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독에 빠진 한국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주 위스키 등 20도 이상 고도주(高度酒)의 소비량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OECD 회원국 평균 소비량의 5.6배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순수 알코올 소비량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술에 취한 한국

WHO는 유엔과 각국 정부로부터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를 토대로 세계 151개국의 술 소비량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최근 발표했다.

술에 든 순수 알코올 분량을 합산한 결과 한국은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14.4ℓ를 소비해 슬로베니아(15.15ℓ)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술고래’ 나라로 조사됐다. 슬로베니아가 와인(8.5ℓ)과 맥주(5.76ℓ)를 많이 소비하는 걸 감안하면 ‘독한 술’은 한국이 단연 으뜸이었다.

한국의 독주(毒酒) 소비량은 11.97ℓ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한국을 제외한 29개 회원국의 평균 고도주 소비량(2.13ℓ)의 5.61배였다. 특히 대부분의 다른 OECD 회원국들의 술 소비량이 줄어드는 동안 한국의 소비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WHO가 국가별로 1970∼72년 3년간의 연평균 술 소비량과 94∼96년간의 연평균 소비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은 175.3%나 증가했다. 다른 OECD 회원국들은 터키 멕시코 일본 영국 등 11개국이 1.4∼65.1% 증가했으며 18개국은 감소했다.

▽점점 커지는 한국 주류시장 규모

한국의 술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7년 1∼11월 국내에서 팔린 위스키는 603만1000상자(700㎖×6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증가했다. 맥주 판매량은 10월말까지 전년 동기대비 8.0% , 소주는 14.1% 증가했다.

특히 주류업체들은 송년회 덕분에 소비가 급증하는 12월을 맞아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손실 연간 17조원

술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경제 사회적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직간접 의료비, 사고 및 숙취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 음주 때문에 빚어지는 연간 경제 사회적 손실 규모는 97년의 경우 국민총생산(GNP)의 4%인 16조6566억원으로 추산됐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추산한 99년 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13조1000억원)보다 큰 규모.

주류 마케팅 전문가인 중앙대 정헌배(鄭憲培)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과음문화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음주에 대해 관대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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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종류도 많지만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술 마실 명분도 많은 게 우리의 일상이다. 그리고 가장 선호도가 높은 술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 술, 소주다. 소주의 소비량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연간 소주의 소비량은 95년에 20억 6천9백만 병에서 2004년에는 30억 3천7백만 병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일 년에 67병을 마신 꼴로 5.5일에 한 병씩 마신 셈이다. 엄청난 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년 5%정도씩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주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것은 삼겹살이라는 안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삽겹살, 소주, 노래방(일명 삼. 소. 방) 이것이 대한민국 대표 국민유흥코스가 아닌가. 소주의 소비량도 그렇지만 양주분야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위스키 시장은 세계의 4위권 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계의 유명 주류업체들은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한국을 브랜드 성공의 가늠자 시장으로 여긴다고 한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위스키 "발렌타인 17"은 세계소비량의 30~40%를 한국이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양주 좋아한다.

 양주든 소주든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음주 문화에 있는 것으로 그 주범이 바로 폭탄주. 그리고 혼합주일 것이다. 우리는 양주를 마실 때 그 맛을 음미하며 마시지 않는다. 맥주에 양주잔을 빠뜨려 폭탄주를 제조하여 마신다. 그것도 원하는 만큼 한 모금씩 마시는 원 샷이 아니라 단숨에 마셔버리는 완 샷이다. 좌로 우로 정신없이 잔을 돌리며 마신다. 혼합주는 어떤가? 소주에 맥주를 탄 소맥, 소주 일병에 백세주 일병을 탄 50세주, 소주 이병에 백세주 일병을 탄 30세주, 소주일병. 백세주 일병, 산사춘 일병, 맥주일병을 탄 소백산맥주. .....

 우리는 술만 마시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면서 간덩이가 부어오르고 배포가 왜 그리도 커지는지 모른다. 안될 것이 없고 못할 것이 없다. 다음날 아침 맥 빠진 모습으로 가자미처럼 방바닥에 납작 눌러 붙은 꼴을 보면 어디서 그런 호언장담이 나왔는가 싶다.

 과한 음주는 개인의 건강을 망치고 가정을 파괴시키며 생산성의 감소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막대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보면 95년에는 약 14조원에서 2002년에는 22조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내용이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간 5조여 원인데 비하면 어마어마한 사회손실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남자들의 음주는 줄어드는 반면 여성들의 음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여권신장의 결과인가? 아니면 여성의 사회참여확대에 기인한 것인가? 기존의 음주인구 만으로도 큰 문젠데 새로운 여성 음주인구까지 늘어난다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세계 최하위인 것도 이 음주 때문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음주에 대한 규제가 가장 적은 국가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이쯤 되었으니 정부가 알코올 규제정책을 내놓을 만도 하다. 

(수필가/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