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전시계종주

대전시계종주 1구간

2004년 2월 22일 (일)

토요일 오후 늦게 전화벨이 울린다. 뫼꿈 회장님이다. 내일 예정대로 시계종주를 진행한다고 한다.

아침 7시. 집 앞에서 뫼꿈 회장님을 만나 가람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우산을 받쳐들고 걱정이 앞선다. 10분 넘게 기다려도 신탄진 가는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잡으려는데 704번 신탄진행 좌석버스(요금 1300원)가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니 회장님이 대전시지도(5만분의 1)를 선물로 주시며 오늘 종주 할 첫 구간에 대해서 설명하신다.

20분 후 7시 40분 신탄진 역에서 하차한다. 가이아님이 걸어오시고 풍선님과 문병환님, 조금 후에 유일한 홍일점 단무지님과 놀며쉬며님 그리고 강산에님이 도착한다.

8시 30분이 넘도록 대평리행 버스가 오지 않는다. 송강에서 기다리는 근자님이 계속 강산에님에게 핸드폰을 날린다. 택시로 이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8시 35분 대평리행 725번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에 오르니 우리 일행 8명 외에 아무도 없다. 시계종주 전세 버스가 된 셈이다.

8시 45분 봉산동에서 근자님이 승차하고 10분을 더 달려 박산리 고랫뜰에서 모두 하차한다.


마을을 지나고 묘지와 포도밭을 통과해서 아시아제지 공장이 보이는 금강 금동양수장 옆 벤치에 도착한다. 꾀꼬리봉을 바람막이 삼아 빙둘러 모여 막걸리 한잔씩 돌아가며 간단하게 시계종주 출정식을 대신한다.

9시 40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드디어 시계종주의 첫발을 내딛는다.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10시20분 608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연기군 박산리와 유성구 신동의 경계(버스에서 하차했던 고랫뜰 근처)에 도달하자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입고 도로를 건너 밭을 가로지른다. 

10시30분 진주강씨(晋州姜公)묘가 보이고 이어 수 없이 많은 묘지들을 보게된다.

10시 45분 굉음을 내며 정지작업을 하는 포크레인 기사가 어디가냐며 묻는다. 대전시계종주 중이라고 대답하고 웅덩이를 지난다. 질퍽한 길이다.

10시 55분 시멘트 물막이를 통해 계류를 건너 산 속으로 들어간다. 길을 잘 못들어 잠시  방황한다. 청록님이 산행조심하고 감기 걸리지 않게 보온에 신경쓰라고 격려 전화를 주신다.

11시 20분 덕진재에 도착한다. 금남면 연기군과 대전시 경계도로로 내려선다. 왼쪽이 대전 오른쪽이 연기군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산비탈을 오른다.

11시 30분 잘 정비한 묘지들이 눈에 띤다. 창녕성씨(昌寧成公)들의 묘지들이다. 묘지석에 ‘대밭’이라는 글자를 두고 농담이 오고간다.

11시 40분 배 과수원 앞 잔디밭에서 회장님이 점심식사를 하자고 걸음을 멈춘다. 이른 점심 식사를 한다. 회장님의 준비한 홍탁과 근자님의 복분자술, 강산에님이 싸온 김밥에 놀며쉬며님이 준비한 떡 등 푸짐한 음식들이 정겹게 오고가는 이야기와 함께 나눔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12시 5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12시 55분 이번 첫 구간의 가장 가파른 오름길을 만난다. 숨소리는 점점 거치러지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힘겹다.

13시 10분 송전탑이 길을 가로 막아선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숨을 달래고 앞 선 회장님을 부지런히 뒤쫓는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진눈깨비로 바뀐다.

13시 45분 묘지에 도착한다. 제5봉 옥당봉(玉堂峯)이라는 조그만 표지석이 보인다. 강산에님이 내놓은 귤을 먹으며 15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진눈깨비는 어느덧 눈으로 변하고 비에 젖은 몸 속으로 한기가 파고든다.

14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14시 5분 제6봉 연화봉을 지나고 14시 10분 금병산(372M)에 도착한다. 제7봉 운수봉(雲水峯) 표지석이 보인다. 이곳에서 수운교까지는 1.7km. 

14시 25분 제9봉 감찰봉(鑑察峯), 14시 30분 제11봉 대법봉(大法峯), 14시 35분 제12봉 창덕봉(彰德峯) 표지석이 눈에 띠는데 제8봉과 제10봉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수운교에서 세운 표지석인 것 같다.

14시 35분 노루봉에 도착한다. 다행히 날이 갠다. 국방과학연구소 철조망을 앞에 두고 그대로 진행하느냐 탈출하느냐 의견이 갈린다. 각자의 뜻에 따라 진행팀과 탈출팀으로 나뉘어 탈출팀은 회장님이 안내하고 진행팀은 강산에님이 안내한다.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라 진행팀(강산에, 근자, 풍선, 황태자)을 따른다. 길은 없다.   급경사 사면길을 잡목을 헤치고 내려선다. 가시덤불에 할퀴고 찢기며 걷고 미끄러지기를 40분 오래된 정자가 눈에 띤다. 석탑이 있고 정자 아래쪽에 임씨(林氏)묘가 석장승을 거느리고 나그네들을 맞이한다.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희미하게 사람이 다닌 길 흔적이 보인다. 흔적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나그네를 인도한다. 나무 가지에 걸려 고개를 숙이니 영지버섯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웬 횡재인가. 조심스럽게 캐낸다. 100여m 떨어진 곳에서 마애불이 부르는 유혹을 뒤로하고 계속 가던 길을 재촉한다. 철조망 옆으로 초소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앉아 쉬며 근자님이 건네주는 쵸코렛으로 허기를 속인다. 거칠메기고개에 도착한다. 절개지를 내려서니 연기군과 경계지점이다.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반대쪽 공사장으로 들어간다. 공사장 한가운데를 통과하니 시냇물이 길을 막아선다. 다행히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시냇물로 등산화에 붙은 황토흙과 바지에 묻은 진흙을 대충 씻어내고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긴다. 여수비탈산은 절벽으로 오르는길과 내려는 길이 없어 우회한다.

17시 5분 제2안산교에 도착하면서 첫 구간 종주는 끝이 난다.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모양, 몰골들이 말이 아니다. 104번 버스를 타고 유성으로 이동하여 할머니순대 집에서 탈출팀과 합류한다. 순대 안주 삼아 술 한잔씩 건배하고 간단한 뒤풀이로 대전시계 첫 구간 종주는 마무리된다.

'대전시계종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시계종주 6구간  (2) 2008.07.17
시계종주 5구간  (0) 2008.07.17
대전시계종주 4구간  (0) 2008.07.16
대전시계종주 3구간  (0) 2008.07.16
대전시계종주 2구간  (0) 2008.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