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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여행(8)

여행이란 다른 문화와 풍습, 다른 역사,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경험하게 된다.


2008년 2월 21일(목)-2월 22일(금)

카트만두-덜발스퀘어-파슈파티나트-타멜-카트만두-인천-대전


6시 모닝콜에 눈을 뜬다. 샤워 후 짐을 정리하고 1시간 동안 느긋하게 호텔에서 제공한 아침식사를 한다.


네팔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바쁘게 진행된다. 숙소를 출발하여 맨 먼저 향한 곳은 “덜발 스퀘어”이다.


덜발(듀버) 스퀘어 (DURBAR SQUARE)

옛날 구왕궁 앞 광장을 일컬어 덜발 스퀘어 또는 바산타풀, 하누만도카라고 부른다. 덜발은 ‘궁전’이라는 뜻의 네팔어로 덜발 광장에는 50여개의 이르는 사원과 유적들로 가득하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덜발 광장은 카트만두 분지에 독립된 3개의 왕국을 이루던 말라 왕조(13~18세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가장 오래된 건물은 800년 전에 지어진 것. 그러나 1934년 지진으로 인해 많은 유적이 파괴된 후 재건했으며, 일부 유적은 본래 건물과 약간씩 다르게 복원되기도 했다고 한다.


중앙 광장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몰려 있다.

정교한 조각이 되어 있는 아름다운 목조 창에서 네팔의 도시문명을 이룬 네와르족의 건축, 조각, 금은세공 등의 뛰어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살아있는 여신 꾸마리와 500여 년 전 우물 공사 중에 발견된 칼리바이라브상을 볼 수 있다. 칼리바이라브상 뒤편에 있는 사원 처마 밑에는 남녀의 사랑 행위를 묘사한 '카마수트라' 조각이 있어 여행자의 시선을 끈다.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 Kumari Ghar 'House of the Living Goddess'

전설에 의하면 여신을 범하려던 왕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여신을 위한 사원을 짓고 기도하자 여신은 순수한 어린 소녀를 선택해 자신의 분신으로 섬기기를 명한다. 이 소녀가 바로 “쿠마리”이다.

쿠마리는 1년 중 축제에 단 한 번 3일을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초경을 하면 화려한 쿠마리로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 피는 부정 또는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네팔에는 공식적으로 12명의 쿠마리가 있다. 고대 힌두여신인 ‘탈레주’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쿠마리는 국왕까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축복을 구할 정도로 네팔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신 중 하나. 네팔인들은 쿠마리의 축복을 받거나 심지어 눈길이 한번만 스쳐도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처녀'라는 뜻의 쿠마리는 당연히 어린 소녀들로 구성된다. 석가모니의 샤카 성을 가진 여자 아이들 중에 왕의 별자리보다 더 강한 별자리를 갖고 있으며,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검고,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32가지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의 시체와 피가 낭자한 어두운 방에 갇혀 울지 않고 사흘 밤을 무사히 보내면 쿠마리로 선발된다.

쿠마리들은 보통 3~4살 때 쿠마리로 간택된다. 쿠마리가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쿠마리가 되는 것이다.


쿠마리가 되면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사원 안에서 생활해야 하며, 마음대로 얘기를 할 수도, 사원 밖을 나갈 수도 없다. 


이 소녀를 보려면 그 가족들에게 약 5루피 정도를 주고 사주를 하면 2층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어 관광객들에게 얼굴을 보인다.


광장에서 흰 건물은 1908년 영국의 동인도회사에서 지어준 건물이라고 한다. 박물관으로 이용되는 왕궁 입구는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원숭이 신 하누만 상이 지키고 있다. 원숭이신상 앞에서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고 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네팔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하다고 한다.


광장 곳곳에는 인도에서 건너온 많은 승려와 관광객들을 쫓아다니는 걸인들도 많고 매우 혼잡스럽다. 파슈파티나트 사원으로 이동한다.


파슈파티나트 (PASHUPATINATH)-입장료 250Rs.

힌두교의 소 숭배가 비롯됐다는 네팔 힌두교 최대의 성지 파슈파티나트는 타멜거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4km 정도를 가면 나온다. 이 사원은 원래 파괴와 창조의 신 시바에게 헌납되었고, 파슈파나트는 시바가 가지고 있는 많은 이름 중의 하나이다. 파슈(Pashu)는 '생명체'를 뜻하며, 파티는 '존엄한 존재'를 뜻한다.


시바는 힌두 신중에 파괴와 창조라는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시바의 화신은 바이랍(Bhairab)같은 무서운 이미지로 보여 진다. 하지만 파슈파티나트는 '동물의 제왕‘으로 시바의 화신 중에 가장 친근한 이미지다. 네팔인들은 시바가 뿔이 하나 달린 사슴으로 변신해 파슈파티나트에 있는 숲에서 살았다고 여기고 있다. 그 때 다른 신이 사슴을 추적하다 뿔을 부러뜨렸는데 그 뿔이 시바를 상징하는 린가(linga)가 됐으며, 린가는 숲을 배회하던 소가 발견했다고 믿고 있다. (소는 난디 nandi로 시바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다).


