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제13회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가 5∼6일 2일간 제주 해안도로와 한라산 등산코스 등에서 열렸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KUMF)이 주최하고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에는 국내에서 550여명,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몽골, 체코, 카타르, 터키, 뉴질랜드, 폴란드, 벨기에 등 27개국에서 160여명 등 모두 71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순위를 겨루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의 천혜의 절경은 세계 울트라 마라토너들에게 대회 참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 로드 레이스 우승자(남녀 각 1명)에게는 국제울트라마라톤협회(IAU)가 주최하는 세계 울트라마라톤대회인 사하라사막마라톤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졌다.
2012년 초, 다이어트를 위해 마라톤에 입문하고 몇 번의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목표는 서브-4달성이었다. 2013년 4월 풀코스 도전 10번째 드디어 영주 소백산 마라톤에서 서브-4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같은해 5월 처음으로 유성울트라 100KM에 도전했다. 주주클럽의 대성산님을 비롯하여 몇 분이 동반주를 해 주었고, 밤을 새워 주로 곳곳에서 수많은 회원들의 헌신적인 응원과 지원 덕분에 무사히 완주에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어 그 해 여름 부산썸머비치 울트라에 참가하여 14시간에 무사히 완주했다. 그러나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체력이 너무 소진되어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마라톤을 하는 친구들 모임에 가면 308 국토횡단이며 537, 622 국토종단 울트라마라톤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저 오래전부터 마라톤을 꾸준히 해 온 친구들의 무용담이려니 생각했다.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을 끝내고 모임 자리에서 한 친구가 툭 내 뱉은 말이 “경수야 내년에 제주 200가자! 내년 3월까지 한 달에 두 번 정도 풀코스대회에 참가하고 매월 300KM 정도 훈련하면 완주 충분히 할 수 있어." 솔직히 그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한 번 해볼까? 가능할까? 10월 말 참가신청이 시작되자 쥐띠 친구가 가장 먼저 참가신청을 했다.
꽃피는 4월에 제주도의 멋진 풍광을 내 두발로 뛰고 걸으면서 가슴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그래!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자. 영웅이 되고 싶었나 보다. 11월부터 5개월 동안 대회참가와 훈련 스케줄을 짜고 준비를 시작하였다.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 스피드 훈련보다는 6분 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지속주 훈련 위주로 진행했다.
11월에 서울 중앙마라톤, 상주 곶감마라톤, 12월에 진주마라톤, 대전 송년마라톤, 2014년 1월에 여수마라톤, 서울 일요마라톤, 전마협 신년마라톤, 2월에 사천마라톤, 3월에 서울 동아마라톤, 금산투데이마라톤 풀코스와 중간 중간 하프코스에 참가하면서 차근차근 매월 약 300KM의 훈련량을 소화했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고 컨디션도 좋았다.
12월 진주마라톤을 다녀와서 곧바로 참가신청을 하고 비행기 탑승권을 예매했다. 만일 참가가 어려워 탑승을 취소해도 취소수수료가 천원이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참가비 입금은 마감일에 컨디션을 보고 하기로 한다. 올 겨울은 대전지방에 눈도 거의 오지 않고 날씨도 비교적 포근하여 훈련하기 적당했다.
2월 마지막 주 청주 무심천마라톤 하프코스에서 1시간 39분 14초를 기록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곧바로 제주울트라에 참가비를 입금했다. 친구들과 다른 회원들은 메이저대회인 3월 서울 동아마라톤에 초점을 맞추어 스피드 향상을 위한 인터벌 훈련과 빌드업 훈련 등 다양한 훈련들을 소화할 때도 난 4월 제주울트라 완주가 목표였기 때문에 부상을 염려하여 오로지 LSD에 집중했다.
제주울트라 도전은 주주클럽 정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개인적으로도 시간 날 때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훈련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훈련부장으로부터 동계훈련 우수회원으로 선정되어 기념품을 받기도 했다.
예년보다 일찍 교정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4월이 시작되었다. 목요일 퇴근 후에 준비물을 챙겨 가방에 넣는데 아내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의도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사실 아내는 아직도 내가 제주에서 200KM 울트라 마라톤 완주 사실을 모른다. 토요일 100KM 뛰고 일요일 한라산 산행하고 온 것으로 안다.
금요일 퇴근 후 곧바로 청주공항으로 이동한다. 청주공항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렸다. 제주도까지 비행시간은 약 50분.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료수 한 잔 마시고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는 사이 비행기는 착륙을 시도한다.
37번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인 뉴월드호텔로 이동하여 배정 받은 방에 여장을 푼다. 먼저 오신 주주클럽 형님(좋은아침님과 에버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친구 도연이의 호출을 받아 밖으로 나가니 전국에서 날아온 반가운 쥐띠 친구들의 얼굴이 보인다. 임원진 환영인사와 축사 그리고 주의사항 등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갑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경험 많은 고수 친구들의 담소를 귀담아 듣는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초짜인 나는 할 말이 없다. 너무 긴장한다며 놀려대지만 사실 많이 긴장된다. 의료봉사를 하시는 장세현님에게 비상약을 받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눕는다.
