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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자율학습 자율로 하자

현행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야간자율학습 방법에 대해 30년간 근무한 교사로서 이제는 실시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오랫동안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마치 금과옥조처럼 지속되어온 야간자율학습은 사실상 너무나 반강제적이고 획일적으로 시행되어와 상당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평과 불만 속에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학년 초가 되면 담임교사가 새로 배정된 학생들과 상담하고 1~2주일 후에나 실시했는데 이제는 입학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실시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어서 과연 교육적, 정서적, 인간적 측면을 고려한 것인지, 마치 학교 간 경쟁이라도 벌이듯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비교적 편하게 다니던 중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오자마자 갑자기 밤 10시까지 강제로 교실에 붙들어놓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며 무슨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야한다. 이들은 고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두세 달이 걸리며 그때까지 갑작스럽게 바뀐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몸살을 앓거나 학교에 대한 염증을 가지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와 무관하게 학교와 교사들이 마치 담합한 듯이 강제적·일률적·무차별적으로 강행해와 마찰과 갈등의 씨앗을 낳고 있으며 말이 자율학습이지 사실상 강제 야간타율학습으로 불린다.

 

일선 고교에서는 강제로라도 공부를 시켜야 자기 학교의 진학성적이 오르는 듯 판단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박탈한다. 요즘 고교생들은 조기에 등교해 6~7시간의 정상수업과 1~2시간의 방과 후 학교(일명 보충수업)를 하고 있으며 이후에 다시 야간자율학습이란 미명하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학교와 담임의 강권에 의해 밤 10시까지 교실에 붙들려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일과 후의 학습은 학생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실시되어야 함에도 실제로 학생들의 선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무런 법적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에 동참케 함으로써 학생들의 불평불만의 씨앗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간자습의 효율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효과 있다’가 15%, ‘효과 없다’가 70%, ‘잘 모르겠다’가 15%로 드러나 사실상 강제로 실시한 만큼의 성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일선고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다른 학교가 하니까” “하지 않는 것보다 나으니까” “하면 성적이 올라가니까” “집에 보내면 학생을 믿을 수 없어서” 등등 온갖 변명과 핑계를 들이댄다.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이 제대로 잘 되는지 알아보았더니 유감스럽게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우선 하고 싶은 학생과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이 섞여 있으니까 하기 싫은 학생들이 떠들어 원하는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며 복도에 감독교사 2명이 몽둥이를 들고 왔다 갔다 하니 구두소리와 몽둥이를 교실 벽에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했으며 하기 싫은 학생은 서너 시간 동안 가시방석에 앉아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따라서 합리적인 방안은 철저하게 희망자에 한해서 실시해야 정숙한 가운데 제대로 자율학습이 되며 각 교실에 남길 것이 아니라 대형 도서관에 한데 모아 실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본다. 하고 싶은 학생과 하기 싫은 학생 모두를 남겨 놓으니 전부가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비효율적인 자율학습을 이제는 희망자들만 할 수 있도록 일선고교들이 과감히 의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학교에 남긴다고 해서 공부가 잘 되고 성적이 올라간다는 그릇되고 편견된 견해에서 탈피해 학생 자신의 건강과 학습의 효율성을 최대한 고려해 철저히 희망자만 야간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간자습을 원하지 않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가장 바라고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이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해 때로는 사제 간의 관계마저 소원하게 만들므로 이제는 진정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자습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시·도 교육청에서도 이런 부작용과 폐단이 있음을 감안하여 지금부터라도 희망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일선 고교를 강력히 통제하고, 이를 어기는 고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