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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계종주

대전시계종주 2구간

2004년 3월 21일 (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배낭을 꾸린다. 시계종주 두 번째 구간을 산행하는 날이다. 대충산사 대전시계 종주팀(리더/강산에님과 뫼꿈님)과 합류하기로 한 장소까지 집사람이 승용차로 태워다 준다고 한다. 일요일마다 산에 가기 때문에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일요일 아침 단잠을 버리고 선뜻 태워다 준다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 7시 50분 뫼꿈회장님과 만나 약속장소인 유성으로 향한다. 일요일이라 도로가 한산하다. 8시 약속장소에 도착한다. 가이아님, 근자님, 문병환님과 풍선님, 강산에님, 오케이 사다리에 청벽님, 그리고 혜숙님까지 9명이 속속 합류한다. 1차 종주에 함께 했던 놀며쉬며님 대신 청벽님이, 홍일점 단무지님 대신 혜숙님이 2차 종주에 참여하므로 1차 종주와 마찬가지로 9명이다.

8시 40분 104번 좌석버스에 오른다. 유성을 빠져나가 노은을 지나 9시 10분 제2안산교에서 하차하여 곧바로 여수비탈산 뒤쪽으로 치고 오른다. 9시 20분 중장비의 굉음소리가 들린다. 도로를 내기 위해 산을 잘라내고 있다.


산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그대로 있다. 어느 누가 산행을 하든지 산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훼손을 시키면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쉽게 우리를 떠난다. 산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함을 준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없다. 앞쪽으로 보이는 산은 마치 학창시절 학생주임이 머리 길은 학생을 바리깡으로 밀어 놓은 듯하다.


불도저가 밀어낸 산허리를 돌아 오른다. 가파른 오름길이다. 소나무 숲 사이로 희미한 흔적을 따라 오래 전 이 길을 지나간 강산에님과 구름나그네님의 표시기가 길을 안내한다. 낙엽과 솔잎 수북히 쌓인 푹신푹신한 길을 사각사각 소리 음악 삼아 편안하게 걷는다. 10시 50분 덕진산성에 도착한다.


2004년 3월 1일 세운 덕진산성비가 산뜻한 모습을 하고 나그네들을 맞이한다.


잠시 쉬어간다.


이어지는 길은 산책로이다. 등산로 옆에 작은 묘가 나온다. 여기부터 우산봉까지는 가파른 능선길이다. 묘에서 얼마안가 전망바위가 나온다. 11시 10분 길은 경사가 조금씩 더해가면서 고도가 높아진다. 10시 20분 투구모양을 한 바위를 지나고 다시 산책로로 변하는 듯 하더니 오름길이 이어진다.


갑하산과 우산봉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다. 그래서 가족끼리, 벗들과, 또는 연인들이 호젓하게 정담을 나누며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것 같다. 계룡산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이 산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때문인지 조용하다. 10시 40분 우산봉(雨傘峰 574m)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호텔리베라 산악회가 세운 정상표지가 있다.


조망은 사방으로 모두 양호하며 계룡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ㄷ자 종주의 시작점 장군봉이 코앞에 있다. 갑하산, 공암, 노은지구도 보인다.


그러나 황사 때문에 시야가 뿌옇다. 계룡산의 꼬리로 대전 서쪽 편을 감싸고 있는 우산봉은 반석동 서쪽에 병풍처럼 둘러친 산 가운데서 가장 높은 산을 ‘우산봉’(지도상에는 우솔봉으로 표기되어 있다.)이라 부른다. 계룡산 천황봉에서 산줄기가 백운봉, 도덕봉을 휘돌아 갑하산을 거쳐 치달리다가 금강에 떨어지기 전에 불끈 솟아 올린 봉우리이다. 이 산의 등마루는 숲과 암릉이 적당히 어우러진 가운데, 특히 소나무가 많아서 걷기에 편하다.


옛날 여기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우산봉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한다. 마을사람들의 정성을 하늘이 알았던지 기우제를 지낼 때부터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비가 많이 와서 가뭄을 면하였다 한다. 그래서 비를 몰고 온 산이라 하여 이 산을 '우산봉'이라 부른다. 한편 옛날 대홍수가 났을 때 모두 물바다에 잠겼는데 이 산은 높아서 다 잠기지 않고 꼭대기 우산만큼 남았다고 해서 우산봉이라고 불렀다고 하며 또는 주변 산들이 우산을 받고 있는 형상이라서 이렇게 불렀다고도 한다.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단체 사진을 촬영한다. 11시 다시 길을 재촉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구암사로 하산하는 코스이고 그대로 직진하면 갑하산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내림길에 전망 좋은 바위에서 강산에님이 계룡산 산줄기를 설명한다. 계룡산 주능이 한눈에 들어오고 갑하산과 공암이 보인다.


암릉구간이다. 5분 정도 내려서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석간수샘이 왼쪽으로 10여m 떨어진  기도터 바위 밑에 있다. 우솔봉샘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우산봉과 갑하산을 잇는 산줄기는 숲이 무성하며 심심찮게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는 아기자기한 바위와 기암이 숲과 어울려 경관이 좋다. 둔산시가지와 노은지구는 90년도만 해도 농경지였으나 지금은 신도시로 변하여 우뚝 선 아파트와 상가들로 가득 차 있다. 능선을 타고 도는 산행은 주위에 보이는 빌딩 숲이 종주 산행을 느끼기에 충분한 코스다. 또 능선을 지나는 대부분의 산길이 숲 속을 지나고 있어서 산행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그다지 어려운 곳도 없어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우산봉에서 갑하산에 이르는 산줄기 서쪽은 대부분 낭떠러지 혹은 가파른 비탈을 이루고 있다.