네팔 국왕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사원을 찾아 신의 축복을 먼저 받을 정도로 네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금빛 사원본당 내부는 힌두교도 외에는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며, 네팔에서 제일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힌두사원보다는 죽은 시신을 태우는 화장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파슈파티나트 사원 앞을 흐르는 바그마티(Baghmati)강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광경을 엿볼 수 있다. 독실한 힌두교도들이 이곳으로 찾아와서 죽고, 화장되어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들은 여기에서 죽고 화장되는 것이 그러한 생사의 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강둑으로 늘어선 화장터(가트, Ghat)에서는 부모와 형제의 시신을 태우며 통곡하는 가족과 자식들을 볼 수 있다.


사원 옆쪽의 강물을 따라 시신을 태우는 장소가 만들어져 있고 하루 종일 시신을 태우는 연기가 하늘을 덮는다. 돈 많은 인도인들 중에는 죽을 날이 가까워 오면 조금이라도 시바신에게 가까이 가려고 몇 달 전부터 이곳 ‘죽음 기다리는 집’에 머물며 죽음의 시간을 경건하게 기다린다.

화장을 준비 중인 시신이 훤히 보이고 한참 화장을 하고 있는 시신도 보인다. 마치 캠프파이어 하듯 차곡차곡 장작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시신을 놓고 불을 지핀다. 숨이 넘어간 즉시 화장을 해서인지 삼단으로 쌓인 굵은 장작 위에 눕혀진 시신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가족들의 영결의식이 끝나면 얼굴 위까지 한 겹 천과 장작, 짚이 쌓이고 어깨와 다리 허리께로 뜨거운 불이 들어간다.


뼈까지 완전히 타버리면 뼈 가루는 빻아서 바그마티 강에 뿌려진다. 바그마티 강은 성스러운 갠지즈강의 상류로서 성스러운 품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죽음을 축복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가트가 다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위치한다. 북쪽은 아리아 가트(Arya Ghat)로 상류계급들의 화장터. 남쪽은 람 가트(Ram Ghat)로 낮은 계급의 일반인들의 화장터다. 뿌리 깊은 카스트제도의 흔적이 생의 마지막 길에도 따라다니는 셈이다.


카스트제도 : 브라만(사제), 크샤트리아(무사와 왕족), 바이샤(농업·목축업·상업에 종사하는 서민), 수드라(원래는 인도의 원주민 드라비다족으로 구성된 노예계급으로서 최하층 신분이며 직물공·하인 등과 같은 육체 노동자들)을 일컫는다.


삶과 죽음에 있어 출발점은 같다는 느낌을 받는 곳이다. 촬영은 허용되지만, 멀리서 신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찍는 것이 예의이다.


파슈파티나트 맞은편(=아리아 가트 맞은편) 테라스에는 11개의 차이탸(chaitya=작은 탑)가 세워져있고 탑 내부에는 시바의 힘을 상징하는 링가가 있다. 링가는 보통 여음(女陰)을 본뜬 접시 모양의 대 위에, 그 여음을 꿰뚫는 모양으로 서 있다. 치아탸 주변에는 독특한 외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힌두 수행자인 사두들을 만나게 된다.


타멜거리로 이동한다.

타멜 (THAMEL)

서울의 이태원에 비유되는 곳이다.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숙소, 레스토랑, 등산 장비점, 기념품점, 인터넷방, 여행사 등이 밀집해 있다.

타멜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 유적은 없지만 여행자의 흥미를 끌만한 여러 가게가 몰려있는 곳이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될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런데 편의시설이 많아 편리하기는 하지만  차량과 사람이 많아 시끄럽고 공기가 맑지 않다.


서울뚝배기로 이동하여 백반정식으로 네팔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자 후식으로 블랙커피가 제공된다.


12시 20분 공항으로 이동한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도중 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네팔여행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이드 창남씨와 인사를 나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는 “내안에 있는 神이 당신에게 임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한다.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란 잠깐의 만남으로 오랜 기억이 남겨지는 법이고, 고마운 인연들로 뇌리에 영원히 인식되기 마련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잊고 있더라도 추억의 장소로 돌아가면 생명력을 발휘하는 인연이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 아닐까.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으로 히말라야의 장엄한 모습에 승객들의 시선이 쏠린다. 구름 위로 태양을 향해 쳐든 창검처럼 솟아 있는 빙설로 덮인 설산의 고봉들이 햇빛을 퉁겨내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모습에 넋이 나갈 정도로 황홀경에 빠진다.


저녁으로 제공된 기내식(닭고기 덮밥)을 먹고 나자 긴장됐던 몸과 마음이 대책 없이 풀어진다. 노곤한 기운에 눈이 감기고 기분 좋은 졸음이 쏟아진다. 곧바로 잠에 취한다. 고도 11000km, 비행속도 시속 1000km 비행시간 5시간 20분. 한국시간으로 자정이 되어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면서 네팔 여행은 끝이 난다.

 

이제 다시 활력을 얻어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난 머지않아 또 다시 일탈을 꿈꿀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 선택이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미지의 세계를 선택하고 싶다"던  어느 여행가의 말처럼 나는 또 미지의 세계를 선택할 것이다.


벌써 네팔이 그리워진다. 나는 다시 떠날 계획을 세운다. 히말라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