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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흑산도

 

몇 잎 남지 않은 잎사귀들만 아쉽게 떠나는 가을의 끝을 붙잡고 있는 11월의 마지막 주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흩뿌린다.

새벽 4시. 아직 어두움이 짙게 내려앉은 유성 만남의 광장에 주차하고 배낭을 챙겨 버스에 오른다.


호남고속도로 유성요금소로 들어서 약 2시간을 질주한 버스는 함평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였다가 20여분을 더 달려 목포요금소를 빠져나간다.


 

목포는 "목화가 많이 난다" 해서 생긴 지명이라는 설과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영산강과 서남해 바다의 길목에 있었기 때문에 "길목"이라는 뜻으로 목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목포하면 가수 (故)이난영이 부른 '목포는 항구다', '목포의 눈물'과 세발낙지, 삼학도, 유달산 등이 떠오른다.


 

목포는 1897년 10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근대도시이자 일제강점기 수탈의 전초기지였다. 당시 목포의 중심지던 대의동, 중앙동, 유달동 일대에는 지금까지도 일제의 자취가 짙게 남아 있다. 그중 대의동의 목포문화원(사적 제289호) 건물은 일본영사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0년 목포에서 처음 서양식으로 지은 근대 역사유적이다.


 

옛 일본영사관 건물에서 200m 내외의 거리에는 일제의 수탈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현재 목포근대역사관) 건물, 일본식 정원과 가옥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훈동 정원도 있다.


 

국도1.2호선기점 도로원표


1986년 5월 13일 대통령령으로 국도 제1호선은 목포시에서 평북 신의주시(市)까지, 국도 2호선은 목포시에서 부산광역시 중구까지로 확정되어 시행하고 있다. 현재의 초석은 유달산우체국 옆에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준은 종선의 도로에는 노선번호를 홀수번호로 부여하고 남쪽을 기점 북쪽을 종점으로 하여 서쪽에서 동쪽의 순으로 하고, 횡선의 도로에는 노선번호를 짝수번호로 부여하고 서쪽을 기점 동쪽을 종점으로 하여 남쪽에서 북쪽의 순으로 하였다.

 

폭포연안여객선 터미널 앞에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백반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8시 정각에 출항하는 홍도행 쾌속선 남해퀸호에 승선한다. 


 

쾌속선은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을 감상하려는 여행객을 가득 싣고 푸른 바다를 향해 내달린다. 배는 편리한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여행이다. 해무에 시야는 흐릿하고 해는 구름 속을 들락거리며 간간히 얼굴을 내민다. 수많은 섬들을 스쳐 지나며 뱃길 따라 1시간 정도 달리고 비금도 도초도에 닿는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귀양지였던 도초도는 초목이 무성하여 신라시대부터 부르던 이름으로, 특이하게도 도초도는 섬이지만, 인구의 5%만 어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95%는 일명 섬초라고 하는 이 지역 특산물인 시금치 외 벼농사 등 농업에 종사 하고 있다.


 

도초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내려놓은 후 다시 흑산도를 향해 망망대해를 항해한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약 1만3천 개), 필리핀(약 7천8백 개)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이다. 전남 신안군은 오로지 섬으로만 이뤄진 군(郡)이다. 유인도 72개, 무인도 932개, 총 1004개다. 우리나라 섬의 약 4분의 1이 이곳에 몰려 있다.


거친 파도에 뱃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모두들 힘들어 할 즈음 반갑게 마주치는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다고 해서 흑산도, 나무가 많아 멀리서 보면 검푸르게 보였다 해서 흑산도. 흑산도를 지척해 둔 다물도에서는 작은 배가 바다로 마중 나와 손님을 태워간다.


 

흑산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의 영산도, 다물도, 대둔도, 홍도 등은 천혜의 관광보고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10분 후 흑산도 예리항에 닿는다. 목포항에서 흑산도까지 약 2시간 20분소요.


 

흑산도는 신안군의 본섬이다. 가장 큰 섬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정작 신안군청은 목포에 위치하고 있다. 


 

선착장에 내리자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일주도로관광을 나선다. 흑산도 일주도로 주변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문화유적이 산재되어 있다. 홍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비경들이 속속 알려져 천혜의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이드는 버스 기사가 대신한다. 흑산도 산에는 토끼와 다람쥐 같은 동물은 서식하지 않고 돌산이라 뱀은 많이 있다고 한다.


 

서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블루토파즈빛 바다가 시선을 잡는다. 해안을 따라 연장 24km에 이르는 일주도로를 타고 섬 전역을 한 바퀴 돌면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적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그리운 저 육지 바라보다 검게 타 버린 회한의 가슴..."으로 시작되는 '흑산도 아가씨' 노래 가사처럼 멀리 떨어진데다 뱃길마저 험해 귀향지로 이름 높았던 섬으로,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이 1801년 신유사화 때 천주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또 최익현이 1876년 강화도조약을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유배된 곳이기도 하다.


정약전은 유배생활 15년 동안 근해에 있는 물고기와 해산물 등 155종을 채집하여 명칭, 형태, 분포, 실태 등을 기록한 <자산어보>를 남겼다. 정약전이 머물던 곳에는 후학 양성을 위해 세운 사촌서당이 복원돼 있다.


