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공룡능선에 오르지 않고서는 설악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도대체 설악산의 공룡능선은 어떤 곳이기에 그렇게도 함축성 있게 한 마디로 표현했을까?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하여 도전하는 용기가 있을 때 그런 사람은 행복하다. 꿈이 있는 중년은 여전히 청년이며 도전하는 중년은 여전히 아름답고 행복하다. 나도 중년에 꿈을 꾼다. 그 꿈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토요일 밤 21시 배낭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다. 다른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겠지만 난 지금 행복하다.
22시 40분 산꾼들을 가득 태운 두 대의 산악회 버스는 나란히 경부고속도로 대전요금소로 진입한다.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거침없이 질주하다 음성휴게소에서 25분간 정차한다. 버스의 흔들거림에 엷은 잠을 헤맨다. 23시 50분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 원주방면으로 약 30분 동안 달리고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선다. 0시 45분 홍천요금소를 빠져나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속초방향으로 향한다. 5분 후 속초·인제방향으로 달린다. 1시 47분 관광민예단지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하고 굽이굽이 고갯길을 힘겹게 오른다. 2시 20분 한계령휴게소를 지나고 굽이굽이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서서히 내려간다. 고요하던 차내가 산행 준비에 갑자기 분주해진다. 2시 38분 산행 들머리인 오색에 도착하여 설악산 국립공원 남설악매표소 앞에서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헤드랜턴 불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2시 43분 대청봉 4.8km 이정표를 지나고 긴 나무다리를 건너며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대청봉 4km (해발 760m)이정표 앞에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며 5분간 휴식을 취하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긴 행렬을 이루는 랜턴 불빛이 장관이다. 3시 20분 제 1쉼터(해발820m)에 도착한다. 이정표에는 설악폭포 1.2km 대청봉 3.7km라고 되어있다. 3시 30분 대청봉 3.3km 이정표가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쉼터에서 5분간 쉬어간다. 5분간 내려서고 긴 나무계단을 오른다. 3시 50분 설악폭포 대청봉 2.7km 이정표를 지난다.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험한 돌길 오름길로 바뀐다. 4시 5분 설악폭포(해발 950m)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물소리는 들리지만 어둠으로 폭포는 보이지 않는다. 4시 14분 나무다리를 내려서서 철제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돌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4시 20분 대청봉 2.0km 이정표를 지나 나무계단을 오른다.
4시 45분 제 2쉼터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으며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3-4분 동안 치고 오른다. 5시 10분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진 오르막길을 랜턴을 끄고 5분간 오른다. 구름에 가려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다시 서서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5시 20분 대청봉 0.5km 이정표를 지나면서 오른쪽 저 멀리 동해바다는 불빛들이 깜빡깜빡 거리고 또 하루를 열기 위한 희미한 여명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15분 정도 지나자 옛날 대피소로 사용되던 벙커는 폐허가 되어 방치되어 있고, 1분 뒤 중청대피소 0.6km 비선대 8.0km 백담사 11.5km 이정표가 보이면서 곧바로 대청봉 정상(해발 1708m)에 선다. 언제나 변함 없이 1708m 대청봉이라고 빨간색으로 음각된 글씨를 바라보며 감격한다. 웅장한 설악의 산세에 비하여 정상표지석이 너무 작고 초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어두움이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지만 짙게 깔린 운해와 어우러진 설악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5시 50분 대청봉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짧은 만남 진한 추억을 봉우리에 묻어두고 중청으로 향한다.
중청산장이 보이고 그 뒤로 중청봉의 레이더 기지에 둥그런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중청산장에서 본 대청봉은 마치 피라미드처럼 대칭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다. 6시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산장 지하의 식수 탱크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저 멀리 동해바다가 까마득하고 하얗게 드러난 울산바위가 신비롭다.
6시 10분 소청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1분쯤 지나면 끝청갈림길(해발1600m)이다. 왼쪽은 한계령(7.7km) 가는 길이다. 오른쪽 중청봉 우회로를 따르면 바위 조망지대가 나타나고 설악의 꽃으로 불리는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유혹한다. 소청으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조망도 아주 좋다. 6시 23분 소청봉(해발1550m)에 도착한다. 갈림길에서 왼쪽은 소청대피소 0.4km 백담사 11.7km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희운각대피소 1.3km 비선대 6.8km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선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에 이르는 1.3km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내려가던 길에 조망바위가 나타나고 등 갈기를 날카롭게 세운 용의 모습과 무너미고개 위의 신선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분 정도 지나 철계단을 통과하고 또 다시 긴 철계단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한다.
