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1년 7월 24일(일)
산행코스 : 황점마을-삿갓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칠연폭포-안성탐방지원센터
오늘은 중복이다. 예부터 삼복에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산간계곡을 찾아서 청유(淸遊)를 즐기고, 보신탕(개장국)·삼계탕(蔘鷄湯) 같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몸을 보신한다. 전라도에서는 밀전병이나 수박을 먹으며, 충청도에서는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福)을 빌었다고 한다.
청백산악회를 따라 남덕유산 원추리꽃 산행에 나선다. 버스에 올라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다. 대진고속도로로 들어선 버스는 아침식사를 위해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20여 분간 정차하고 서상요금소를 빠져나가 좌회전해서 26번 국도를 타고 진행하다 1001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령재를 넘어 황점 마을에 도착한다.
남덕유산은 3대강의 발원샘을 갖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왜구들과 싸운 덕유산 의병들이 넘나들던 육십령은 금강(錦江)의 발원샘이며 정상 남쪽 기슭 참샘은 거룩한 논개의 충정을 담고 있는 진주 남강(南江)의 첫물길이 되며 북쪽 바른골과 삿갓골샘은 낙동강(洛東江)의 지류 황강(黃江)의 첫물길이다. 월성계곡 상류에 위치한 황점 마을은 옛 이름이 삼천동(三川洞)이다.
덕유산 산행하면 으레 향적봉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등산로가 향적봉을 향해 뚫려 있으나 등산객들이 별로 찾지 않는 남덕유산도 향적봉에 견줄만한 산세를 지닌 산이다. 향적봉이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켜 나 있는 반면 남덕유산은 백두대간의 분수령을 이루므로 백두대간 종주 팀들에게는 오히려 향적봉보다 더 의미 있는 산이다. 남덕유를 산행할 경우엔 대개 육십령에서 함양군 서상면으로 들어가 영각재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택하나 거창군의 오지 북상면 황점에서 삿갓골로 들어가 삿갓골재-삿갓봉-월성재-남덕유산-영각재-황점을 연결되는 원점회귀 산행 코스는 접근하기가 용이하고 호젓하여 좋은 인상을 주며 삿갓골재에서 월성재까지 능선타기는 덕유산 종주의 기분을 맛보기에도 충분하다. 오늘 산행은 황점마을에서 삿갓재로 올라 무룡산을 지나 동엽령에서 칠연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월성계곡의 상류 끝 마을인 황점은 농가 10여 호가 모여 있는 깊은 산골 마을이다. 종점상회에서 50여m 떨어진 곳 버스 정류소 옆에 나씨 효자비각이 세워져 있고 반대쪽이 산행들머리다.
700여m를 넓은 산길을 따라 들어가다 삿갓골로 접어든다. 오름길이다. 계곡에 흐르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한다. 연이어서 두 개의 철제 다리를 건너고 곧이어 나무다리를 건너면 삿갓골재(대피소) 1.7km 이정표가 보인다.
길은 점점 경사를 더해가고 이마에 땀이 흐른다. 산행은 계속된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나무 계단을 오르자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삿갓재(1280m) 대피소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동업령을 거쳐 덕유산 향적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미 대피소 안은 비를 피해 쉬어가는 등산객들로 북새통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무룡산으로 향한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덕유의 주능선은 언제 걸어도 평온하다. 안개 속을 거닐며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다. 원추리를 비롯하여 일월비비추, 동자꽃 등 들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무주군 안성면과 경남 거창군 북상면 경계에 1491.9m로 치솟은 무룡산의 옛 이름이 불영산인데 부처님 그림자가 비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무룡산(舞龍山)은 용이 춤추는 산이란 뜻으로 정상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차례의 굴곡이 마치 용의 꼬리 부분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무룡산 주변의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이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이미 길은 질퍽질퍽하고 풀잎에 맺힌 빗방울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빗물이 바지를 타고 등산화 속으로 스며들어 걷기가 불편하다.
동엽령(1320m)에 도착한다. 동엽령(冬葉嶺)은 전라도 무주군 안성면과 경상도 거창군 북상면을 잇는 고개로 지방의 토산품을 교역하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다. 덕유산의 옛 고개 중 깊은 산중에 있는 덕에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겨울 잎'으로 해석되는 그 이름의 유래는 찾기가 어렵고 다만 거창군에서는 동엽령을 '동업이재'로도 부른다고 한다.
오른쪽 병곡리로 내려가는 길에 나무 쉼터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산꾼들로 만원이다.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으로 허기를 달래고 왼쪽 칠연계곡으로 내려선다. 동엽령 서쪽 계곡을 '안성계곡', '칠연계곡', '용추계곡'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칠연폭포삼거리에서 왼쪽 칠연폭포(0.3km)를 향해 계단을 오른다. 5-6분 진행하자 칠연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무성한 수풀과 시원한 계곡 물줄기가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칠연(七淵)폭포는 일곱 폭포가 한 줄로 이어진다. 7개의 연못이 연이어 있다고 해서 칠연폭포라 부른다.
이곳 역시 ‘그 옛날’로 시작되는 전설이 즐비하다. 어느 도사가 인고의 노력 끝에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칠연폭포를 비롯해 명제소에서는 이 7개의 폭포를 1년씩 돌며 쉬지 않고 7년간 도를 닦으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다섯 번째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 하여 ‘선녀탕’이라 일컬어지며, 선녀의 유혹을 물리치고 7년간 도를 닦아 천제의 허락으로 하늘에 올랐다는 신선바위가 여기에 묘미를 더한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안성 탐방지원센터로 향한다. 길 오른쪽에 하얀 포말이 작은 물웅덩이를 휘감으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문덕소(門德沼)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문덕소와 칠연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적 신선이 되길 갈망하는 한 도사가 있었는데 천제에게 기도하며 7년간 수도한 끝에 그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고, 우화등선(羽化登仙-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됨) 하기 위해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오르는 날 새벽에 어느 부잣집 앞을 지나는데 구수한 밥 냄새가 나서 허기를 참지 못한 도사는 밥 한술을 먹게 해 줄 것을 청한다.
측은히 여긴 이 집 며느리가 도사의 청을 시아버지에게 전했더니 노랑이로 유명한 시아버지는 "아침에 남에게 밥을 주면 재산이 축난다"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자, 도사가 화를 이기지 못해 며느리만 집 밖으로 불러낸 뒤 도술로 큰물을 일으켜 집을 통째로 떠내려 보냈다고 한다. 이때 이곳에 폭포와 소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경거망동한 도사는 천제에게 혼이 난 뒤 다시 7년을 수도하고 마침내 천제의 허락을 받아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천제가 도사를 문책하였다 하여 서기가 감돌던 소(沼)를 문덕소라고 하고, 도사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하여 칠연폭포라 불리고 있다.
탐방지원센터 앞 계곡물에 옷을 입은 채 그대로 몸을 담근다. 땀과 빗물로 범벅이 된 몸이 개운하다. 주차장을 지나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마을 앞 소나무 숲까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약 6시간 30분소요. 산악회에서 제공한 닭죽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수박 한 조각으로 입가심한 후 버스에 오르니 나른함이 온몸에 기분 좋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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