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합천벚꽃마라톤(2025-03-30) 하프코스 156
2025. 3. 30(일)
제 2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참가했다.
아침 공기가 조금은 차가웠지만, 마라톤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길가에는 화사한 벚꽃이 우리를 응원하는 듯하다.
대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최근 발생한 산불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든 참가자가 묵념을 올린다. 축포, 축하공연, 페이스페인팅 등 예정된 부대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등 축제 분위기 대신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대회를 순수 체육행사로 간소화해 진행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출발 전,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각자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함께 걸어온 동갑내기 친구들과 이제는 실제 마라톤에서도 함께 달린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클럽 조끼를 입고 포즈를 취하며,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왔는지 새삼 되새긴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다. 인생도 마라톤과 같다고들 한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꾸준한 연습과 인내가 필요하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무엇보다 함께 달릴 동반자가 있다면 더욱 즐겁다는 점에서.
9시 30분, 풀코스 주자가 출발하고, 10분 후 하프코스 출발 신호가 울린다.
젊은 세대들의 마라톤 참가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주자들로 꽉 찬 주로가 장관이다. 이번 대회에 약 1만2천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5분 30초 페이스를 유지하며 2시간 페메를 약간 앞서 달리기 시작한다. 합천의 자연 속을 달리는 이 코스는 무척 아름답다. 공식적으로 나의 첫 풀코스 완주의 좋은 추억이 있는 코스다.
황강변을 따라 벚꽃이 화사하게 핀 백리벚꽃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힘든 구간에서도 호흡이 편안하다. 마라톤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잊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골인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와 화사한 벚꽃길 그리고 큰 언덕이 없는 주로 덕분에 2시간 안에 완주한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성취감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환복을 하고 차례로 골인하는 풀코스 주자들을 응원한다. 풀코스 마지막 완주자가 골인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마라톤은 단순히 기록을 내는 경기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자 함께 뛰는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드라마다.
또한, 마라톤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며, 함께하는 이들과의 소중한 순간을 되새길 기회다.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것이다.
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과 함께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뒤풀이를 하며 완주의 기쁨을 나눈다. 한껏 피로가 몰려왔지만, 그보다 더 큰 뿌듯함이 자리한다. 이번 대회는 기록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의 교감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