희운각 대피소를 지은 사람은 최태목씨 라는 분이다. 산을 좋아한 아들이 어느 해 겨울 희운각 위에서 불행하게도 조난을 당하여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대피소가 있었으면 살았을 아들을 생각하며 또 다른 조난을 막기 위하여 최씨가 지은 대피소라고 한다. ‘희운(熹雲)’은 최씨의 사랑하던 아들 이름이라고 한다. 설악산이 5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이야기라고 한다. (희운각 매점에서 채록)
다리 밑의 계곡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세수하는 사람, 설거지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시원한 계곡물로 세수를 하고 식수를 보충한 후 대피소 나무 식탁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7시 45분 아침식사를 마치고 무너미고개로 향한다. 5분 정도 지나 무너미고개(해발1020m) 정상에 선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천불동계곡을 거쳐 비선대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공룡능으로 가는 길이다. 백두대간길로 표지리본이 많이 매달려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공룡릉으로 향하는 숲으로 들어선다. 3분 정도 평탄한 비탈길을 걸으면 신선봉으로 오르기 위한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고 2분 뒤에는 첫 로프지대를 만난다. 8시 10분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올라 신선봉에 도착한다.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 내설악의 장엄한 경관이 한눈이 들어온다. 눈앞으로 펼쳐진 공룡 등에 기암괴석과 첨봉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고, 매봉, 1275봉, 그리고 저 멀리 마등령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울산바위와 동해 바다가 보이고, 왼쪽으로 깊고 깊은 가야동계곡과 용아릉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펼쳐진다. 대자연의 파노라마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공룡릉은 보통 마등령에서부터 희운각대피소 앞 무너미고개까지의 능선구간(5.1km)을 가리키는데, 설악산을 거쳐가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인 이 능선을 경계로 동쪽지역을 외설악, 서쪽지역을 내설악이라 부르며, 그 생긴 모습이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하여 공룡릉(恐龍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무와 공룡이 어우러져 만드는 멎진 절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파른 내림길로 내려선다.
8시 30분 길 막아서는 아주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눈앞에 1275봉과 운무가 멎진 조망을 만들어낸다.
계속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여, 천화대에 이르러 자연의 신비한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천화대는 20여 개의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암릉인데, 천불동계곡의 지류인 설악골과 잦은바위골을 가르며 비선대부근까지 흘러내린 이 바위능선에는 석주길, 염라길, 흑범길 등의 유명한 암릉코스가 있다. 천화대(天花臺)에 우뚝 솟아오른 범봉은 설악산 암릉의 상징이라 할 만큼 수려하다. 노인봉을 오르기전 왼쪽으로 공룡이 숲 속을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노인봉(1120m)에 오른다. 저 멀리 비선대 위에 신선암이, 그 멀리에는 울산바위가 바위 사이로 조망되고 동해는 이들을 떠받들고 있는 듯 하다. 뒤쪽으로는 천화대 범봉의 웅장한 자태와, 인간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아 왔던 내설악의 용아장성이 손에 잡힐 듯 하고, 저 멀리 서북 주능을 따라 귀때기청과 끝청, 그리고 운해에 가린 대청봉의 장엄한 모습이 아스라이 멀게만 느껴진다.
곧바로 뚝 떨어지는 가파른 길을 밧줄과 나뭇가지에 의지해서 내려서 샘터(마등령 2.3km)에 도착한다.
간식을 먹으며 10분간 휴식한다. 9시 25분 1275봉을 오르기 시작하여 10분간 가쁜 숨을 토해내며 치고 올라 1275봉에 도착한다.
공터에는 마등령 2.1km이정표가 서 있고 엄청난 높이의 수직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멀리 대청봉과 중청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간식을 먹으며 15분간 휴식한다. 10시 5분 마등령 1.7 km 이정표를 지난다. 10시 25분 마등령 1. 4km 이정표를 지나고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오른다. 길 가에 야생화가 웃으면서 나그네를 반긴다.
