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0월 31일(일)
산행코스 : 백운동-만물상-서성재-칠불봉-상왕봉-해인사-주차장
성주IC를 빠져나와 가야산 방향으로 향하는 국도변으로 줄지어 늘어선 차량행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가 짐작케 한다.
휴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인해 백운동 주차장은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이며, 등산로 입구에 수많은 등산객들이 저마다 오르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가야산은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불꽃처럼 타오르며 갖은 형상을 하고 하늘을 마주하고 있는 기묘한 형상의 암봉들로 이뤄진 만물상(萬物相) 코스는 일반인이 등반하기에 위험하여 통제를 해오던 곳으로 2년여에 걸쳐 등산로 정비 사업을 마친 후 올해 37년 만에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되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산행 들머리에 설치된 센서를 이용해 탐방객수를 세는 계측기를 지나면서 부터 바로 돌계단으로 이뤄진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만물상코스는 기존의 용기골코스 보다 겨우 0.4km 더 길지만 험로가 많은 탓에 시간은 1시간이나 더 소요된다.
오르내림의 반복과 심한 비탈길로 인해 시원스레 땀을 흘릴 것 같은 길을 많은 사람들로 인해 갈지자 걸음으로 느긋하게 오를 수밖에 없음이 오히려 고맙기만 하다.
누가 무어라 이름을 붙여도 토 달 일 없는 갖은 모양의 바위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들머리에서 스님바위, 코끼리, 개구리 등등 갖은 형상을 한 바위들로 이뤄진 만물상 코스가 끝나면서 만나는 서장대까지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거리인데 산길을 꽉 채운 인파로 오늘은 무려 5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맑은 햇살이 만물상을 비추니 불꽃같은 형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서장대 또는 서성대라 불리는 곳의 원 지명은 '상아덤'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아름다운 용모만큼이나 성스러운 기품을 지닌 정견모주(正見母主)라는 여신(女神)이 백성들이 살기 좋은 땅에 살기를 원하여 하늘에 정성을 다하여 빌자 천신(天神)인 이질하(夷叱河)가 어느 봄날 오색의 꽃구름 수레를 타고 내려와 정견모주와 부부의 연을 맺은 곳이라 한다.
이곳에서 자릴 잡고 인간의 삶을 살다 낳은 아이들이 '뇌질주일'과 '뇌질청예'로 대가야국의 첫 임금인 '이진아시왕'과 금관가야국의 시조 '수로왕'이 되었다 한다.
산성을 통해 칠불봉, 가야산(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과 용기골로 하산하여 백운동 매표소로 원점 회귀하는 길로 갈라지며 지긋지긋한 정체가 풀린다. 칠불봉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칠불봉까지 약 20여분 정도 소요된다.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거창군, 경상북도 성주군에 걸쳐있는 명산이다. 주봉인 칠불봉 (1,433m)과 우두봉, 남산, 단지봉, 남산제1봉, 매화산 등 1,000m내외의 연봉과 능선이 둘러 있다. 예로부터 "조선팔경"의 하나로 알려진 가야산은 산세가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가야산 정상은 경북 성주군(칠불봉)과 경남 합천군(상왕봉 또는 우두봉)이 서로 최고의 봉우리라 다툼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 상왕봉 정상 일대도 해인사 경내로 문화재 구역이므로 해인사로 내려서는 탐방객들에게도 입장료를 징수한다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해인사 사찰의 욕심에 기가 찬다.
칠불봉과 상왕봉은 약 20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 중간지점에 경북과 경남의 도경계가 지나가고 있고, 칠불봉(1,433m)이 상왕봉(1,430m) 보다 3m 높기 때문에 "합천 가야산"이 아니라 "성주 가야산"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 성주군쪽 주장이다.
하늘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산길 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상왕봉에서 약 1시간 10분 정도 내려서면 해인사 일주문에 닿는다. 이미 주위는 어두컴컴해지고 빗줄기가 굵어져 그대로 일주문을 스쳐지나 주차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