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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44. 비린내골과 생이바위골

산행일: 2009년 5월 31일(일)

산행지: 지리산


여행은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

뜻밖에 의도하지 않은 길을 가게 될 때

계획하지 않은 길에도 즐거움이 있음을 터득하게 해준다.


오랜만에 지리의 품에 안기기 위해 새벽 단잠을 떨치고 집을 나선다.


사람 사는 일이 변덕스런 날씨와 같아서 때로는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비가 오고 눈보라가 치는 날이 있게 마련이다. 항상 건강할 수 없고 병도 들고 다치기도 한다.


병사골에서 장군봉에 오르고 삼불봉과 관음봉, 연천봉을 거쳐 갑사로 내려서는 산행 코스는 가끔 혼자 즐기는 산행 길이다. 지난 스승의 날 홀로 산행을 하다가 관음봉 아래에서 오른쪽 발목이 접질려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이 있었다. 한 열흘 동안 한의원에서 침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긴 산행은 부담스럽다.


약속장소에서 오늘 산행 안내를 맡은 머털님과 악수를 나누고 곧이어 용아님의 차에 오른다.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달리다가 함양휴게소에서 정차하여 떡과 커피로 허기를 달래고 88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지리산요금소를 빠져나가 백무동방향으로 진행하다 실상사입구를 지나 영원사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넌다.


송알마을 지나 삼정(하정, 양정, 음정)마을로 들어선다. 양정교와 비린내 산장을 지나 지리산자연휴양림 공터에 주차하고 간단한 산행준비를 한다.


지리의 주능선상의 형제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보면 200여m의 거리를 두고 두개의 바위가 보이는데 지금은 형제바위라고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부자바위였다고 한다.

 


이번 산행은 올 여름 중국 스촨성의 따구냥산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는 멤버들의 사전 단합대회 성격을 띤 산행으로 지리산의 숨겨진 비경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비린내골로 올랐다가 소금쟁이 능선을 타고 내려와서 다시 생이바위골을 치고 올라 벽소령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덕평봉 아래에서 오공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갈림길에서 왼쪽 지리산휴양림으로 떨어지는 능선을 코스로 잡고 산행을 시작한다. 


머털님의 설명에 의하면 지리산의 지능(支稜)인 오공(산) 능선과 삼정산 능선의 사이에 형성된 크고 작은 계곡을  통틀어 넓고 큰 골짜기란 뜻으로 '광대(廣大)골'이라 하며, 비린내골은 광대골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계곡중의 하나라고 한다.


덕평봉(1522m)에서 형제봉(1453m)과 삼각고지(1462m)까지의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계곡들을 살펴보면, 오공능선을 기준하여 차례대로 산태골, 비린내골, 우수청골, 생이바위골, 광대골..등등의 지계곡이 삼정마을로 몰려들고 있다.


비린내골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소금장수가 등짐 무게를 줄이려 버린 생선의 비린내설이 있지만 음정 상부에 있는 이 골짜기가 '제비가 날아오는 형국이어서 비연래(飛燕來)골 이라 한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 함양문화사전에서- 또 '제비가 나르는 형상'과 같다고 해서 비리내라고도 하는데, 한문을 풀어보면 '어미가 날아서 떠난다'라는 뜻으로 나무꾼과 두 자녀를 두고 하늘로 떠난 선녀의 전설이 이 계곡에서 있었다고 전해온다.


바리케이드를 지나 시멘트 길을 따라간다. 청아한 새소리가 지리의 아침을 깨운다. 사각 정자 왼쪽길이 들머리다. 비린내골은 초입부터 넓고 긴 와폭이 반긴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다니며 진행한다. 등로가 따로 없이 그냥 계곡을 따라 오른다. 비린내골은 전 구간이 암반지대로 형성된 골짜기라 해도 과언 아니다. 작은 소들과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며 비경이 펼쳐진다.











점입가경. 올라갈수록 때 묻지 않은 멋진 풍광이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수직절벽에 힘찬 물줄기를 떨어뜨리며 나그네들을 맞는 높이 약15m 폭 10m 쯤 되는 폭포는 일명 비린내폭포라고 부른다.



물줄기가 점점 가늘어지고 조금 더 오르자 계곡을 온통 초록색으로 덮은 이끼가 초록세상을 만들어 눈을 시원하게 한다.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원시계곡의 느낌이 느껴진다.





세 번째 이끼지대를 지나면 계곡이 좁아지고 고사목과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길은 가팔라진다.








 
 


30분 정도 오르자 작전도로와 만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거칠어진 호흡을 고른다. 왼쪽은 구벽소령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작전도로를 따라 걷는다.









헬기장에서 소금쟁이 능선을 타고 쏟아지듯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우수청골과 생이바위골 사이의 작은 지능(支稜)을 일컬어 '소금쟁이능선'이라 부른다. 산죽 사이로 등로는 양호하다. 우수청골 초입이 보이는 지리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 했다.

더욱이 자연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여행을 즐기는 자의 마음이다.


식수대에서 물을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생이바위골(부자바위골, 음달기미골)로 들어선다. 바위가 미끄럽다.





















비린내골에는 못 미치지만 선경이 펼쳐진다. 물줄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나누며 허기를 속인다. 등로의 흔적이 희미해진다. 등로를 벗어나 잡목을 헤치며 진행하여 작전도로로 올라선다.







작전도로에 핀 함박꽃과 층층나무 그리고 앙증맞은 들꽃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아마도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우리 인간만이 아닐까? 그 꽃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를 나누며 살아가라고 자연은 일깨워 주고 있는 듯하다.





벽소령산장에 도착하니 휴일인데 의외로 한산하다.





삼겹살을 굽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얼린 맥주에 소주와 포도주까지 산정에서의 점심은 뭐 부족할 것 없는 진수성찬이다. 마지막 커피까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식사를 끝내고 햇살에 온몸을 맡긴다.





파란 하늘에 정처 없이 떠가는 뭉게구름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덕평봉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구벽소령을 지나 덕평골 반대방향의 오공산 능선(곰달로 능선) 초입으로 잠입한다. 30-40분 정도를 키높이 자란 산죽을 헤치며 내려선다.







길 옆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도솔암이 눈에 들어오고 삼정산 능선이 장쾌하다.



산행을 처음 시작한 정자로 내려선다. 계곡물에 등산화와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탁족을 하며 약 10시간 30분간의 긴 산행의 피로를 풀고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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