새벽 4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생각보다 숙면을 취했다. 컨디션이 좋다. 아침식사를 위해 곧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이미 식당 안은 앉을 자리 없이 만원이다. 벌써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부지런들 하다. 설렁탕으로 배를 채우고 출발지로 이동하는 셔틀버스에 오른다. 탑동 광장에 내리자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바닷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출발 전 간단한 식전 행사가 있었다.
새벽6시 정각. 드디어 탑동광장을 출발한다. 시원스레 뻗은 해안도로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게 한다. 허인회와 나란히 6분40초 페이스로 동반주를 한다. 10KM 지점 1CP에서 급수를 위해 잠깐 멈춘다. 100KM울트라 아시아 선수권대회를 겸하는 대회라서 외국인들 참가자들이 많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제주도관광 홍보차원에서 이번 대회에 많은 지원을 했는데 동네 주민들과 부녀회원들이 10KM 마다 마련된 CP에서 급수 및 간식과 식사 봉사를 해주면서 편하게 레이스를 할 수 있게 도왔다.
애월-하귀간 도로는 경관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해안도로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약 9KM 가량의 해안선을 따라 길이 뻗어 있으며 곳곳에 경치가 뛰어난 전망터와 관광지를 거느리고 있다. 검은색의 평평한 바위와 푸른 바다가 만들어 낸 해안선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이다. 하나의 해안도로 안에 평평한 바위, 동글동글한 바위, 기암 등 각양각색의 돌 형태를 모두 볼 수 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한적하다. 하귀와 애월UFO 카페거리를 지나자 20KM 애월 급수지점이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부부처럼 서 있는 곳이 바로 애월항. 제법 항구 냄새가 나는데, 큰배들이 주로 이용하는 외항은 시멘트 덩어리로 바다를 가르고 있고 내항은 아직 옛스러움이 남아 있는 조그마한 포구다. 곽지로 들어가는 길가에 노오란 유채꽃이 손을 흔든다. 제주도에서 맞닥뜨린 바람은 부드러우면서도 마음을 부풀리는 무엇이 있다.
인회가 속도를 늦춘다. 앞에 보이는 경식이와 수연이를 따라간다. 30KM 귀덕 한수풀 해녀학교 급수지점에서 바나나와 연양갱 그리고 백설기 한 덩어리를 받아 정자에 앉아 콜라와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림항과 협재해수욕장과 인접한 금능해수욕장을 지나자 일성비치콘도 전방에 설치된 40KM 급수지점이다. 45KM 신창 풍력발전소로 접어든다. 커다란 풍차가 거센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위용을 자랑한다. 드디어 차귀도가 눈에 들어오고 50KM 골인지점이다. 5시간 34분 소요.
백설기 한 덩어리 받아 배낭에 넣고 과일과 연양갱으로 허기를 달랜 후 다시 천천히 걸어서 출발한다. 넘실대는 파도와 희귀한 형상의 현무암들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더불어 구불구불 이어진 제주의 돌담길 등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제주의 숨겨진 아름다운 비경에 취해 지루하지 않다. 55KM 지점 수월봉 입구에서 해안도로로 접어든다. 바닷바람이 아직은 견딜 만하다. 60KM지점과 70KM지점 CP를 차례로 지나면서 급수와 간식을 공급 받는다.
오거리에서 산방산 송악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이곳에서 여러 사람이 알바를 했다. 봉긋한 산방산의 모습 또한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80KM 지점 사계리 정류장 8CP까지 약간 지루하다. 따로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급수지점에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랬더니 배가 고프다. 8CP에 기대했던 백설기가 없어 찰떡파이와 연양갱 그리고 바나나로 허기를 달랜다. 곧바로 언덕이 시작된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올라간다. 안덕과 창천을 지나 90KM 급수지점에 도착한다. 이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까지 남은 거리는 10KM. 걷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
오후 6시 15분. 100KM 골인지점인 서귀포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한다. 12시간 15분 소요. 근중이가 반갑게 맞아준다. 친구가 있어 힘이 난다. 가방을 찾아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사골 국물에 말은 잔치국수를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의료 봉사를 하시는 장세현님에게 다리 마사지를 부탁한다. 왼쪽 장경인대가 뻐근하고 무릎 통증이 있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훨씬 편해졌다. 진통제 한 알을 삼킨다. 많은 주자들이 이곳에서 갈등하고 실제로 많이들 포기한다. (187명중 84명이 이곳에서 포기)
'나의 마라톤 출전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마협 부여백마강마라톤대회(2014-05-04)-풀코스 25 [페메1] (0) | 2014.05.04 |
---|---|
제11회 대전3대하천마라톤대회(2014-04-20)-풀코스 24 (0) | 2014.04.22 |
2014 금산투데이마라톤(2013-03-23)-풀코스 23 (0) | 2014.03.24 |
제85회 서울동아마라톤(2014-03-16)-풀코스 22 (0) | 2014.03.17 |
진안 마이산 마라톤(2014-03-09)-하프코스 23 (0) | 2014.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