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한라산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제주올레길을 걷고 싶었다. 마침 딸아이가 모 여행사의 이벤트행사에서 제주도 호텔숙박권과 렌터카 이용권에 당첨되었다며 다녀오란다.
아내와의 단둘이만 떠나는 여행은 오랜만이다. 아침 일찍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제주까지는 청주에서 출발하는 저가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전에서 청주공항까지는 자가용으로 약 50분 정도 소요되고, 청주공항 1일 주차료는 소형 6천원이다.
@청주국제공항
국내선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선 여권은 필요 없지만 신분증 꼭 지참해야 한다. 저가항공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왠지 불안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스타 항공은 이런 불안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한 편이고 승무원도 친절하다.
청주에서 제주까지는 이륙부터 착륙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간단한 음료수와 승무원의 기내 기념 촬영서비스가 제공된다. 낮게 비행하기 때문에 창문으로 이러저런 이색적인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이스타항공여객기
제주도를 여행한 후 다시는 제주를 안 찾겠다는 사람들은 대개 렌터카 때문에 기분을 잡쳐버린 관광객들이다.
렌터카를 예약 후 제주공항에 도착 후 주차장에서 렌터카 회사 직원으로 부터 차량을 인수할 때 꼼꼼하게 챙겨보아야 한다. 물론 렌터카를 인계하면서 직원이 어디가 긁혀있다 등 설명을 하지만 막 제주에 도착해 들뜬 관광객들은 그저 건성으로 듣기 일쑤다.
미리 자동차 앞뒤 범퍼, 문짝 주변, 자동차 옆면 몰딩상태 상처여부 등을 디카로 사진을 찍어 두면 이런 시비는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한라산을 횡단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서귀포로 향한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주의할 것 중의 또 하나는 교통위반 딱지다. 제주도 여행 잘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교통범칙금 통지서가 날아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제주도 도로의 최대속도는 시속 80킬로미터이고, 대부분의 도로는 시속 60킬로미터 정도다.
또 일부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80킬로미터에서 도로변에 마을이 있는 지역은 갑자기 제한속도가 시속 50킬로미터로 확~~~바뀌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곳에는 대부분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미리 도로변 교통안내판을 통해 최고속도가 바뀐다는 것을 고지하지만 들뜬 관광객들의 눈에는 잘 보이질 않다. 그래서 운전자는 차도 별로 없고 해서 마구 달리게 된다.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서부관광도로 중간에는 고정카메라와 함께 경찰이 이동식 과속 단속을 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단골로 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레의 원뜻은 제주어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길을 뜻한다. 올레길은 2007년 9월 8일 제주 동쪽 성산에서 시작해 서귀포를 거쳐 현재 저지오름까지 총 14코스(231km)가 만들어져있다. 앞으로 20코스까지 만들어 제주를 한 바퀴 이어 제주올레 트레일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올레 7코스 : 외돌개-돔베낭길-펜션단지길-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속골-수봉로-법환 포구-월드컵 사거리-두머니물-일강정 바당올레(서건도)-풍림 올레교-구 수봉교-제주 풍림리조트-강정사거리-강정 포구-안강정-월평 포구(종점)
제주올레 7코스는 서귀포 시내에 있는 외돌개에서 시작하여 태양이 지는 방향을 따라 월평포구까지 약 15km로 제주도에서도 가장 남단에 있는 환상의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7코스는 돔베낭길과 수봉로, 그리고 서건도를 스쳐 지나 강정천에 이르며 멋진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남국의 정취를 한껏 품고 그림 같이 떠있는 서귀포의 내로라하는 섬들의 모습도 올렛길과 더불어 기가 막힌 조화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기가 막힌 풍경을 간직한 탓에 제주올레 15개 코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올렛꾼들이 찾은 코스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제주올레 7코스는 제주를 방문했던 50개국의 외교사절단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곳이다.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鎔岩)이 분출(噴出)하여 굳어진 기암(奇岩)으로,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 하여 외돌개라 한다. 바위의 높이는 약 20m이고 둘레는 약 10m이다.
@외돌개
2003년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TV드라마 대장금속에서 장금(이영애)을 친딸처럼 아껴주던 스승인 한상궁(양미경)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 가던 도중 장금의 등에 업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외돌개 앞의 범섬은 고려말 최영장군이 제주를 강점한 몽고인 세력인 묵호의 난을 토벌할 때 묵호들의 최후항쟁지였다. 최영장군이 속임수로 외돌개를 장군으로 치장시켰는데 묵호들은 대장군이 진을 친 것으로 여겨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온다. 그래서 외돌개를 장군석(將軍石)이라고도 한다.
@범섬
돔베낭길 산책로에는 고즈넉하면서도 앙증맞게 널빤지를 깔아 놓았다. 스쳐 지나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나눈다. 외돌개 해안의 소나무밭 지대를 지나자 그윽한 솔향기가 싱그럽게 코끝으로 전해져 오고, 고운 바다빛깔은 영롱한 옥빛을 발산하고 있다. 옥빛의 바다 위를 유람선이 스치고 지나칠 때면 순간 나그네들의 마음을 한편의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제주올레를 걷다보면 제주의 가을 풍경을 다 얻는다. 노랗게 익어가는 귤밭을 만나고, 길 위에서 길동무를 만나고, 들꽃을 만나고, 파도소리를 만난다.
@제주서귀포여고 전경
@속골
올레꾼들이 가장 궁금해 한다는 수봉님의 수고와 노력이 담긴 수봉길로 접어든다. 수봉로와 수봉교는 개척시기인 2007년 12월 올레지기인 ‘김수봉’님이 염소가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직접 삽과 곡갱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고, 큰 돌을 직접 맨손으로 옮겨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수봉로
막숙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 최영 장군이 이끌고 온 대규모 정예군이 군막사를 치고 주둔하였던 역사적 사실에서 지명이 유래하였다.
