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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봄 마중 떠난 여행, 여수 금오도

 

일시 : 2010년 2월 20일(일)

 

대전에서도 여수는 멀다. 아침 6시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여수항까지 가는데 족히 3시간 30분이 걸린다.

 

 

9시 40분 금오도로 출항하는 한려페리호(화신해운 ☎ 061-665-0011)에 승선한다. 곧바로 배는 미끄러지듯이 바다로 나간다. 선실에 배낭을 던져두고 갑판위로 올라간다. 여수 여객선터미널이 점점 멀어지고 여수항의 전경이 펼쳐진다. 산비탈 교회당의 모습이 포근하게 비치는 햇빛에 더욱 붉다.

 

 

 

 

 

 

 

벌써 이곳은 바람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개도를 거쳐 금오도 함구미항까지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배는 교통수단이면서 그 자체가 여행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고,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선실과 갑판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간식을 먹다보면 지루하지 않게 개도에 도착한다. 한자로는 덮을 개(蓋)자를 쓰지만 원래는 섬이 개의 귀처럼 생겨서 '개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포근하고 안락한 섬 금오도


자라를 닮은 섬 금오도(金鰲島). 어느 시인은 이 섬을 "금빛자라 금오도"라고 예찬했다. 여수 앞 바다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이 섬은 몇 해 전부터 섬 산행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서쪽에 솟아 있는 최고봉 대부산(382m)과 동쪽의 옥녀봉(261m)을 있는 등산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남면 금오도의 주변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보면서 산행하는 독특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위해 전국의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 섬이다. 빨간 동백꽃이 매혹적이고, 바다와 기암괴석 그리고 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나그네를 유혹한다.


개도에서 금오도 함구미항까지는 금방이다. 함구미는 면사무소가 있는 우학 마을에서 북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이다. 해안변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아홉 골짜기의 절경을 이뤄 이를 상징 함구미(含九味)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트레킹코스 : 용두-양지포-두포-(개인용달)-남면나무소-우학리-우실해안-안도대교-안도


 

 

 

 

함구미 노인회관 왼쪽으로 용두 가는 길이 열려있다. 마을 서쪽에 대대산(大代山) 줄기 끝 부분이 용(龍)의 머리와 같이 생겼다 하여 용두(龍頭)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예전 집터에는 담쟁이넝쿨이 돌담을 휘감고 있다. 산자락에 을씨년스럽게 흉가처럼 남아있는 빈집들, 저기에 살던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고 어디로 떠나야만 했을까. 빈집만 남겨놓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사연들이 잠시 궁금해진다.


 

 

★★

 

옛 마을터를 벗어나 예전에 뙈기밭이었을 억새밭을 지나 해안으로 내려서니 길이 뚜렷하다. 지금은 폐허가 된 집터 여기저기에 고목이 된 유자나무만 멀쑥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인 없는 나무에 매달려 탐스럽게 익은 유자들은 아직도 빛깔이 곱다.

 

 

 

 

용머리에는 하얀 등대가 서 있고 무인 초소가 여러 곳 있다.

 

 

 

 

용머리 등대를 둘러보고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온다. 함구미 등산로 입구엔 수많은 표지리본과 더불어 자세한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대부산 등산로 입구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오르면 조용한 함구미 마을과 만난다. 함구미쪽을 바라보니 아담한 어촌은 참으로 평온하고 그림 같이 아름답다.

 

 

 

 

해안은 대부분이 깎아지를 듯 한 낭떠러지를 이루어 오랜 풍화작용으로 기암절벽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섬주위에 흩어져 있고 그 모습들이 천태만상의 변화가 무쌍해 신들이 노는 곳이라 불리어진다. 혈의 누를 촬영한 곳이라고 한다. 숨겨진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구불구불한 돌담 골목길이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마을을 지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언덕에 오른다. 포장도로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데 마을 주민에게 물으니 용두(용머리)가는 길이라고 한다.


마을 언덕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죽은 커다란 소나무가 보이는데 그것을 목표로 진행한다. 소나무 왼쪽으로 갈대밭을 지나면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옛날 사람들이 다니던 올레길이다. 대부산 산허리를 돌며 아기자기한 길은 두포마을까지 계속된다. 두포 마을로 가는 길은 원시상태의 식생대를 보존하려고 해안도로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울창한 숲속 오솔길을 걷다보면 여기가 섬인가 싶다가도 나무사이로 보이는 망망대해가 섬이라는 게 실감나게 한다.

