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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속리산

2003년 12월 7일(일)

지난 여름 [8월 3일(일)] 문장대에 오르고 올해 두 번째 속리산을 다시 찾았다.

또 다시 하루가 주어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갑자기 동장군이 찾아오고 한파주의보가 내리는 등 영하의 날씨에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는 12월의 첫 번째 일요일 아침을 맞는다.


8시 20분 둔산SDA 산악회 창립 산행은 예정대로 속리산으로 떠난다. 7명의 창립회원을 태운 버스는 8시 35분 동대전요금소로 들어가서 경부고속도로를 10여분 달리고 옥천요금소를 빠져나가 37번 국도를 타고 보은쪽으로 향한다. 오창리와 장재저수지를 지나고, 굽이굽이 산자락 따라 길도 제 몸을 비튼다. 말티고개를 넘어 9시 40분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목인 내속리로 들어서자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이 길손을 맞는다. 정이품송은 수령 600년 정도가 된 소나무로, 마치 우산을 펼쳐든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조가 신병 치료를 위해 법주사를 찾아가는데 축 늘어진 소나무 가지에 수레가 걸릴 것을 염려해 '「연」걸린다'고 말하자 신기하게 가지가 번쩍 들렸다 한다. 세조가 이를 기특히 여겨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전한다. 세월 탓인지 공해 탓이지 지금은 우아한 옛 모습 대신 철 기둥으로 떠받쳐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안쓰러운 모습이다.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갖추고 상점들이 즐비한 상가지구를 지나 매표소로 향한다. 길가에는 시골 아낙들이 산나물, 잡곡, 견과류 들을 파는 노점을 펼치고 등산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조각공원을 지나자 멀리 문장대가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산행코스 : 매표소-법주사-세심정휴게소-복천암-문장대-신선대-경업대-세심정휴게소-법주사 코스( 약 5시간 30분)


10시 10분 '호서제일가람(湖西弟一伽藍)'이라고 쓰인 법주사 일주문을 지나면 법주사까지 이어지는 '5리 숲길'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낭만적인 산책로이다.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우리나라 대찰 가운데 하나인 법주사를 품고 있다. 산세가 수려하여 한국 8경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속리산은 봄에는 산 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가을엔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고, 겨울의 설경은 마치 묵 향기 그윽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등 4계절 경관이 모두 수려하다. 경내는 하산길에 잠시 둘러보기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시멘트 포장 도로를 따라 발길을 옮긴다. 왼쪽 계곡은 상수원보호를 위해 녹색 철조망이 쳐 있고 물 한가운데서는 오리가 떼지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시 25분 태평교를 건너자 태평휴게소가 나오고 지루하던 시멘트 포장도로는 끝이 나며, 왼쪽에 있던 계곡도 오른쪽으로 자리를 바꾸어서 용바위골 계곡이 시작된다. 노송들이 숲을 이루고 흙길이 얼어있다.


세심정 조금 못 미쳐 목욕소 안내판이 보인다. 법주사에서 복천암 사이의 웅덩이로 세조께서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나자 흉측하던 종기가 깨끗하게 없어졌다하여 부르게 된 곳이라고 한다. 이마와 등에 촉촉이 땀이 흐른다. 10시 40분 세심정휴게소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속리산에는 곳곳에 휴게소와 대피소가 자리잡고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경업대와 입석대를 거쳐 천황봉에 오르는 길이고 직진하면 문장대로 오르는 길이다.


10시 50분 이뭣고다리를 건너자 오른쪽 언덕위에 복천암이 보인다. 신라 성덕왕때 창건된 암자로, 조선 세조 임금이 이곳에 와서 국운의 융성과 왕후의 쾌차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이곳부터 문장대까지는 2.7km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오르면 용바위골 휴게소이고, 나무계단을 지나 오름길을 15분 정도 올라서면 보현재 휴게소이다. 내림길이다. 길가에 무엇인가를 보고 문집사가 감탄을 한다. 한 사람은 서릿발이라고 하고 한 사람은 상족이라고 서로 우긴다. 오목사님이 같은 말이라고 평정한다. 갈림길이다. 안내표시판은 왼쪽은 중사자암으로 오른쪽은 문장대(1.3km)로 가는 길임을 알려준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20분 정도 올라 냉천골 휴게소에서 잠깐 길을 멈추고 물 한 모금 마신다. 따끈한 어묵 국물의 유혹을 뿌리치고 길을 재촉하여 다시 20분 정도를 오르면 정상 휴게소이다. 정상 휴게소 바로 아래에는 69개의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곧바로 문장대로 오른다.


