저녁식사 메뉴는 소고기 덮밥 정식. 여행을 오면 아내는 반찬 걱정, 설거지 걱정 없다며 행복해한다. 후식은 과일대신 정말 맛있는 조각케이크가 제공되었다.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피곤한지 모두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성, 권혁정 선생님 정년퇴임식 (0) | 2016.08.27 |
---|---|
여름휴가-필리핀 가족여행(8월 10일 : 수요일) (0) | 2016.08.11 |
여름휴가-필리핀 가족여행(8월 08일 : 월요일) (0) | 2016.08.11 |
여름휴가-필리핀 가족여행(8월 07일 : 일요일) (0) | 2016.08.11 |
여름휴가 : 필리핀 팔라완 미리보기 (0) | 201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