11시 30분 535봉을 지나고 곧바로 갑하산(甲下山, 565m)에 도착한다. 이정표에 흐려진 갑하산 표시를 강산에님이 매직으로 다시 진하게 덧칠하고 바위에 둘러앉아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뫼꿈님은 가방에서 1.6리터 맥주병을 꺼내시며 주식이란다. 근자님은 이번 2차 종주에서도 회원들을 위해 복분자주를 준비하고, 혜숙님이 가져온 쌈은 단연 인기를 독차지한다. 12시 5분 푸짐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갈 길을 재촉한다. 능선을 따라 걷다  12시 30분 숨가쁘게 5분 정도 치고 올라 쌀개봉(헬기장)에 도착한다.


대전쪽 자락에 많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이 자리잡고 있다. 넓은 현충원 묘역을 내려다보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혼들 생각에 숙연한 느낌이 든다.


내림길이다. 12시 45분 묘 1기가 보이는 곳에 이정표가 있다. 갑하산 1.8km 먹벵이골 1.2km라고 쓰여있다.


얼마 전 산불에 화마의 상처가 그대로 흔적으로 남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서쪽으로는 계룡산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장관을 이루고, 동쪽의 바로 밑에는 국립현충원(국립묘지)이, 그리고 멀리는 대전 시가지가 드넓게 펼쳐진다. 


2002년 6월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간의 8강전이 있었던 대전 월드컵 경기장 모습도 보인다.


남쪽으로는 도덕봉(534m)과 연결이 되는 곳인데 그 사이로 왕복 4차로 도로가 뚫려 있다. 물론 산허리 수십m를 파헤쳐 만들었기 때문에 도덕봉과 갑하산의 이어짐이 끊어진 것이다. 13시 20분 삽재에 내려선다.


대전과 공주를 잇는 32번 국도로 4차선 포장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이어진다.


잠시 쉬는 사이 거브기님이 맥주를 사 가지고 종주팀을 격려하기 위해 오신다. 시원한 맥주 한잔씩 주고받으며 지친 몸을 재충전하고 도덕봉을 향해 오름길을 오른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심하다. 숨가쁘게 30여분을 올라 안부에 도착해서 물 한 모금으로 목까지 차 오른 숨을 달래고 산행은 계속된다. 14시 35분 도덕봉에 도착한다. 우산봉에서 계속 남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32번 국도가 지나가는 삽재에서 맥을 낮추고 다시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를 하나 빚어 놓는다. 이 바위 봉우리가 해발 535.2m인 도덕봉이다. 도덕봉은 대전시 유성구와 공주시 반포면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계룡산과 대전시 중간에 위치해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전개되는 계룡산과 동으로 펼쳐지는 대전시와 유성 조망이 일품이다. 이 도덕봉과 능선이 연결된 백운봉(白雲峰·596m), 금수봉(錦繡峰·532m), 빈계산(牝鷄山·476m) 등을 포함해 흑룡산이라 부른다. 이 흑룡산은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에는 도덕봉이라고 표기돼 있다. 옛날에 많은 도적들이 들끓어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물건을 약탈해갔기 때문에 옛사람들이 도적봉이라고 부르던 것을 지도를 만들면서 도덕봉으로 바꿔서 표기했다고 한다. 정상 표시는 없고 삼각점만 박혀있다. 삼각점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근자님이 주시는 초코렛과 청벽님이 주시는 당근쥬스 한 잔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백운봉으로 향한다.


왼쪽은 수통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5분쯤 내려가면 왼쪽으로 다시 하산하는 길과 만나고 이후로는 평탄한 능선길이 동월고개까지 이어진다. 동월고개는 이곳 능선 중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왼쪽으로 계곡 하산로가 있다.


15시 정각. 3∼4분 정도 숨가쁘게 치고 올라 485봉에 닿으면 산책로 같은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15시 30분 가파른 오름길을 다시 숨가쁘게 치고 올라 백운봉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정상표지목 대신 분재 같은 소나무가 있고 작은 돌을 쌓아놓았다.


15시 45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약간의 내림길을 내리고 직진하여 묘1기 안부를 지나 고도를 높여 오르면 삼각지점인 관암산(冠岩山, 526m)에 도착한다. 강산에님 배낭에 들어있던 막걸리와 간식들을 나누며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16시 10분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오른쪽으로 계룡대 골프장이 보이고 16시 25분 숨가쁜 오름길이 잠시 이어지더니 시루봉에 도착한다.


계룡산 천황봉과 그 아래쪽에 머리봉, 그리고 향적산(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진다. 16시 45분 솔잎 수북히 쌓인 길은 발걸음 옮길 때마다 아사아삭 소리를 내며 아우성이고, 치성을 드리기 위해 돌탑을 쌓아 놓은 곳에 생강나무는 노란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한다.


16시 50분 드디어 산행종점인 동문다리에 도착하여 두 번째 구간 종주를 완료한다. 풍선님과 헤어지고 탈출로로 들어선다.


버들강아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손짓하고 지난번 백년만의 폭설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는 허리가 꺾이고 부러진 채 울부짖고 있다.


17시 15분 군인(본부)교회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던 봉고에 오르면서 8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칠갑산 숯불갈비집 뒤풀이에 함께 해 주신 느낌표!님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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