이곳은 고려가 100여 년 간 몽골족에게 빼앗겼던 제주도지역을 되찾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범섬 전투의 첫무대라는 역사적 사실이 깃들여진 곳이다.
@법환포구
법환마을에는 유난히 용천수가 솟는 곳이 많다. 바닷물이 밀물 때, 수문을 개방하여 바닷물을 채워 넣어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한 노천탕도 이색적이다. 해녀상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서귀포법환잠녀마을 표지석 앞에는 <막숙올레맛집>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장이 올레꾼이라며 반갑게 맞아준다. 메뉴에는 갖가지 제주도 토속음식이 적혀있다. 1인분 8천 원 하는 갈치조림을 주문했다.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갈치조림 그리고 시장기가 합쳐져 공기밥을 두 그릇 비웠다. 공기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주인의 인심이 넉넉하다.
이 집은 민박도 제공하는데 올레꾼들에게는 특별히 40% 할인한 3만원(4인기준)에 주신단다. 식사 후 식당을 나서는 여대생 올레꾼에게 사탕을 한 움큼 쥐어 주시며 건투를 빌어주는 주인장의 마음이 훈훈하게 전해온다.
바닷가에는 촛불을 켜 놓고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집이 있다. 일명 할매당이라고 부른단다.
@할매당
배염(배연)줄이는 고려 공민왕 23년(1374) 최영 장군이 이끌고 온 대규모 정예군이 몽골족 묵호군을 쫓아 범섬으로 건너간 곳이라는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범섬 전투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사실이 깃들여진 곳이다.
범환마을에서 강정마을의 경계인 두머니물로 접어든다. 확실한 역사적 고증은 찾을 수 없으나 두면이(頭面怡)물이라 해서 머리두, 낯면, 화할이로 풀이한다. 두 마을의 경계지역이므로 사소한 이해관계로 충돌이 생겨 싸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호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잠수책임자들이 서로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화합을 다지는 장소여서 두면이물이라고 한단다. 이곳 두머니물을 먹고 목욕을 하면 젖이 잘나온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강정 바당올레(서건도)는 바닷가 바위사이로 올레길이 이어진다. 밀물 때에는 위험하므로 위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일강정 바당올레
썩은섬(서건도)이 보인다. 하루에 두면 썰물 때마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이다. 서건도는 탐라고지대(1709년대)에 '부도'라고 표기가 되어 있는 섬이다. 지금의 서건도라는 이름은 '썩은 섬'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의 토질이 죽은 흙이라서 '썩은 섬' 이라 부르는데, 썩은섬 앞바다에는 종종 돌고래가 출현하기도 한단다.
@서건도(썩은섬)
제주도의 일반 하천과 달리 사계절 내내 맑은 물이 흘러 서귀포 시민들의 피서지로 유명한 강정천 상류에는 수원지가 있어 서귀포권의 식수를 공급하기도 할 정도로 풍부한 물의 양을 자랑한다. 고구마 밭길을 지나면서 뒤돌아보니 제주월드컵경기장과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를 건너는 올렛꾼의 모습과 앙증맞게 놓인 다리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다리는 물이 갑자기 불어났을 때를 대비하여 유동형으로 수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한라산에서 타고 내려온 청정 용천수가 해안에 이르러 솟구치면서 생겨난 물줄기가 시원스런 계곡물을 만들어 내면서 이곳을 지나는 올레꾼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풍림리조트로 들어선다. 소원기원벽 옆 식수대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다리쉼한다. 풍림리조트를 가로질러 갈 수도 있고 악근천을 끼고 물소리와 함께 오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악근천산책로를 따라 큰 도로까지 진행할 수도 있다.
악근천
가내천(加內川), 소가래천(小加來川), 악근천(嶽近川), 악근내로 불리던 악근천은 내의 크기가 큰 내(강정천)에 비하여 작지만 큰 내에 버금간다 하여 ‘버금가는’ 또는 ‘다음’을 가리키는 ‘아끈’을 내의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 옛날에는 여름철 백중, 처서에는 주민들이 모여 씨름판을 벌이며 피서를 즐겼던 장소이기도 하며, 비가 온 후에만 생기는 엉또 폭포가 상류에 있어 비경을 연출하는 명승지이기도 하다.
제주올레에서 그려 놓은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시계방향은 파란색, 시계 반대방향은 노란색. 곳곳에 파란색과 노란색 리본도 걸려있다.
노랗게 익어가는 귤 밭을 지난다. 시식용 귤 옆에 무인판매대가 설치되어 있다. 탱자 크기의 싱싱한 귤이 50개 정도 들어있는 한 봉지 가격은 2천원. 무지 싸다.
중덕바닷가로 접어든다. 생명과 평화의 바다 구럼비에는 해군기지 반대 시위 깃발이 주민들의 뜻을 전하고 있다. 걸음은 강정마을을 지나 큰 도로를 따라 월평포구로 향한다.
말로는 다 표현 할 수조차 없는 아름다운 풍광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범섬의 모습도 그렇고 조용한 포구의 모습도 비경에 한 몫 거든다.
@강정포구
비록 월평포구에서 제주올레 7구간은 끝이 나지만 비경은 계속된다. 출발점인 외돌개 주차장까지 택시요금은 약 8천원.
@월평포구(7구간 종점)
기대와는 달리 숙소는 특급호텔이 아닌 일반 관광호텔 수준이어서 약간은 실망스럽지만 깨끗하고 조용하다. 저녁 예배를 다녀와서 아내는 피곤했는지 곧바로 곯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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