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월 15일(화)-2월 16일(수)
이동경로 : 샹그리라(香格里拉)-쌍청(鄕城)-따오청(稻城)
2월 15일(화)-3일차 : 샹그리라(중텐 中甸)-샹청(香城)-따오청(稻城 해발 3,740m)
7시 눈을 뜬다. 커튼을 젖히자 아직 거리는 어둠에 잠겨 있고 고요하다. 한국에서는 출근전쟁을 치를 시간인데 지나가는 차량도 행인도 없다. 7시30분 로비에 모여 아침식사를 위해 숙소 밖 식당을 찾아 나선다. 아침 메뉴는 쌀죽과 만두 그리고 삶은 계란이다.
8시 20분 따오청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절한 전세버스에 오른다. 중덴(中甸 샹그리라) -쌍청(鄕城)구간은 아침 7시에 하루 1번 정기노선 버스가 운행되지만 쌍청-따오청 구간은 겨울철 정기노선 버스 운행을 하지 않아 전세버스를 대절한 것이다. 예상 소요시간은 약 13시간 정도지만 중도에 트럭이 고장 나서 안 서 있으면 더 빨리 들어갈 수 있다.
버스는 계곡을 거슬러, 그리고 산을 돌아돌아 올라간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산 속 일 뿐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도 실감하게 된다.
해발4200미터의 소설산 고개에 오르자 멀리 눈앞에 대설산의 멋진 풍광이 나타난다. 설산을 바라보며 멀미가 날 정도의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서 내려와 옹세라는 작은 마을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이곳은 세계 10대 오지중의 하나로 운남성에서도 매우 오지에 속한다. 지나가는 행인이 부탁하면 버스를 태워주는 인심이 훈훈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너무 다른 모습의 티베트지만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주변에 보이는 거라고는 높이 올라온 고봉이 전부인 이곳. 타르초만 바람에 나부낄뿐 사람은 물론 건물조차 찾아볼 수 없다.
12시. 비포장도로로 접어든다. 낭떠러지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긴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낭떠러지 아래로 마을이 보인다. 중덴(中甸)에서 따오청(稻城)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쩌면 없는 길 일는지 모른다. 이는 차마고도에도 나와 있지 않으며, 계곡을 따르는 길도 아니다. 중간에 샹청(香城)과 상투이라는 마을과 아주 조그마한 동내가 가뭄에 콩 나듯 보이긴 하지만 없는 길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옳을 듯하다.
산기슭 아래 녹색 마을이 살고, 하얀 티베트집이 조용히 숨어 있다. 산을 올려다보면 황망한 체, 삭막하지만 산마루에는 하얀 눈이 솜이불처럼 내려와 있고, 파란 하늘이 짙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때를 묻지 않은 채 살아갈 듯하다.
친지 잔칫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노인과 도회지로 돈 벌러 가는 시골 청년들을 동승시키고 버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15시. 쌍청온천마을에서 비포장은 끝이 난다. 40분 정도 더 진행하여 쌍청(香城)을 지난다. 샹쳉 사람들은 지명 앞에 '샴발라'를 붙여 샴발라(香巴拉)샹쳉이라 부른다. 티베트 경전에 샴발라는 병에 걸리지도, 굶주리지도 않으며 결코 싸우는 법이 없이 영생한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난 버스는 다시 지그재그로 고개를, 숨에 겨운 듯 벅차게 올라간다. 해발 4500미터 고개를 넘는다. 내리막길은 절벽이 어질하다. 날씨가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린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행. 하지만 가슴 한쪽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이 가득하다.
18시. 쿠르케산(해발 4708미터) 정상에서 잠깐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멈춘다. 야크때와 푸른 초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 초원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면, 상투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황망한 들판에 돌로 만든 집들이 성(城)처럼 서 있다. 바람은 성을 부셔버릴 듯이 불어온다. 길은 넓은 야크 목초지 중앙을 가로 지른다.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야크 똥을 담장처럼 쌓아 놓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염소 떼가 지나가고 가끔 야크 떼가 길을 막는다. 吉乙村 길을촌이라는 한글 표기가 반갑다.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는 협곡은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까마득하게 보인다.
작은 마을의 구석구석에서 그들의 간절함을 만난다. 곳곳에 세워진 하얀 초르텐(백탑)과 경문을 새긴 오색의 타르쵸가 푸른 하늘 아래서 더 누부시게 빛나고 펄럭거린다. 오색의 타르쵸가 바람에 휘날리면 경전은 풍력을 타고 세상을 떠돈다고 믿는다.
