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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울산 해안트레킹

여행일 : 2010년 1월 31일

코스 : 방어진항~슬도~대왕암공원~일산진마을(일산해수욕장)

 

엊그제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벌써 1월이 닫힌다. 오랜만에 보고 싶은 얼굴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담고 싶어 겨울여행 겸 해안트레킹을 떠나는 울산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떠남. 길이란 머무르지 않는 공간, 늘 궤적을 남기는 과거일뿐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내달린 버스는 경주휴게소에서 잠시 머무르고 울산요금소를 빠져나가 방어진항으로 향한다.


 

 

 

방어진(方魚津)

방어진이란 이름은 "방어"라는 등 푸른 생선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 진다. 세종 시절 집현전 학자이던 '신숙주'의 "해동제국기"에 삽입된 '염포지도'에서 "방어진목장"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최소한 조선 초기부터 불리던 이름인 듯하다.

 

지금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조선 산업의 모태인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소를 인근에 둔 산업 항구이면서 동해의 중요 수산어항으로 인구 약 3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바닷가의 큰 마을이지만 일제시대에는 어업전진기지로 사용되면서 청어, 정어리, 고래 등의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크게 번성하였던 포구다.


찰랑이는 바다위에 虛舟. 긴 목줄을 달고 쉬고 있는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集魚燈)은 꺼져 있고, 간간히 미간을 스치는 바람결이 부드럽다.


 

 

 

 

 

 

 

 

용왕사 곰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 중에 가장 오래된 나무는 울릉도에 있는 향나무로 2,000살이며 솔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000살로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진에 있는 이 곰솔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 소나무는 해안가에 많이 자라고 있는 해송(黑松, 곰솔)으로 키는7m에 가슴둘레는 4m 수관 폭은 13m라고 한다. 용이 하늘을 비천하며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용(龍)나무라고도 하며, 1994년에 지방 보호수인 당산목( 堂山木)으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의 전설은 천 년 전에 어린 솔나무가 하늘에서 떨어져 자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신령스런 솔나무 앞에는 용왕각(龍王閣)이라는 조그마한 누각이 있고 그 오른 편에는 토신(土神)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왼편 위쪽으로는 솔나무를 내려다보며 솔나무를 지키고 있는 용왕사(龍王寺)사라는 암자가 있다. 이 절은 일제시대에는 신사가 있던 자리로 징용을 끌려가는 사람들이 신사참배를 하던 곳이었으며 해방과 함께 신사를 허물고 지금의 절을 세웠다고 한다.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바닷가 어시장에 들렸다가 방파제로 여유로운 걸음을 옮긴다. 방파제 곳곳에 강태공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인적 드문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등대 뒤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방금 어시장에서 사온 낙지를 삶고 라면과 누룽지를 끓인다. 푸짐하다.

 

 

 

 

 

 

오던 길로 발걸음을 돌려 슬도로 향한다. 성끝마을을 지나자 슬도 등대가 가깝다. 눈부신 햇살이 퍼지며 바다는 은빛 물결이 눈부시다.


 

'성끝마을'은 일명 "꽃밭등"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울기등대 부근까지 조선시대에는 목장이었다 한다. 목장의 울타리를 마성 (馬城)이라 했으며, 그 끝 부분을 '성끝'이라 불렀고, 울기등대로 오르는 동남쪽 기슭을 "꽃밭등" 이라고  했다. 당시 이 일대는 말의 분뇨로 비옥해진 땅에서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만발하여 동부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된다. 그리하여 이것을 "마성방초(馬城芳草)" 라 하였으며 오늘날 '방어진 12경'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슬도(瑟島) 

동구 방어진항 끝 동진마을 쪽 바다에 위치한 슬도는 면적 3,273㎡의 퇴적사암으로 이뤄져 있으며, 섬 전체에 크고 작은 구멍이 나 있는 특이한 지형을 갖고 있다. 모래가 굳어진 바위에 조개류 등이 파고 들어가 살면서 생긴 구멍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크기가 다양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섬 이름도 구멍이 난 돌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거문고를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슬(瑟 거문고)도'라고 불린다.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해서 ‘시루섬’이라 불리던 것을 비슷한 한자를 따와 ‘슬도’가 됐다는 설도 있다. 90년대 말 방파제로 연결이 돼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슬도에는 무인등대인 슬도등대가 들어서 있고 대왕암공원의 송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국적인 풍광 때문에 사진촬영 등을 위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배미돌"을 지나면서 뒤돌아본다. 원래 이름은 방어진 동쪽 해안에 자리한 때문에 '동쪽의 바위'라는 뜻의 "샛돌"이었다. 그 이름이 세월이 흐르면서 "새"라는 발음이 "사"로 전이되고, 어느결엔가 "사"를 "뱀 사(蛇)"로 오인하게 되고 더 나아가 '뱀"을 뜻하는 지방 사투리인 '배미'로 변하면서 이 돌의 이름이 "배미돌"이 된 것이라 한다.

