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5일 (일)
2년 만에 다시 주작산에서 덕룡산까지 잇는 종주에 나섰다. 머릿속의 기억보다는 가슴속의 느낌이 더 오래 남는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졌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산행코스 : 오소재-작천소령(난농장)-주작산-덕룡산(서봉-동봉)-소석문(17.5㎞)
가는 길...
7시 정각 빈자리 하나 없이 좌석을 꽉 채운 버스는 유성나들목으로 진입하여 호남고속도로를 1시간 질주하고 정읍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30분간 정차한다. 휴게소 우동과 산악회에서 제공한 찰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곧바로 정읍나들목을 나와 좌회전하여 29번 국도를 타고 부안방면으로 향한다. 서해안고속도로 줄포나들목으로 진입한다. 줄포에서 목포까지는 50분이 소요된다. 목포에서 2번 국도를 타고 해남 강진 방면으로 진행하다 석현삼거리에서 다시 일로를 지나 계속해서 영암 강진으로 달린다.
영암 땅으로 들어서자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빼어난 골격미를 갖춘 월출산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라남도 강진 땅은 월출산 남쪽 자락에서 시작된다. 월출산을 지나면 낮은 산과 기름진 들판이 남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강진은 '남도 답사여행의 일번지'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이 지나 13번 국도로 갈아타고 해남 완도방면으로 20분을 진행하다 갈림길에서 827번 지방도로로 들어서 북일방면으로 향한다. 지루한 여행길이다.
산행...
10시 45분 두륜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남 오소재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에는 지도로 된 주작산 등산안내도가 보이고 이정표가 서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0여분 지나 첫 번째 밧줄구간에서 정체된다. 봉우리를 올라서자 남해바다 강진만을 앞에 두고 병풍처럼 펼쳐지는 바위 봉우리들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산행이 끝이 날 때까지 남해바다는 나그네의 눈길을 벗어나지 않고 동행한다.
11시 25분 숨가쁘게 봉우리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8-9개 암봉으로 이어져 작은 공룡으로 불리는 이 구간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연상케하며 기암괴석이 갖가지 모습으로 날카로운 암봉과 암릉을 이루면서 바위전시장이 되어 보는 이들을 경탄케 한다.
비록 높이가 430m 안팎의 산이지만 그 독특한 산세와 연장 5km가 넘는 암군은 아기자기한 묘미가 있고 전망이 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바위 사이에 핀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품의 역할을 하고, 암봉 곳곳에는 마치 분홍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참꽃이 수를 놓았다. 봄내음 물씬 나는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넋을 놓고 바라본다.
암릉구간이 끝나는 곳에 임도가 보이고 그 뒤로 이어지는 육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손짓한다. 탁 트인 해안선과 드넓은 간척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암릉과 더불어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12시 40분 후미팀과 어울려 행복한 점심식사를 즐긴다.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데 너무 여유를 부렸다. 걸음을 재촉한다.
13시 35분 ‘해남 25, 1990 복구’라고 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20여분 지나 조그만 석문을 통과한다.
사방으로 기암과 절벽이 장관이다. 남자의 성기를 닮은 커다란 남근석이 눈길을 끈다. 남근석 바로 위에는 집채만 한 사랑바위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14시 30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주작산(429봉)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은 덕룡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주작산(朱雀山) : 주작(朱雀)은 붉은 봉황(鳳凰)을 뜻하며, 풍수지리에서는 주조(朱鳥)라고도 불리는 신비스러운 새다. 주작산은 산세가 주작을 닮아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주작산은 이름에도 풍기듯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 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봉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이 최고봉으로 우측날개 부분은 해남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릉이며 좌측날개는 덕룡산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산의 능선은 설악의 공룡능선을 방불케하며 강진만과 어우러지는 다도해의 풍경이 장관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5분 정도 곤두박질하듯 급경사를 내려가자 작천소령 사거리안부다. 임도가 뚫려 있는 작천소령에는 양란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소석문 7.3km' 이정표가 있고 표지리본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는 길로 들어서 억새밭이 넓게 펼쳐진 부드러운 능선길을 천천히 오른다. 25분 정도 오르자 주작산(472봉) 정상에 닿는다. 2006년에 설치한 표지석이 반긴다.
15시 30분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산세가 특이하다. 왼쪽은 육산이고 오른쪽은 골산이다.
강진만의 푸른 물결이 청명한 햇살에 잔잔히 부서지고 덕룡산과 바다 사이의 넓은 들판이 평화롭다. 헬기장을 통과하고 20분 정도 진행하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첨봉(0.15km)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서봉(1.98km)으로 이어진다. 험준한 암릉은 여전히 넓은 들판과 강진만을 평화롭게 끌어안고 있다.
기암절벽이 계속되는 암봉 속에는 부처님도 있고, 사자얼굴도 있으며, 염소 머리도 있다. 자연이 빚어낸 위대한 조각품들이 거대한 바위 봉우리의 소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첫 번째 암봉은 우회하고 두 번째 암봉을 오른다. 낭떠러지 절벽에 매여 있는 밧줄에 의지하여 5분 정도 기어오르면 암봉 정상에 닿는다. 막힘없는 조망이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앵무새바위가 눈길을 끈다.
16시 15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수양리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이고 코앞에 쌍둥이 같은 두 개의 바위 봉우리가 우뚝 서 위용을 자랑한다. 정상인 서봉(0.4km)과 동봉이다.
갈림길에서 15분 진행하여 덕룡산 서봉(432.9m)에 닿는다. 앙증맞은 서봉 표지석이 반긴다. 동봉(0.28k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만덕산에서 석문산을 거쳐 이곳 덕룡산까지, 그리고 해남 두륜산까지 꿈틀거리며 달려가는 암릉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다시 15분 후 덕룡산 동봉(420m)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앙증맞은 표지석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소석문 3km 이정표가 서 있다.
바위가 여러 가지 변화를 이루고 있는 동봉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 볼 때보다 훨씬 웅장하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연양갱으로 허기를 속이고 걸음을 재촉한다.
덕룡산은 산이 반드시 높이에 따라 산세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산이다. 해남 두륜산(703m)과 한줄기로 이어져 있는 덕룡산은 높이래야 해발 400m를 가까스로 넘지만, 산세만큼은 해발 1,000m 높이의 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웅장하면서도 창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봉의 연속, 말잔등처럼 매끄럽게 뻗는 능선이 아름다움과 힘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다.
정상이 동봉과 서봉 쌍봉으로 이루어진 덕룡산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17시 10분 소석문 1.57km 동봉 0.86km 이정표가 보인다. 동봉에서 보았던 소석문 3km 이정표와 거리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10분 후 325봉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봉황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앞쪽에 석문산(272m)이 시선을 끈다. 규모만 작을 뿐이지 연꽃처럼 솟은 암봉들이 마치 설악산 천화대를 보는 것 같다. 때마침 부는 시원한 바람에 잠시 땀을 식히고 걸음을 옮긴다.
275봉을 지나 소석문이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도착하니 산악회 버스와 먼저 하산한 일행의 모습이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10여분 내려선다.
18시 10분 소석문에 도착하면서 7시간 20분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흐르는 개울물에 얼굴의 소금 끼를 씻어내고 탁족을 하니 피로가 사라진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김치찌개에 밥 한 덩어리 말아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따뜻한 차 한 잔까지 여유로운 뒤풀이는 후미가 도착하면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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