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의 고백"
교사인 나는 행복하지 않다. 다른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교에서 오라고 하는 시간보다 늘 늦게 오는 아이들이 지겨웠다. 야간 자율 학습과 보충 수업을 빼달라는 아이들이 싫었다. 나의 대답은 늘 "너 하나가 우리 반 전체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봐주고 싶지만 안 될 것 같다"였다.
수업 때 '감히' 엎드려 자는 아이들은 나에게 적이었다. 그들에게는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체벌이 가해졌다. 내 수업 시간에 졸거나 엎드려 있는 아이들은 없었다. 떠드는 아이들도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어느 순간 아이들과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담임을 하면서 비교적 학급 통제를 잘 하는 담임이 되었지만, 이후 나를 찾아오는 제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어느 순간 학교 방침만을 강요하는 내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나는 사명감에 불타 아이들을 때렸다. 적어도 학년에서 악역을 맡은 교사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학교가 돌아간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런 악역을 즐겼다. 하지만 점차 그런 역할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학교를 찾아오는 학부모를 만나고, 체벌에 마음을 다친 학생들을 만나며 상당히 혼란을 느끼게 됐다. 과연 체벌이 올바른 것인가. 교사 모임에 참여하면서 체벌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아이들의 인권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체벌을 내려놓고 학생 인권을 인식한 이후, 나는 교사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체벌이 없자 아이들이 다소 졸고 떠드는 경향이 있어 목이 빨리 쉬게 됐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 인권의 관점에서 학교를 다시 바라봤을 때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으며, 학교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고민 없이 살던 5년차 이전 시절이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체벌 빈번한 이유는 시스템 부족 때문"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체벌이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체벌을 포기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데, 체벌까지 가하지 않는다면 학교가 아예 무너지게 될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학교에서 체벌 말고 다른 방식의 징계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의 경우, 지각을 했다고 해서 때리거나 벌을 세우진 않지만, 본인의 학점에 손해가 가해진다. 일정한 성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재수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선 중·고교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나름 매뉴얼이 제시돼 있듯이, 학교에서도 그런 절차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의 부재는 교사로 하여금 체벌에 집착하게 만들며, 학생들에게는 몇 대 맞고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만들고 있다.
매일 교문을 지나가는 아이들과 마주보며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왜 교육적이지도 않은 잡다한 규정을 가지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눈을 부라리며 이른 아침부터 맞서야 하는가'
아침에 만나 즐겁게 안부를 묻는 거 대신 교사는 학생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뭘 어겼는지 관찰하느라 바쁘다. 학생은 뭔가 구린데가 있는 듯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게걸음으로 오금을 저리며 피해가느라 정신이 없다. 학교가 왜 쓸데없는 수많은 규정들을 애지중지하며 학생들에게 강요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쓸데없는 소모전과 맞서기가 빚어지고 있다. 학생들 마음속으로 전혀 수긍하지 못하는 규정을 대폭 정리하기 위해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
현재 학생들은 강력한 통제로 인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런 것을 바꿔줘야 한다. 민주주의는 20살이 됐다고 갑자기 실현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미리 준비시켜줘야 한다.
통제하기 보단 자유를 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의식을 길러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세상과,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매우 동감이 가는 글이어서
-야후! 미디어 "세상을 만나는 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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