 

 

대왕암 공원 입구로 올라 서며 고동섬 옆을 지난다. 바닷가의 작은 바위섬 두개로 원래 이름은 "수리바우"였다 한다. '수리'라는 발음이 세월이 흐르며 "소라"로 변하고 소라의 사투리인 "고동"으로 변한 섬이라 한다. 좌측의 작은 고동섬은 "뱅어돔", 우측의 큰 고동섬은 "감성돔" 포인트로 바다 낚시꾼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대왕암(大王岩) 

'대왕암'하면 십중팔구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떠올린다.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서 굳건히 나라를 지키고 있다. '문무왕이 죽어서도 호국의 용이 돼 쉬지 않고 동해를 지킨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그런데 울산시 동구 일산동에도 대왕암이 있다. 울산에도 대왕암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구전에 의하면 경주 대왕암이 문무왕의 무덤이라면 울산 동구 대왕암은 부인과 관련이 있다.


문무왕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왕비가 역시 문무왕처럼 한 마리 커다란 동해 호국룡이 돼 하늘을 날다 이곳 바위에 묻혀 용신이 됐다고 해서 이곳을 '대왕바위' 또는 줄여서 '댕바위'로 부른다. 아울러 동해 용이 승천하다 떨어져 바위가 된 것이라 해서 '용추암', 바위에서 구름이 피어오르거나 고동이 기어오르면 비가 올 징조라 해 '금강암'으로도 불린다.

 

 

울산 대왕암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경주 문무대왕릉이 해수욕장 앞에 큰 바위만이 마주하고 있는 반면 울산 대왕암은 기암괴석들이 파도와 어우러져 독특한 바다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안산책로에는 자연친화적인 목재 계단형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어 울산12경의 하나인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바닷가 기암괴석과 선박이동 모습, 일산해수욕장 및 동구 시내조망 등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언덕 쪽에는 하얀 울기등대(등록문화재 제106호)가 서 있다. 1906년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불을 밝혔다는 등대다. 울기등대의 '울기'는 한자로 원래 '蔚岐'라고 썼다고 한다. 1906년 일본인들이 붙인 것인데 동해 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울산의 끝'으로 여긴 데서 비롯됐다. 이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2006년 울기의 한자 표기를 '蔚氣'로 바로잡았다. 울산의 새로운 기운을 염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대왕암 해안산책로는 대왕암 입구 포토존에서 일산해수욕장 방면 해안가를 따라 대왕암 희망봉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며,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있는 민섬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돼 있다. 특히 탕건암과 할매바위 그리고 용굴 등이 눈길을 끌며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대왕암공원 

오랫동안 대왕암공원을 지켜온 부부 소나무는 대왕암공원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바위 위에 있는 두 그루 소나무로 4∼5m 높이의 이 소나무는 거친 해풍에 맞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머리를 살짝 맞대는 모습이 오랜 세월 동해의 풍파를 이겨내면서 변함없는 금실을 자랑하는 부부 모습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사이에는 이 소나무에 사랑을 맹세하면 백년해로 한다는 말도 전해진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찾아 사랑을 약속하곤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대왕암 부근의 송림이다. 대왕암공원 입구부터 우거진 소나무 숲은 해안가까지 이어지며 자그마치 1만5000여 그루의 소나무에서 내뿜고 있는 맑은 산소를 들이 마시며 걷다보면 넓은 백사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일산(日山)은 방어진의 등대산과 어풍대 사이에 있는 만(灣)에 형성된 지역으로 동쪽을 향해 반달 모양으로 형성된 길이 약 600m의 아담한 일산해수욕장이다.  '일산'이라는 이름은 신라 때 유람 온 왕이 ‘일산(日傘)’을 펼쳐놓고 즐겼다는 데서 비롯돼 뒤에 일산(日山)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이 일대에 있는 어풍대·고늘개·민섬 등에 얽힌 지명의 유래나 전설을 볼 때 신라왕들이 즐겨 찾았던 명승지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암(女妓岩)은 일산 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는 바위섬으로 민섬, 혹은 미인섬으로도 불린다. 이 섬이 여기암이나 미인섬(美人島)으로 불리게 된 것은 신라 때 왕실에서 궁녀들을 거느리고 이곳에서 뱃놀이를 즐겼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횟집을 비롯하여 수타 달인의 자장면 등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구름이 많던 오전과 달리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