10시 30분 마등령 1.1.km 이정표를 지난다. 10시 40분 나한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5분 정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해서 오르는 협곡 암벽을 만난다.
성벽처럼 둘러친 바위의 밑을 따라가다 한차례 더 가파르게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10시 50분 나한봉(1250m) 도착한다. 마등령 0.5km 이정표가 보인다.
천만 년을 내려오면서 자연 그대로 간직한 기암괴석의 경치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며 봉우리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신비함에 매혹된다. 한 마디로 신의 걸작품이요, 명작이다. 공룡능선을 오르지 않고는 설악을 이야기 말라고 했던 말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는다. 생긴 모습 그대로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5분간 휴식한다. 11시 20분 마등령 (해발1240m)에 도착한다. 마등령의 상징인 돌탑 위의 나무 독수리상이 반긴다.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내림길은 오세암(1.4km)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비선대(3.7km) 가는 길이다.
11시 28분 마등령(해발1320m)정상에 닿는다. 마등령은 높이가 1327m의 준봉으로 산이 험준하여 손으로 기어올랐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너덜지대를 통과한다. 11시 40분 비선대 3.0km 이정표를 지난다. 11시 55분 비선대 2.5km 이정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왼쪽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샘터에서 식수를 보충한다.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과 가파른 돌길로 이루어져 결코 만만치 않다.
12시 15분 금강문을 통과한다.
12시 30분 내림길에서 걸음을 멈추고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짙은 운무로 조망은 없다.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험하고 가파른 돌길을 내려선다. 13시 5분 비선대 0.7km 이정표가 보인다. 정면과 오른쪽으로 소나무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멎진 절경을 이루며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칼로 자른 듯이 솟구친 암벽이 깊은 골 양편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고, 그 암벽에는 소나무가 그림 속 풍경처럼 자라고 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하늘 높이 솟구친 암봉이 갖은 형상으로 다가섰다가 뒤로 멀어져 간다. 기이한 암벽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13시 15분 왼쪽으로 엄청난 크기의 암봉인 세존봉이 위압감을 주며 다가선다. 세존봉 암벽을 릿지하여 기어오르는 사람의 모습이 아찔하다.
산아래 천불동계곡이 보인다. 13시 25분 금강굴 입구 갈림길에서 금강굴로 가기 위해 왼쪽 철계단을 오르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시멘트 계단을 숨가쁘게 오른다. 13시 35분 금강굴에 도착한다. 비선대 앞에 우뚝 솟아있는 삼각모양의 돌 봉우리를 미륵봉(일명 장군봉)이라 하며 깎아지른 듯한 큰 돌산 허리에 위치한 자연 동굴인 금강굴은 1400여 년 전에 원효스님이 수행했던 곳이라 전한다. 조그만 굴 안에 불상이 놓여있고 소원기도를 드린 촛불들이 켜져 있다.
금강굴 앞에 서면 내설악 천불동 계곡 뒤로 7형제봉을 비롯하여 암봉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멎진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금강굴 입구로 되돌아 나와 비선대 0.4km 이정표를 지난다. 14시 철문을 통과해 비선대에 도착하여 넓은 암반 위로 흐르는 계곡물에 탁족하며 20분간 휴식한다. 비선대는 기암절벽 사이에 한 장의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던 마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비선대라고 부른다.
14시 25분 비선산장을 지나 아치형 다리를 건넌다.
14시 30분 소공원 2.5km 이정표를 지난다. 14시 55분 금강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보이는 신흥사 통일대불이 보인다. 신흥사에서 설악산 관광객을 위해 건립했다는 거대한 청동좌불은 둥그렇게 단을 쌓아 그 위에 모셨고 정면으로는 큰 석등 2개와 향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에는 대청봉 10.2km, 비선대 2.7km, 금강굴 3.3km, 울산바위 3.4km, 흔들바위 2.9km, 신흥사 0.2km 라고 되어있다.
곧이어 설악산신흥사 현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난다.
15시 5분 소공원을 지나고 정비가 잘된 길을 걸어 설악산광안내도와 설악산관광호텔이 있는 소형차주차장에 도착한다.
15시 7분 버스에 오르면서 12시간 30분간의 산행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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