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알람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세상 모르는 깊은 숙면을 했다. 아침 식사전에 1km쯤 맨발로 백사장을 걸었다. 사방비치 모래해변의 한쪽에는 바다, 다른 한쪽엔 낭만적이고 소박한 분위기의 리조트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다.
해변을 벗어나 마을 안쪽 길로 들어가자 길거리는 온통 개판이다. 작은 야채가게에서 파는 망고를 1kg 샀다. 망고 3개 100페소(한화로 약 2600원). 필리핀 망고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망고로 뽑혔단다. 맛이 정말 끝내줬다.
필리핀의 대중적인 이동수단 중 하나인 트라이 시클은 오토바이 옆쪽에 바퀴를 하나 더 달고, 의자를 만들고 지붕을 씌운 일종의 사이드카로 우리나라의 개인택시 역할을 한다. 요금은 지프니 보다 비싸고 거리에 따라 다르며,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 옆이나 뒤에 보조좌석을 설치해 만든 것으로 필리핀의 대중적인 이동수단 중 하나다.
팔라완에선 사람들이 아직 돈이나 물질에 때가 덜 타 그런가 구걸하는 아이들도 없다.
마을 중간지점에 창살로 벽을 대신한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스페인은 1565년부터 1898년까지 333년간 필리핀을 지배하며, 가톨릭 전파에 주력했다. 당시 식민지통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 교회였다. 가톨릭 신부들은 영적 지도자이며 동시에 법 시행자들이었다. 세금징수, 지방선거관리, 출생, 결혼, 사망신고 등 모든 법적 관리를 맡아 했다.
현재 1억 명이 넘는 필리핀 인구 중에 83%가 천주교인이다. 개신교는 미국식민지 시절에 전파되어 현재 신도가 9%. 이슬람교도는 5%이다. 남북으로 약 400km 길게 뻗은 팔라완은 중앙쯤에 위치한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이 섬이 발견될 당시 태어난 스페인의 공주 이름에서 유래)를 기점으로 북쪽 지역은 기독교, 남쪽은 무슬림 지역이다.
7시 아침식사를 마치고 8시 체크아웃을 한다. 혼다베이 호핑투어를 위해 서두른다.
△가이드가 체크아웃하는 시간에 가족 기념사진
혼다베이 (Honda Bay)는 푸에르토프린세사 타운에서 북쪽으로 약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숙소인 쉐리단리조트에서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혼다'란 이름만 보면 얼핏 일본식 지명일 것 같지만 실은 스페인어 지명이다. 스페인식으로는 '온두'라고 읽는다는데 미국식으로 발음하면서 ‘혼다’로 바뀌었다고 했다. 스페인어로 ‘온두’란 "깊은 바다와 평안한 항구"를 뜻한단다.
필리핀은 7천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나라로 아주 멋진 해안가는 물론 직접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서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혼다베이는 스노클링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이곳은 순번대로 미리 배가 정해지기 때문에 배사공의 호객행위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것이 없는 것이 특징이란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난파선
△현지 주민들의 선상생활 모습
△호핑투어 티켓판매소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진 팜바토 암초(Pambato Reef)까지는 방카를 타고 바닷바람을 가르며 약 2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혼다만에는 모두 13개의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다.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맹글로브 숲지대와 설탕 같은 백사장과 울긋불긋한 열대어를 품고 있는 곳이다.
혼다베이에서 첫 번째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진 팜바토 암초(Pambato Reef)는 바다위에 떠 있는 인공 섬으로, 이곳은 바다 속에 암초가 형성되어 있어 물고기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 모습의 지붕이 눈길을 끈다.
△팜바토 암초(Pambato Reef) 스노클링
루리(LULI) 아일랜드는 물속에 잠겼다 나타나 '샌드바 섬'이라고도 부른다.
마지막으로 카우리 아일랜드는 혼다베이의 하이라이트로 꼽힐 정도로 수려한 자연경관이 나그네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곳 역시 제트 스키, 바나나 보트, 스노쿨링 등 간단한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으며, 뷔페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서 팔라완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르는 섬이다. 입장료를 내야 섬에 닿을 수 있다.
카우리 섬에 도착했을 때 생각나는 단어는 파라다이스. 한국은 연일 35도가 넘은 타는 듯한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곳은 잔잔한 파도와 태양은 구름에 가려 휴식하기 적당한 온도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했다.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고 있다.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코다지(원두막) 사용료 250페소.
△코코넛 2개 100페소.
점식식사는 뷔페식. 메뉴는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들로 차려졌다. 볶음밥인 자바 라이스(java rice), 잡채와 흡사한 판싯 비혼(pancit nihon), 오크라와 채소를 고추 볶음처럼 볶은 지사동 오크라(gisadong okra), 가지 요리인 엔사라당 타롱(ensaladang talong), 닭볶음탕과 비슷한 맛을 내는 치킨 메누도(menudo), 생선을 달달한 소스에 구운 피쉬 스테이크, 새우 튀김 요리 등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우리섬을 떠나 혼다베이 선착장으로 향한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푸에르토 프린세사공항으로 이동한다. 스콜이 쏟아진다. 도중에 고(GO)호텔 앞에서 현지인 가이드와 작별하고, 공항에 도착해서는 한국인 가이드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
역시 항공권이 없는 가이드는 공항에 들어갈 수 없다. 검색대를 지나 세부퍼시픽 항공 데스크에서 티켓팅을 하고 공항세(1인 200페소)를 납부한 후 탑승 대기실로 이동한다. 또 지루한 기다림이다. 예정 시간(오후 5시)보다 2시간 30분 정도 지연되어 7시 30분 탑승한다.