선착장 근처 지리 마을 당산에는 처녀당이라 불리는 성황당이 있다. 흑산도에 옹기를 팔러 온 청년에게 연정을 품은 처녀귀신이 배가 출항하려 할 때마다 풍랑을 일으켜 결국 총각을 섬에 붙들어 두게 된다. 남겨진 홍각은 당산나무에 올라 고향을 그리며 피리를 불다가 죽었다.

 

성황당 아래 50m 지점에는 천연기념물 제361호로 지정된 초령목이 있다. 수령이 320년쯤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초령목은 가지를 꺾어 불전에 놓으면 귀신을 부른다 해서 일명 '귀신나무'로도 불린다.


 

마치 한반도 형상으로 파 놓은 듯 구멍이 뚫린 지도바위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배낭기미해수욕장

물이 유리알처럼 맑고 경사가 완만한 이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자갈 반 모래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다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과 그 그림자 아래로 지나가는 고깃배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해안가에서 기르는 미역과 다시마는 식용이 아니라 전복먹이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란다. 흑산도는 우럭과 전복만을 주종으로 양식하고 있는데 흑산도 수온이, 한 여름에도 20도를 넘지 않아 다른 종류의 양식은 적합지 않는 곳이라 한다.

 

배낭기미해수욕장 부근 부둣가 앞에 보이는 작은 섬은 한국의 알카트라즈라 불리는 옥섬(감옥으로 사용했던 섬)이다.

 


 

반월성

읍동마을 뒷산 정상 8부 능선에 해적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반달 모양의 성은 반월성이라 부른다.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입도 당시부터 누군가에 의해 쌓아진 성으로, 그곳에 옛날 적을 막아낸 전투의 흔적으로 불리는 암벽(피바위)이 있다.


흑산도 일주도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총 12개의 굽이를 지나게 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그 모습이 장관이다.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는 상라산 전망대에 이른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지금과 달리 좀처럼 육지로 나가기 어려웠던 과거에 흑산도 아가씨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육지를 그리워하며 '육지를 향해 검게 타버린 가슴' 을 노래했다 한다. 그러나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이미자씨는 흑산도에 와 본적이 없다고 한다.


 

상라봉에서는 올라오는 길에 마주했던 12굽이 용고개 모습도 보이고, 앞쪽으로 예리항, 뒤쪽으로 늪지를 품은 장도가 펼쳐진다. 날이 맑은 날에는 홍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황홀한 자연경관과 산재한 문화유적, 옹기종기 자리한 섬 마을들의 정취는 그 어느 절경보다도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


예부터 전라도 지역에서는 잔칫상에 홍어가 오르지 않으면 잔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 만큼 홍어는 전라도 음식 중 ‘귀한 몸’으로 취급받고 있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홍어는 술독이 풀리고 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나와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궁에 진상품으로 올리기까지 했다고 나와 있으니 그 매력이 임금님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던 것이다.


홍어는 흔히 삭혀서(발효시켜서) 먹는 것으로 알지만 생으로 먹는 홍어가 훨씬 맛있다. 흑산도 사람들은 홍어를 날걸로 먹는다. 옛날에는 얼음이 없으니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목선에 싣고 오는 동안 발효가 돼서 목포에서는 반쯤 숙성한 것을 먹고, 영산강을 따라 올라가 나주에서는 완전 숙성한 것을 먹었다.


사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삭힌 홍어’란 입에 넣는 순간 코끝을 찌르는 냄새와 한입 삼켰을 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시큼한 향을 가진 요상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톡 쏘는 향과 맛을 가진 홍어의 중독성에 한번 빠져버리면 헤어 나오기도 쉽지 않다.


우리 속담에 ‘만만한 게 홍어좆’이라는 말이 있다. 홍어는 암놈과 수놈의 가격차가 큰데, 암놈은 살이 부드럽고 탄탄해 찜을 하면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오돌오돌 씹히는 반면 수놈은 뻣뻣해서 발라내야 할 정도로 맛의 차이가 극명해 암놈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홍어는 생식기가 외부에 달려있어 배 아래쪽을 보고 암수를 분간할 수 있는데, 중간상인들이 홍어를 받아오면 수놈 홍어의 그것부터 떼어내어 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고 했다고 해서 생긴 속담이다.


홍어의 ‘홍(洪)’자와 탁주의 ‘탁(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 ‘홍탁(洪濁)’으로 여기에 삶은 돼지고기에 신김치를 곁들이면 전라도 최고의 안주인 ‘홍탁삼합 (洪濁三合)’이 된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따뜻한 성질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완벽 궁합을 자랑한다. 여기에 살짝 삭힌 홍어 애까지 곁들이면 중독성 강한 홍어의 맛이란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홍어는 흑산도 근해에서 연중 생산되지만 10월~다음해 5월까지가 가장 제 맛을 낸다. 흑산도에서는 홍어를 비롯해 전복, 가리비, 멸치, 우럭, 성게, 미역, 다시마, 톳 등의 특산물도 판매되고 있어 싱싱한 해산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칠락산 - 상라산을 잇는 산행을 나선다.

 

산행코스 : 한전-면사무소-칠락산-상라봉(4.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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