19시. 고원평지에 자리 잡은 제법 큰 도시 따오청(稻城)에 도착한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3750m. 샹청에서 이곳까지 110km의 산길을 달려온 것이다 야딩의 관문이라는 따오청은 깊고 깊은 협곡 속에 자리한 여느 장족 도시들과는 달리 무척이나 정갈하고 깨끗한 느낌의 도시다.
숙소는 장족이 경영하는 유스호텔로 난방은 물론 화장실 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용변을 보고 밖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다 뒤처리를 한다.
설 명절 연휴 끝 무렵이고 겨울철 비수기여서 관광객이 거의 없다. 다행히 문을 연 작은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정전이다. 촛불을 켜고 양치질을 한다. 다행히 불이 들어와 침대에 깔린 전기장판을 켜고 침낭 속에 몸을 누인다.
높은 산이라야 해발 2,000m도 채 안 되는 '맨땅' 한반도에서 반평생 살아온 사람들은 당연히 고산병에 약할 수밖에 없는 노릇. 고산병 증상은 대체로 뇌에 산소가 부족해 생긴다. 두통이 오거나 최면이라도 걸린 듯 졸음폭풍이 쏟아지는 게 대표적인 증상. 최대한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기분 나쁠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 두통약을 복용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뒤척거린다. 밤이 길다. 나이 50이 넘어 비싼 돈 내고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회의가 밀려온다.
2월 16일(수)-4일차 : 따오청-야딩
6시 눈을 뜬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죽인다. 옆 방에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곳은 8시 30분이 넘어야 식당과 상점들이 문을 연다고 한다. 역시 쌀죽과 만두로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을 한다.
방목 돼지들도 앞을 막아선다.
시장은 10시 정각에 문을 연다고 한다. 중국은 모든 물건을 저울에 달아서 무게(500그램 1근)로 판매한다. 한라봉 4원, 볶음땅콩 7원, 돼지고기 14원, 바나나는 6원 비싼 편이다.
숙소 마당 양지 바른 곳에 모여 담소를 나누며 차량을 기다린다. 중국여행은 만만디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짜증으로 여행을 망칠 수 있다.
따오청에서 야딩 입구까지는 이제 2시간 남짓만 달리면 도착한다.
11시가 넘어서 야딩을 향해 출발한다.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해발 4513미터 보와산(波瓦山)정상에 도착한다. 하늘이거나 땅, 파랗거나 갈색, 그 외에는 아무 색깔도 없다.
잠시 차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버스는 4,000m 초원길을 달려, 꽁링쓰(貢岺寺)를 지나 르와-샹그릴라(香格里拉)에 닿는다. 식당에서 1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먹는 국수는 너무 짜다.
산에 걸린 하얀 구름들. 하늘 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해발 4513미터 파와산 정상에서 잠시 정차하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야딩 샹그릴라를 향해 내려간다.
르와마을에 있는 야딩풍경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버스로 약 1시간을 더 달려 큰 산 하나를 넘어야 야딩촌에 도착할 수 있다.
오후 3시간 넘어 야딩촌에 도착한다. 순백의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성스러운 3개의 설산과 호수 그리고 태곳적 풍경을 간직한 야딩은 '신선이 사는 땅' '최후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곳이다.
1928년 영국탐험가인 루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는 이곳은 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인데 처음 발견할 당시는 사람이 접근한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지역이었을 것으로 상상된다. 지금도 스촨성 청두에서부터 버스로 쉬지 않고 달려도 꼬박 3일은 걸리는 곳이다. 이곳을 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족 민박집에 여장을 푼다. 해발 4000미터에 자리 잡은 장족 민박집은 1층은 마굿간 2층은 거실 3층은 침실로 되어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서자 숨이 가쁘다. 방에 여장을 풀고 2층 거실로 내려와 주인아주머니가 내놓은 수유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이집은 4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아이가 감기가 걸려 누워있다. 열이 높다. 아스피린 2알을 먹였는데 다음날 아침 멀쩡한 모습으로 뛰논다.
장족들은 2층 거실을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생각한다. 벽난로가 있고 벽면 모두는 그릇으로 장식되어 있다.
최근에 관광지로 개발 붐을 타고 있는 이곳 야딩촌은 주택건설이 한창이다.
눈보라가 그치고 구름이 벗겨 지면서 양메이용과 선내일산이 속살을 드러낸다.
벽난로 옆은 그 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사람의 자리라고 한다. 볶음땅콩과 해바라기씨를 까 먹으로 담소를 나눈다. 저녁식사는 제이가 김치찌개를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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