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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갑장산

산행일시: 2007년 2월 20일(화)  

코스: 경북 상주 갑장산(굴티고개-상산-문필봉-갑장산-시루봉-용흥사. 약 4시간 소요)


경상도의 오랜 전통도시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흰쌀, 누에고치, 그리고 곶감에서 얻은 이름이다. 붉은 곶감을 희다고 하는 것은 곶감에서 묻어나오는 흰 가루 때문이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에서 나와 괴산군 청천~용화(운흥리)~속리산 문장대 북릉 상의 밤티재~화북~쌍룡터널~농암~은척~상주까지 간다.


상주시내에서 굴티고개로 이어지는 916번 지방도로를 타고 8km 정도 진행하면 갑장산 굴티고개 코스 등산 기점에 닿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용흥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원점회귀하는 종주코스를 권한다.


굴티고개 코스는 굴티고개 정상(절개지)에서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은 청원~상주간 고속국도가 916번 지방도로와 작은 저수지 사이에서 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서쪽 굴다리로 우회해야 작은 저수지로 갈 수 있다.


굴티고개 마루 못미처(서쪽 아래)에 거산채석장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 반대쪽으로 공사중인 고속국도 아래로 새로 만들어진 굴다리를 빠져나간 다음 왼쪽으로 굽어 도는 공사장 길을 따라 굴티고개 남쪽 방향으로 약 150m 가면 굴티연못에 닿는다.


우측 농로를 따라서 오르면 좌측에 저수지가 보이고 곧이어 폐 과수원터가 나오면서 큰 리기다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바로 뒤편으로 희미하게 등산로가 이어진다.


그런데 산악회 버스가 이곳을 지나 엉뚱한 곳에 산행객들을 내려놓는 바람에 계곡과 길 없는 산비탈을 힘들게 치고 오른다. 잡목을 헤치고 드디어 능선과 만나고 상산에 오른다. 정면으로 상주 시내가, 채석장 뒤로 속리산이, 그리고 그 옆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이 펼쳐진다.


잠시 조망을 감상하고 지형을 살피는 사이 선두는 문필봉 정상에 서서 손을 흔든다.

뾰족한 바위 세 개가 붓처럼 한데 모여 암봉을 이루고 있는 문필봉은 문운(文運)을 응축한 영봉(靈峰)이다. 이 봉우리의 정기로 상주에 큰 선비가 많이 배출되어 예부터 이 산 일대를 장원향(壯元鄕)이라 불렀다 한다.


문필봉에서 500m 정도 진행하면 정상 0.6km 이정표가 보이고 길은 세 갈래로 갈라진다. 그대로 직진하면 공터(헬기장)를 지나 곧바로 정상에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용지터샘으로 오른쪽은 북석문을 지나 상사바위로 이어지는 길이다.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 북석문을 지나자 잘 꾸며진 쉼터가 나타난다. 바로 상사바위다. 발아래를 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어지럽다. 갑장산 일대에서 전망이 가장 좋아 최승암(最勝巖)이라고도 불린다.


상사(相思)바위. 스님을 사모한 한 처자가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고, 훗날 이 바위에 상사뱀이 살면서 부터 사람들은 이 바위를「상사바위」라 부르고 있다 한다.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옛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지금은 잘 꾸며진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갑장사(甲長寺)가 있다. 해발 700m에 자리잡은 갑장사는 고려 공민왕 22년(1373년) 나옹(懶翁)선사가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질 뿐 정확한 기록은 없다. 나옹(1320 - 1376)은 상주 백원산 아래에서 출생하였으며 문경 소재 공덕산 묘적암에서 출가 하였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현재의 건물은 1985년 불탄 자리에 1988년 새로 지은 것이다. 천도제를 올리는지 좁은 법당을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법당 앞에는 높이 2m의 고려시대 삼층석탑(경북 문화재자료 제125호)이 자리하고 있다.


공터를 지나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는 통신시설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갑장산은 고려 충렬왕이 승장사에서 잠시 쉬었다 가며 ‘영남의 으뜸산’ 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갑장산(甲長山, 805.7m,국립지리원 발행 1:50,000 지형도에는 '甲帳山' 으로 표기)

일명 연악이라 부른다. 연악(淵岳) 갑장산, 노악(露岳) 노음산(露陰山:725m), 석악(石岳) 천봉산(天鳳山:435m)을 상주삼악(尙州三岳)이라 하며 갑장산이 삼악 중에 가장 높다. 정상은 뾰족 하면서도 모나지 않고 둥글다.


갑장산의 유래는 아름다움이 으뜸이요(甲) 사장(四長)을 이룬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며 고려 충렬왕이 명명했다는 전설도 있는 상주의 안산으로 상산 삼악의 하나인 연악(淵岳)이라고 한다. 연악의 이름은 구룡연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구룡연은 갑장사 뒤 사거리에서 웃승장 방향으로 50m정도 내려가면 우측에 있는데 천제와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지이다.


정상에서 조망은 막힘이 없다. 속리산 방면 산릉들이 파도처럼 너울거린다. 바위에 모여 앉아 산 아래 펼쳐지는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점심식사를 한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백길바위가 푸른 하늘을 가로질러 장벽처럼 솟아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 백길바위를 지나면 시루봉이다. 보통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하여 시루봉이라고 한다지만, 한자로는 볼시(視) 다락루(樓)를 쓰는 것으로 보아 산에서 조망(眺望)이 가장 잘 보이는 높은 봉우리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갑장산에서도 이곳 시루봉에서의 조망이 가장 좋다.

슬랩을 이루고 있는 나옹바위를 밧줄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남석문를 지나고 문바위를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갑장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부터는 부드러운 하산로가 이어진다. 4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용흥사가 눈에 들어온다.


연악산 용흥사는 신라 문성왕 원년(839년) 진감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비구니들이 공부하는 선원이다. 법당은 보물 1374호인 삼불회괘불탱를 소장한 극락보전으로 크지 않지만 중후한 느낌이 든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절집을 한 바퀴 돌아본다. 요사채 옆에 잘 정돈된 장독대가 정겹다. 담장 아래 기와불사 기와들이 놓여있는데 ‘군대면재해주세요’ 라는 소원을 쓴 기와가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절을 나와 봄을 캐는 여심을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계류에서 등산화와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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