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쯤 올해 출전할 마라톤 대회를 검색하면서 제주도 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 200km 울트라 코스의 일부분을 달리는 코스다. 제주의 봄도 느끼고 작년에 엄청 긴장하면서 달리던 해안도로를 추억을 되살리며 여유롭게 달려보고 싶어 참가신청을 하고, 마침 저렴한 항공권이 있어 서둘러 예약을 했다. 용수골님과 피오나님 그리고 트리플리가 동행하기로 하고 전날 가족여행겸 먼저 떠나는 만정님과는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대회 전날 오후 청주공항으로 이동한다. 트리플리는 제주도여행이 처음이란다. 왠지 여권을 챙겨야할 것 같았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마음은 벌써 제주도에 가 있다.
청주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는 이륙 후 50분. 기내에서 서비스되는 제주감귤 주스 한잔 마시면 곧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온다.
공항에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대회장까지 이동하는 대회 무료셔틀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근처 제주종합경기장 수영장앞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숙소를 근처 제주마실게스트하우스에 정했다. 여자 2명은 2인실을 남자둘은 4인실 도미토리를 이용했다. 방에는 충주에서 여행온 20대 초반의 청년이 먼저 와 있었다. 내일 마라톤 10km코스에도 참가한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추천하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허름한 기사식당인데 착한 가격에 음식도 맛있어 손님들로 북적인다.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시키고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벚꽃축제기간이어서 제주종합운동장을 한바퀴 빙돌며 야시장이 열렸다. 제주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눈이 즐겁다.
새벽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가방을 챙겨 근처 해장국집에서 황태해장국과 순두부 백반으로 배를 채우고 셔틀버스를 탑승하러 간다. 먼저 와 있던 만정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유랑자는 참가신청을 하였지만 꼬리표 염증수술로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참가를 못했다. 항공기 요금도 날리고 ㅜ.ㅜ...대회장인 한림종합운동장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된다.
걱정했던 날씨는 바람한 점 없고 온화하다. 기분이 상쾌하다. 출발 약 40분 전 주주복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제주MBC에서 인터뷰요청이 들어온다. 간단하게 인터뷰(제주MBC 녹화방송은 4월 5일 오전 8시 5분부터 방송예정)를 하고 출발선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다음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장을 서너바퀴 조깅으로 몸을 푼다. 아깝게 경차가 걸린 경품추첨은 제주도민의 차지로 돌아갔다. ㅎ
9시 정각, 풀코스와 하프코스 주자들이 출발한다. 용수골님과 두이는 3시간 30분 페메와 함께 달리고 약간 뒤에서 피오나님과 달린다. 감기로 컨디션이 안좋은 만정님은 완주를 목표로 천천히 뒤따른다.
15KM 급수대를 지나고 차귀도 남부풍력발전소 커다란 풍차가 눈에 들어온다. 아주 약한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정석근 선수를 앞질러 엄청 빠른 속도로 중국선수가 선두로 달린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용수골님과 두이가 보인다. 3시간 30분 페메를 따라가는게 부담스러운지 500M 정도 뒤에서 달린다. 여자 5위다.
바람도 없고 컨디션도 좋아 3시간 38분을 목표로 피오나님과 속도를 맞춘다. 아~ 25KM를 지나자 우려했던 허리 통증이 시작된다. 속도를 조금 늦춘다. 28KM 지점을 지나면서 걷고 있는 용수골님을 만난다. 다리 통증으로 뛸 수가 없다고 한다. 경쟁자는 거리를 줄여주고, 동반자는 고통을 줄여준다...30KM 급수대에서 진통제를 먹고 미안하지만 하는 수없이 피오나님을 먼저 보낸 후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1KM가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39KM 지점에서 4시간 페메를 만나 6분 페이스로 동반주를 한다. 힘겹게 골인한다. 3시간 58분 47초.
생수 한 병을 챙겨 운동장에 털썩 주저 앉는데 시상대에서 여자부 풀코스 시상을 한다. 4위 대전주주클럽 이두이. 기록 3시간 36분 31초. 시상대까지 걸어 갈 힘이 없어 박수만 보낸다. ㅜ.ㅜ 약 10분 정도 먼저 들어 온 피오나는 화장실에서 쥐가나서 시상식을 보지도 못했고, 시상식이 끝나고 용수골님과 만정님이 차례로 골인한다.
운동장 벤치에 얹아 뛰면서 주로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시원한 콜라와 캔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날려 보낸다. 셔틀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돌아온다. 피오나님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힐탑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걸어서 조금 떨어진 동문시장 구경을 나선다.
제주의 명물 오메기떡은 제주 전통먹거리이다. 오메기는 차조의 제주도 사투리다. 한 개 천원이지만 공항에서는 1개에 천오백에 판매한다. 동문시장은 대전의 중앙시장만큼 크다. 제주 재래시장답게 한라봉이며 천혜향 그리고 고등어회와 갈치회를 비롯하여 문어, 광어 등 수산물이 지천이다. 야식으로 먹을 천혜향과 고등어, 갈치 모둠회를 한 접시 구입한다.
입상 턱으로 두이가 맛있는 저녁을 쏜다고 하여 택시를 타고 전복해물탕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이동한다. 7만원짜리 해물탕에 전복이 20마리가 들어있다. 축하전화를 받느라 두이는 정신이 없다. 폭탄주와 막걸리를 주고 받으며 행복한 저녁식사를 만끽한다. 마지막 해물라면은 화룡점정이다.
활짝핀 하얀 벚꽃이 어둠이 짙게 내려 앉은 제주의 밤거리를 밝힌다.
용연을 걷고 용두암을 돌아보며 소화를 시키고 숙소로 돌아와 고등어 갈치회를 안주삼아 맥주 한잔씩 주고 받는다.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편하게 세상 모르고 잤다. 샤워를 하고 안마의자에 앉아 온 몸을 맡긴다. 숙소에서 천원에 제공하는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고 걸어서 공항으로 이동한다.
하루 더 제주관광을 하고 다음날 돌아오는 일행들은 렌트카사무실로 향하고 나 홀로 탑승수속을 한다. 짙은 해무로 항공기 출발이 지연된다. 대구행 티웨이항공은 3시간이 지연되었는데도 언제 출발할지 모른단다. 다행히 청주행 제주항공은 1시간 지연된다.
신나게 고속도를 밟으며 아침에 남긴 빵으로 점심을 때운다. 오후에 4시간 연속 수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행복했던 봄날은 꿈같이 추억속으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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