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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 SDA산행

[03차]소백산(03-12-28)

2003년 12월 28일(일)

겨울 소백산은 능선을 따라 전개되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이 돋보이는 겨울산의 대명사이다.

8시 15분 좀 늦은 시각에 둔산 sda 송년산행은 그곳으로 가기 위하여 출발한다. 8시 30분 버스는 북대전톨게이트 앞에서 성우님 부부를 태우고 요금소로 진입한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운전대를 잡은 진호님의 실수로 증평톨게이트를 지나쳐 10분을 더 가서 9시 10분 진천요금소로 빠져나간다.

 

음성을 거쳐 36번 국도를 타고 단양으로 향한다. 초행길이라 물어 물어 아평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대대리를 지나 어의곡리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35분이다. 어의곡리는 비로봉을 거쳐 국망봉을 오르는 산행기점이다.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소백산 겨울 산행 코스로는 적격이다. 비로봉 정상을 오른 뒤 다시 원점 회귀하기로 하고 어의곡리에 도착하니 승용차 몇 대만이 주차되어 있고 한산한 모습이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11시 45분 비로봉 안내표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한가로이 무리 지어 놀고 있는 청둥오리 떼가 가장 먼저 낯선 등산객을 반긴다. 

천천히 5분 정도 올라가 매표소에 도착한다. 12월 20일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성인 1300원에서 1600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하늘 높이 솟은 침엽수림이 계곡을 따라서 이어지고 눈 쌓인 등산로를 따라 소백의 설원 속으로 빠져든다. 

눈 덮인 계곡에서는 얼음 밑으로 졸졸 소리내어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들리고 경사는 조금씩 가파라진다. 계곡 물은 맑고 깨끗하여 그냥 입 대어 마셔도 좋을 거 같다. 얼마 오르지 않아 포근한 날씨 탓에 모두들 자켓을 벗어 되는 대로 뭉쳐 배낭에 집어넣는다. 12시 15분 어의곡 1.5km 비로봉 3.6km 표지판이 보인다. 

서서히 일행들의 간격이 벌어진다. 
 
12시 40분 어의곡 3km 정상 2.7km 표지판이 서 있는 지점부터 경사가 심해지고 돌계단이다. 첫 산행에 나선 은선님은 염려와는 달리 씩씩하게 잘 오르더니 힘이 드는지 잠시 쉬어가자 한다. 성우님이 배낭에서 미니 호떡을 선뜻 꺼내 주어 모두가 허기진 배를 속이고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다시 산길 오름을 재촉한다. 

해발 1080m 지점부터 지루하게 이어지던 나무계단이 끝나면서 산죽나무 사이로 난 등산로가 시작되고 경화님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들린다. 

14시 주능선이 시작되면서 온통 사방으로 펼쳐진 멎진 설경과 상고대는 모두의 탄성을 자아낸다. 

사전을 찾아보니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눈같이 내린 서리라고 적혀 있다. 해발 1,000m이상의 고지대에서 초속 3m이상의 바람과 습도 60%∼80% 이상, 그리고 기온이 영하 6도 이하일 때 안개와 서리가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되어 또는 안개입자 등이 나뭇가지에 붙어, 나무에 흰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만든다. 눈꽃은 나뭇가지 위쪽에 생기는 것이지만 상고대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상하 좌우 어느 곳이든 얼어붙어 꼭 산호초처럼 생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 
 
모두들 설경의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상고대를 배경으로 잠시 포즈를 잡고 카메라에 담는다. 

부부가 함께 산행하시는 분들은 두 손 꼭 잡고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겨울 산행의 맛을 느끼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산하던 등산객 일행이 숲이 끝나는 곳부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니 단단히 준비하고 오르라고 조언한다. 설경에 빠져 10분 정도를 더 오르니 주능선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은 국망봉(2.7km)가는 길이고 오른쪽 나무계단이 비로봉(0.4km)에 오르는 길이다. 국망봉 쪽으로 뻗어난 능선은 안개와 눈보라에 가려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 댄다.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망설임 없이 비로봉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나무계단은 색다른 운치가 있지만 몰아치는 강풍과 눈보라로 인해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다. 세상이 온통 한 가지 색인 것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다. 앞쪽에서 불어대는 눈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 없는 데다 칼바람에 콧잔등 부근이 떨어져 나가는 듯 한다. 걷는 일행을 보니 히말라야에 온 원정대 같다. 

