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소소한 일상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오늘

대전황태자 2025. 4. 25. 14:33

2025. 4. 25(금)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침 풍경이 유난히 따뜻하고 아름답다. 빽빽한 빌딩 숲 너머로 해가 떠오르며 하늘을 물들인다. 매일 보던 모습인데,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곧 이곳을 떠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일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그 길에, 이제 정말 발을 디딜 순간이 다가왔다. 무게를 줄여야 해서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며 배낭을 정리하고, 준비물도 하나하나 점검을 마쳤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마음은 자꾸 잔잔한 물결처럼 출렁인다. 낯선 길에 대한 설렘과, 익숙한 것들과의 잠시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점심 무렵, 제과점 ‘신라방’에서 영양곡물빵을 하나 사고, 단골 카페인 ‘메가커피’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바삭한 빵을 한입 베어 물고, 쌉싸름한 커피를 마시며 테이블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 것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익숙한 도시, 소소한 일상, 그리고 커피 향기까지. 어쩌면 여행이란 돌아왔을 때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떠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이 고요함 덕분에 한 걸음을 더 용기 내어 디딜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