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년 2월 15일(목)
산행코스 : 은티마을-배너미평전-시루봉-배너미평전-고성터-희양산-고성터-은티마을 (약 4시간 소요)
가는 길...
8시 40분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30분 후 오창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하고 곧바로(2분 후) 증평톨게이트를 빠져 나간 후 좌회전하여 510번 지방도를 타고 괴산방향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34번 국도에 올라 괴산으로 달린다. 유평 1,2 터널을 통과하고 곧이어 만나는 대명교차로에서 ↗ 연풍방향으로 들어서고, 2분 정도 진행한 후 괴산교차로에서 다시 ↗ 연풍방향으로 들어선다.
계속해서 34번 국도를 타고 문경 충주 방향으로 달린다. 대덕사거리부터는 편도1차선으로 바뀐다. 괴강교를 건너 삼거리에서 ↗ 문경 연풍방향으로 향한다. 천주교연풍성지 표지를 따라 이동하다가 천주교연풍성지 주차장에서 우회전하여 차량 1대가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가면 은티마을 희양산 이정표가 눈에 띤다. 은티마을까지는 증평톨게이트에서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10시 25분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희양산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봉암사 쪽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 두 곳이 산행기점이나 봉암사 쪽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은티마을이 유일한 산행기점이다.
은티 마을은 원래 이름은 의인(義仁村里)이었다 한다. 경술국치 뒤 일본인들이 '의인'이 민족정신을 뜻한다 해서 은평으로 고친 것이 은티(銀峙)로 변했다 했다.
이 마을은 풍수지리면에서 볼 때 여궁혈이라 한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마을 유래비가 있고, 이어 여궁혈을 견제하려는 자그마한 남근석이 키 큰 소나무 아래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초입의 주막은 산행에 지친 산꾼들의 쉼터로 대간종주자들에겐 추억의 장소이다. 바로 막걸리와 두부 때문이다. 입담 좋고 장사수완 좋은 아주머니가 만들어 파는 맛있는 두부를 안주 삼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나면 산행의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
은티마을에서 왼쪽 계곡을 향하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300m를 가면 멋진 통나무 산장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들어선다. 오른쪽 길은 오늘 산행의 하산길로 지름티재를 거쳐 희양산이나 구왕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낙엽 쌓인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매우 가파른 오르막길은 숨을 턱까지 차게 한다. 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비웃듯이 날씨는 포근하다. 맑고 깨끗한 계류가 흐르는 좁은 도랑을 건너면 갈림길이다.
“시루봉 20분 희양산 40분”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잡목 숲 사이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 10분을 오르면 배너미평전에 닿는다. 산꼭대기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넓은 평원지대이다.
Y자 갈림길이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은 이만봉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이다. 왼쪽으로 잡목 숲을 헤치고 10분 정도 진행하면 시루봉에 닿는다. 대부분의 시루봉이라는 이름이 그렇듯이 멀리서 보면 시루를 엎어 놓은 듯 하여 시루봉이라 부른다.
시루봉은 희양산과 백화산을 잇는 백두대간 선상에 약간 벗어난 산으로 주변의 희양산과 구왕봉, 악휘봉 등 수려한 산세에 눌려 그 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상에서 서면 탁 트인 멋진 조망을 볼 수 있다. 눈 덮인 산과 연풍의 풍경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뒤쪽으로 구왕봉이 우람한 자태를 뽐낸다.
온 몸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조망을 감상하고 정상석을 배경삼아 기념사진도 한 장 찍는다. 다시 배너미평전을 거쳐 희양산 갈림길까지 되돌아온다. 희양산으로 오르는 길은 얼어붙은 눈 때문에 미끄럽지만 아이젠 덕분에 편히 걸을 수 있다.
성벽을 만난다. 신라 옛 산성으로 희양산성이라 전한다. 길을 막는 나무 울타리를 지나 약 10분 정도 더 오르면 지름티재를 거쳐 구왕봉으로 이어지는 홈통바위 삼거리가 나온다.
곧이어 조망이 탁 트인 넓은 바위로 올라선다. 멀리 칠보산 보배산 낙가산으로 짐작되는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코앞으로는 구왕봉의 수려한 모습과 아래로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으며 내려서는 골짜기 끝에 봉암사의 지붕들이 굽어보인다.
봉암사는 지증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학승을 가르치는 구산선문 중에 하나였으며 희양산파로 알려진 많은 고승들을 배출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더 올라가 도착한 정상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누군가 조그만 돌에 작은 글씨로 "희양산 998m" 라 써놓아 정상임을 알릴뿐이다.
봉암사의 스님들 때문에 좀처럼 찾기 어려운 산이 되어 버린 탓에 그 높이보다 더 큰 높이와 무게를 가진다.
정상 암반 너럭바위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던 괴산 산꾼들이 따끈한 라면 국물을 건넨다. 라면 국물과 떡 한 조각으로 허기를 속인다.
조금 떨어진 조망터에 서면 멋진 정상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희양산을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달려 나오는 모습이라 했다 하며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는 산이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마치 봉황이 날개로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 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이 허리를 돌에 걸치고 엎드려 있는 듯 하다고 했다.
지름티재로의 하산은 위험하므로 희양산성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 내려간다. 산성 왼쪽 아래로 뚝 떨어지는 급한 경사길을 5분정도 미끄러지듯 내려오면 다시 산길은 소나무와 참나무로 하늘을 가린 계곡길이다. 낙엽이 수북한 오솔길 옆으로 마치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은 것 같은 높은 바위 낭떠러지가 길게 이어진다. 폭우로 많은 나무가 뿌리째 넘어져 있고 길은 거의 허물어져 있다.
“희양산(성터 80분 은티마을 30분”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와 만난다.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주렁주렁 달린 가운데 길은 지름티재로 오르는 길이다.
연풍에서 가은으로 넘나들던 가장 빠른 길이었던 까닭에 지름티라 불렸던 지름티재는 이제 그 이름이 무색하게 산꾼들만 지나다닌다.
조금 더 내려서면 다시 삼거리와 만난다. 왼쪽 길은 호리골재를 거쳐 구왕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희양산 역시 ‘괴산35명산’에 포함해 괴산군에서 권장하는 산으로 알고 있는데 출입통제 표지판이 서 있어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곳부터 은티마을까지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뒤돌아보니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희양산이 바위 낭떠러지 속 살 하얗게 드러내고 ‘잘 가라며’ 손짓한다.
멋진 별장들을 몇 채 지나면 아침에 오르면서 보았던 통나무 산장(희양산장)이 눈에 들어오고 주차장에 도착하여 4시간 동안의 원점회귀 산행은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