14시 30분 그 세차고 매서운 눈바람을 맞으며 비로봉 정상에 도착한다. 사방을 둘러보지만 시계가 불량하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정상에 있는 안내 전망판에 연화봉, 월악산을 보고 그 쪽에 월악산이 있나보다 생각한다.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모든 미사어구를 동원한다 한들 어찌 글로서 다 표현할 수 있을거나. 오직 두 눈과 가슴으로 직접 바라보고 느끼는 것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정상에서 2-3분도 버티지 못하고 천동리쪽 대피소로 향한다. 천년풍설의 소백산 주목 군락지이다. 해발 1439m 비로봉 서쪽 경사면에 수령 500여 년된 주목 34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어 천년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곳이다. 눈과 바람, 주목군락의 특이한 눈꽃은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들다.주목단지와 능선에 늘어선 고사목에 눈꽃이 만발하여 멋진 설경을 자아낸다. 지겹도록 많은 계단.

 

14시 40분 나무계단을 내려 산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평 남짓 되는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추위와 바람을 피하고 그 와중에서 먼저 도착한 일행은 점심 식사 중에 반갑게 맞이한다. 산장이 아니라 산불감시초소로 사용되는 이곳 대피소에는 매점이 없다. 아내를 위해 훌륭한 셀파 역할을 하신 성우님 덕분에 보온밥통에 들어있던 따끈한 밥을 들고 행복해하는 미순님, 첫 산행이라 긴장한 탓인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던 은선님과 성규님, 컵라면을 들고 김밥을 내 놓은 경화님과 빙 둘러앉아 때늦은 점심식사하며 마냥 행복해 한다. 15시10분 다시 나무계단을 올라 비로봉으로 향한다. 
 
비로봉 정상 표지석에 모여 앉아 장엄하게 펼쳐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오를 때의 칼바람을 헤치고 국망봉 갈림길을 지나 숲 속으로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다. 
 
내림길은 매우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서지만 맨 먼저 엉덩방아를 찧는다. 뒤에 오던 은선님은 깔깔 웃고 앞에서 뒤돌아보던 경화님은 따라서 엉덩방이를 찧는다. 미순님 다리에 통증이 시작되면서 하산 속도가 늦어진다. 잠시 쉬면서 기다린다. 뒤늦게 내려온 성우님이 영역표시하면서 눈 위에 "안녕"이라고 썼다며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어 모두의 폭소를 자아내고,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워한다. 2004년 sda 송년산행은 그렇게 무르익어 간다. 잡담과 수다가 이어지고 17시 25분 율전마을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마무리된다.

어두움이 깔리고 버스는 대전을 향해 출발한다. 18시가 넘어가면서 삼일만 지나면 사십대로 접어든다며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경화님이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막가자는 거지요. 작년 소백산 철쭉제가 막 끝난 무렵 천동리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산행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아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한 것이 생각나 운전하시는 진호님께 그리로 가자고 부탁한다.

 

19시가 조금 지나 월악산 국립공원내 미륵사지 입구에 위치한 미륵가든에 도착한다. 비빕밥 알레르기가 있는 길수님만 된장찌개 백반을, 나머지는 모두 산채비빕밥을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는다. 그 집 된장찌개와 산채나물 맛은 배고픔을 참고 찾아간 나그네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돌아가며 노래 한 곡씩 이어지고 그 사이 버스는 북대전요금소를 빠져나와 22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출발점에 도착한다.

겨울 소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장엄한 능선과 평원 그리고 몸마저 가누기 힘들게 불어대는 바람, 나무가지마다 아름답게 핀 설화, 사랑스런 애인의 눈처럼 티 없이 맑은 상고대, 끝없이 펼쳐진 주목군락을 동경하며 상기할 것이다.

아직도 소년소녀같이 순수함을 간직해서 부러운 인환님과 미혜님 부부, 끝까지 말없이 묵묵히 동행하는 진준님, 언제나 맨 앞장 서서 거침없이 산에 오르는 희규님, AY 길수님과 충대님, 조용하지만 사려 깊은 혜숙님, 양이 부족하여 영역 표시할 때 "안"자 밖에 쓰지 못했다며 우리를 폭소케 하고 끝까지 안전운전을 책임져 주신 진호님 모두 수고 많이 했습니다.


즐거운 산행에 동행하시며 보호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퇴색되지 않을 잊지 못할 소백산 겨울 산행의 추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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