소나 개가 들락거릴 정도로 낙후된 공항이 있다. 담도 없이 활주로는 국도변과 이웃하고 있다. 대합실은 우리나라 중소도시의 버스터미널보다 낫다할 수 없다. 야트막한 단층 콘크리트 건물에 노면 곳곳이 패인 좁은 활주로 하나. 비행기가 착륙후 회전할 공간도 없어 활주로에서 아슬아슬하게 계류장으로 유턴해 가야 한다.
이곳이 최근 필리핀 관광지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팔라완섬의 프에르토프린세사의 공항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 팔라완.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우리나라의 제주도처럼 필리핀 사람들이 일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섬이다.
주로 유럽 사람이 많이 찾고 일본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관광객이 130만명 찾았다. 1년만에 30%가 증가했다. 우리나라 관광객에게는 세부나 보라카이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이 섬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0년 이곳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되면서 부터다.
필리핀 공항은 세계 최악의 공항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국제공항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재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은 안전등급 2급공항이다. 관제탑 높이도 16미터에 불과하고 관제 장비도 낡았다. 계기 비행 시설이 없어 조종사들이 시계비행에 의존하고 있다.
활주로도 짧아 보통 700미터 정도 설치되는 어프로치 라이트도 부족한 상태다. 항공편 결항도 잦다. 마닐라에서 들어오려던 관광객들이 하루나 이틀 호텔에 묶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리핀 정부는 공항 신축이 필요했다. 원조 자금를 대줄 나라, 빠른 시간안에 공항을 완성해 줄 나라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 공항이 경제성이 충분하고 필리핀 지역주민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공항 건설 노하우가 충분한 금호건설이 맡았다. 세계 1위 공항의 지위를 10년동안 지켜온 인천공항공사가 감리로 나섰다.
현재 공사기간 절반이 이상이 지났다. 공정은 60%, 순조로운 진행이다. 공항청사의 골조가 올라가고 활주로터가 닦아졌다.
내년 1월 공항이 완공되면 이 지역의 렌드마크가 될 것으로 공사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관제탑은 29m로 설계됐다. 팔라완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4층에 불과하기 때문에 7층 높이인 공항 관제탑은 인공 구조물중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뉴스에서->
필리핀 국내선을 이용하는 여행은 우기에는 가급적 피하게 좋다. 팔라완 푸에르토푸린세사에는 우리나라 금호건설이 신공항을 건설 중이다. 팔라완은 내년 1월 공항이 완성되고 직항 노선이 생기면 꼭 다시 오고픈 곳이다.
밤 8시 50분. 1시간 20분간의 비행 끝에 마닐라 공항 터미널3에 도착한다. 마닐라는 이틀동안 폭우가 쏟아져 학교가 휴교하고 항공기가 지연 또는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와 만나 한국 식당 "칸"으로 이동한다. 저녁 메뉴는 소고기 샤브샤브, 무한리필이다. 마늘 볶음밥 맛이 일품이다.
필리핀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8대 가량이 일본 제품이고,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차가 동남아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조기 진출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1960년대부터 동남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 판매망을 구축했다. 1962년부터 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는 1964년과 1970년엔 태국과 인도네시아, 1980년대엔 말레이시아에 각각 현지 공장을 세웠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자동차 관련 부품공장이 집적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부품의 원활한 공급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구조를 갖춘 것이다.
동남아 시장은 30%가량 커졌고,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일본차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마이카' 바람이 불기 시작한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수십 년간 친숙해진 일본 브랜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귀국하는 필리핀 항공을 타기 위해 공항 터미널2로 이동하면서 필리핀 최대의 쇼핑몰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에 잠깐 들린다. SM몰 오브 아시아는 일명 '메가 몰'이라 불리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약 6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으며 식당만 150여개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3번째로 큰 대형 쇼핑몰이라 한다. 밤 10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
귀국 항공기는 필리핀항공으로 터미널2에서 탑승한다. 밤 늦은 시간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공항은 한적하다. 필리핀항공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권하고 짐을 부치고 출국장으로 이동하여 출국수속을 한 다음, 면세점에 들려 선물과 기념품 등을 구입하고 탑승구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새벽 1시. 국내선과 달리 국제선은 정확한 시간에 출발한다. 좌석이 뒤편인데 빈 좌석이 많다. 3좌석을 차지하고 몸을 눕힌다. 2시간 정도 지나 기내식이 제공되고 2시간을 더 비행한 후에 오전 6시(시차+1시간) 인천공항에 안착한다.
3년 만에 온 가족이 모두 함께 한 이번 여름 휴가 해외여행은 패키지 여행임에도 다른 일행없이 우리 가족들만의 여행이었고, 우여 곡절도 많았다. 여행사 직원의 실수로 필리핀 국내선을 놓치는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일도 있었지만 덕분에 5성급 마닐라호텔에서 잘 수 있는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국내선 탑승임에도 공항에 티켓팅 2시간 전에 데려다 주고 거기에 탑승이 몇 시간씩 지연되는 바람에 좁은 대기실에서 지루한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했기에 마음은 편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쉐리단리조트는 생각보다 위치와 시설 그리고 직원들의 친절 등이 감동을 주었고, 덕분에 이틀동안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아들의 추천으로 쫓기는 바쁜 일정에도 마지막 호핑투어를 고집하여 처음으로 스노쿨링도 경험할 수 있었고 파라다이스 카우리섬에서 보낸 짧은시간은 진한 여운을 남기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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