철탑이 보이고 오른쪽 바위에 붙은 가파른 첫 번째 철계단을 오르자 오른쪽 산아래 절경이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두 번째 철계단을 오르면 문장대이다. 문장대는 해발 1,033m높이로 속리산의 한 봉우리이며,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관음봉(해발 982m)이 팔을 뻗으면 잡힐 듯하고 비로봉과 천황봉도 가까이서 한 눈에 들어온다. 문장대는 바위가 하늘 높이 치솟아 흰 구름과 맞닿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일명 운장대라고도 한다. 문장대 안내판에는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을 전하고 있다. 정상인 천황봉(1,058m),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관음봉(982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쉼 없이 세차게 불어대는 칼바람이 매섭다.


12시 20분 서둘러 정상 휴게소로 내려와 점심 식사를 한다. 정상휴게소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할인점에서 3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0.5리터 생수 한 병이 2000원하고 공기밥 역시 2000원이다. 공기밥 두 그릇을 사면서 컵라면에 부을 뜨거운 물 좀 얻자고 하자 안 된다고 한다.


다행히 신집사님이 준비한 장비 덕분에 맛있는 라면을 곁들인 점심식사를 하고 13시 10분 신선대쪽으로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눈 쌓인 산죽나무 오솔길 능선을 따라 걷는다. 가파른 산길에는 잡목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바람은 세차게 분다.


윙윙 불어대는 바람에 귀가 시리고 시린 손끝에서 글씨 역시 떨리고 있다. 돌계단을 힘겹게 올라 13시 45분 신선대(해발 1026m)에 도착한다.


멀리 문장대 철탑이 보이고, 웅장한 청법대 바위에 감탄하면서 산죽 나무 흙길을 5분 정도 걸으면 갈림길이다.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경방기간이라 입산통제 되고 있다.


오른쪽으로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서면 잘 정비된 돌계단이 이어지고 법주사까지는 5.2km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발길을 잡는다. 가야할 길은 아직 멀지만 주변 풍광 때문에 느긋해진다. 지워지지 않는 풍경을 눈에 담고 14시 10분 경업대(해발 902m)에 도착한다. 임경업장군이 독보대사를 모시고 심신을 단련 수도하던 곳이라 전해오는 곳이다. 뒤편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버티고 서 있는 입석대가 다음에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50m 지점에 자칫 놓치기 쉬운 관음암이 자리잡고 있다. 관음암 가는 길은 바위 틈 사이로 난 길을 통과해서 돌계단을 오른다. 14시 40분 금강굴휴게소에 다다른다.


미쳐 관음암을 들르지 못하고 먼저 내려간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14시 50분 왼쪽 상고암과 오른쪽 법주사 갈림길을 지나 5분을 더 가면 비로산장이다.


여름에 가족들과 휴가와서 하루 정도 묵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림길을 재촉한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상환암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법주사까지는 아직도 2.6km이다. 곧바로 오름길에 잠시 휴식을 취하던 세심정 휴게소와 만난다. 15시 40분 법주사에 도착한다. 속리산은 법주사(사적 명승 제4호), 문장대, 정2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로 대표된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에 의신조사가 삼국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처음 건립하고 진표율사가 금동미륵삼존불상을 갖춰 법상종의 3대 가람으로 발전하여 오던 중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리고 현재의 건물들은 조선인조 때 사명대사 및 벽암대사에 의해 다시 건립되었다고 한다. 왼편에는 속리산의 내역을 기록한 속리산사실기비가 자리하고 있다. 세조가 이곳에 행차한 사실과 수정봉 마루에 있는 거북 바위의 머리를 자르고 탑을 세웠다가 헐어버린 사실을 적고 있다.


금강문을 지나 천왕문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2002년 개금불사한 100척(33m)의 금동미륵대불과 오른쪽으로 철확이 눈에 띤다. 철확은 3000명 승려의 밥을 지었다는 무쇠로 만든 솥으로 높이 1.2m, 둘레 1080cm, 두께 10cm 되는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솥 중에서 가장 큰솥이라고 한다.

 

경내 및 주변에는 팔상전(국보 제55호),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 석연지(국보 제 64호)의 국보와 사천왕석등, 대웅전, 원통보전, 마애여래의상, 신법천문도병풍의 보물 등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팔상전은 5층 목조탑으로 높이 22.7m 로 현존하는 한국의 탑 중에 제일 높다고 한다.



16시 정각 6시간(점심시간 약 1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매표소를 빠져나와 터벅터벅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산행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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