 

 

함구미 마을 뒷산에 약 6천평이 되는 널따란 평지가 있는데 높은 산봉우리 바로 밑에 있는 이곳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절터라고 부른다. 구전되어 오는 얘기로는 옛날 어떤 도사가 이곳에서 지팡이를 한 번 두들겨 절터를 만들어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다.


하루는 상좌아이가 부처님에게 공양을 드리기 위해 쌀을 씻던 중 그만 잘못하여 수십길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어 도사가 이곳을 떠나면서 지팡이를 쳐 산봉우리를 무너지게 해 절의 흔적을 없애 버렸다고 한다.

 

 

함구미에서 두포에 이르는 산 전체를 대부산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숲이 울창하고 사슴들이 떼 지어 살아 조선 고종 때 명성황후는 이 섬을 사슴목장으로 지정하여 민간인 출입과 벌채를 금하고 황장봉산으로 삼았다. 그 후 1885년 봉산이 해제되면서 나라에서 민간에게 대부를 해준 산이라고 하여 대부산이 되었다고 한다. 숲길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  멋스러움을 한층 더해준다.

 

 

 

 

 

두포 마을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상을 차린다. 홍어회를 무치고 떡라면과 김치찌개를 끓이고 금세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다. 이 순간 세상 그 누가 그 무엇이 부러울까.

 

 

식사 후 서둘러 두포마을로 내려선다. 대부산 자락을 끼고 형성된 두포(초포)는 금오도 최초 정착지로 예전에는 첫개라 하였다. 포구에는 수령 200년이 넘는 해송 네 그루가 서 있고, 1985년에 세워진 금오도 개척 100주년 기념탑도 보인다.

 

 

 

 

 

 

마을 주민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안도로 갈 수 있는 차편을 부탁하자 개인용달을 불러 주신다. 차가 올 때까지 작은 구멍가게에서 맥주로 갈증을 달랜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안주로 내 놓은 돌김이 맛있다며 모두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개인용달 짐칸에 앉아 섬 관광을 하며 면소재지인 우학리 포구에서 우실 해안도로를 따라 안도로 달린다. 우실은 마을의 산세가 소가 누워있는 형국인데, 이 마을이 소의 집이라는 뜻에서 우실(牛室)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집들은 추녀 끝까지 높게 쌓아올린 돌담이 인상적이다.

 

 

 

여수시 남면 금오도와 안도간 연도교인 안도대교가 3일전에 공식 개통됐다. 국내 최장 경간 길이 200m로 가설된 복합엑스트라 도즈드교인 금오도~안도간 연도교 공사는 교량 길이 360m, 폭 12.5m로 지난 2005년 7월에 착공하여 약 37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고 한다.

 

  

조용한 가족 피서지 안도

 

안도는 섬의 형태가 기러기 모양과 같다하여 기러기 안(雁)자를 써서 안호라 불리다가 지금은 편안할 안(安)자를 사용해 안도라 불리운다. 안도마을은 하늘에서 보면 한반도 모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고지는 안도의 서쪽에 위치한 ‘곶’이라 하여 서고지라 하였는데, 가두리양식을 주로 하는 마을이다. 마을 앞 긴 방파제에서 굳이 낚시를 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연인들의 손을 잡고 걷어도 좋을 것 같다.


안도 옆에 연도가 있지만 배 시간에 쫓겨 연도를 다녀오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연도는 섬 모양이 솔개같이 생겼다 하여 ‘소리도’로 불러오다가 솔개연(鳶)자를 써서 연도라 불린다. 특히 옛날 네덜란드 상선의 보물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곳으로 세인들이 흥미를 갖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뭍으로 나가는 배는 송고선착장에서 떠난다. 개인 용달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송고선착장으로 이동한다. 마을 전체가 송림(松林)으로 우거져 푸른 숲을 이루며 항상 푸른 기상과 정기가 높이 치솟아 있음에 예로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풍자하여 "솔고지"라 부르다가 송고(松高)라 이름 지었다 한다.

 

 

 

 

1시간 30분 후 여수항에 도착하여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간단한 뒤풀이를 하고 버스에 오르자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렇게 좋은사람들과 보낸 행복한 하루는 추억 속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