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52. 마야계곡-구곡능선

대전황태자 2010. 5. 31. 12:12

 산행일시 : 2010년 5월 30일(일)

 산행코스 : 순두류-마야계곡-용추폭포-마야탕-중봉골-중봉-써래봉-황금능선-늦은목이-자연학습원-순두류


지난 주 칠선계곡에 이어 이번 주도 그리운 지리 품에 들기 위해 집을 나선다. 휴게소에서 정차한다. 아침식사로 순두부와 찰밥이 제공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나들목을 빠져 나와 20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계속 달려 시천면 소재지인 덕산리를 지나 중산리에 도착한다.


중산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하차하여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자연학습원 입구까지 이동한다. 정해진 요금은 없고 보통 천원을 보시한다.

 

 

산행은 법계사입구에서 시작한다. 10여분 진행하면 출렁다리가 나오고 5분 정도 더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마야계곡으로 들어서는 샛길이 뚜렷하다.

 

 

 

순두류아지트 안내판이 서 있는 계곡 곁 너럭바위가 신선너덜이다. 신선너덜은 그 옛날 마고할미가 장독간에 모래를 깔고 싶어 치마에다 모래를 싸가지고 가던 중 구멍 뚫린 치마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렸는데 이 모래가 커져서 바위덩어리로 돼 신선들이 노닐었다 해서 신선너덜이 됐다는 전설이다.


계곡을 건너 20m 진행하면 순두류 아지트가 있다. 순두류 아지트는 남부군의 본부였던 법계사를 방위하는 전위초소였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들지 않지만 좁은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면 꽤 넓은 공간이다. 이곳은 거대한 바위에 덮인 지형과 풍부한 물을 갖춘 요새로 한국전쟁 직후 빨치산토벌대에게 가장 큰 애로를 안겨준 장소다.

 

 

신선너덜부터 중봉골(용수골)인 셈이다. 흔히들 이 중봉골을 일러 "지리산 최후의 비경" "미답의 계곡" 등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가장 큰 계곡인 중봉골은 마야계곡이라고도 부르는데, 석가여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머물렀던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용추폭포가 아름다움과 거친 자연의 멋 그대로를 느끼게 한다. 5m가량의 높이와 깊은 소(沼) 이외에 별다른 특징은 없고 큰 바위틈 사이를 흐른다. 멋진 폭포 앞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마야폭포 아래쪽 용소(龍沼)- 마야부인 독탕(마야독녀탕)

 

마야계곡은 지리산의 정식등산로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록 인적은 끊겼어도 걸을만한 계곡길이 정상까지 이어지며 군데군데 산행리본도 아직 눈에 띈다.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지지 않고 희미한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나, 계곡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태고의 신비를 자랑하며 적막감마저 감도는 계곡은 지리 여느 계곡과 마찬가지로 풍족한 수량이 반석 사이를 헤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크고 작은 폭포와 용소 그리고 담들이 펼쳐지며 나그네들을 반긴다. 계곡을 건너다니며 때로는 계곡 곁으로 난 산길을 따라 진행한다.

 

 

계곡을 따라 줄곧 올라서기만 하는 가파른 오르막인데다 갈수록 경사도 심해진다. 정상의 턱밑 해발고도가 매우 높은 곳까지 크고 작은 소(沼)와 폭포가 자리잡고 있어 지리산의 깊고 깊은 속내에 신비감이 느껴진다.

 

 

 

흘러내려 오는 계곡 물을 그대로 퍼마시고 물통에도 가득 채운다.  


 

 

 

곳곳에 부러져 길을 막고 누운 고목이 진행을 방해한다. 고개를 숙이고 아래로 때론 위로 넘어 통과한다. 길은 희미해지는 듯하면 다시 또렷해지기를 되풀이 한다. 경사가 점점 급해지면서 주위의 경관은 신비롭고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한다.

 


 

 

 

4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매달아 놓은 표지기가 반갑다. 물 마른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왼쪽 길로 접어들어 힘겹게 천왕봉 동릉을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가는 듯한 황금능선의 모습과 그 끝에 한번 불끈 솟은 구곡산(961m)의 모습

 

계곡을 벗어나 중봉의 주능선에 도달하면 봉우리 아래에 진달래가 눈길을 끈다.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거리인 중봉 정상까지 가는 길에 등 뒤로 보이는 천왕봉이 위용을 자랑한다.


 

 

하산은 중봉에서 치밭목 방향을 잡아 내려가다 써레(써리)봉 남쪽 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중봉 정상에 올라서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의 모습이 더욱 웅장하다.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중봉(1,875m)은 숱한 지리산의 준봉들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천왕봉의 모습에 한껏 취한 뒤 써래봉으로 향한다. 진달래가 한창이다. 써리봉은 바위들 솟은 모양이 마치 '써레'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써레는 갈아놓은 논바닥의 흙덩이를 바수거나 바닥을 판판하게 할 때 사용하던 농기구이다. 써리봉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겹겹이 이어지며 펼쳐진 높은 산줄기들 사이로 흰 구름들이 떠다니고 멀리 함양 독바위가 조망된다.

 

 

@써레봉에서 바라본 천왕봉(왼쪽)과 중봉(오른쪽) 

 

써래봉에서 약 20분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출입통제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고, 치밭목대피소 1.0km 이정표도 함께 서 있다. 황금능선 초입이다. 1979년도 당시 세석산장 관리인으로 있던 <정원강>님께서 낫으로 길을 내며 개척한 산길로서, 산길을 다 만들고 나서 가을날 써레봉에서 구곡봉을 지나 덕산의 덕천강가로 이어진 능선을 바라보며 가을능선의 그 아름다움에 스스로 "황금능선"이라 일컫게 된 것이라 한다.

 

 

또한 덕산 뒷산인 구곡산까지 이어진다 해서 구곡능선으로도 불린다. 구곡산(九曲山, 961m)은 글자 그대로 아홉 굽이가 있다하여 구곡산이라 하며 황금능선의 들머리로서 능선에 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이 능선은 써레봉 - 중봉 - 천왕봉으로 이어지나 사실 이 구간은 주릉의 일부분이므로 동남부능선은 써레봉 - 국사봉 - 구곡산에 이르는 20여km로 국한되며 영호남 산악인들은 지리산의 종주 코스 중 주요한 코스로 꼽고 있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 본 천왕봉과 써레봉 모습

@바위전망대를 내려서면 만나는 밧줄구간 (2군데)

@붉지도 그렇다고 희지도 않은 은은한 색깔의 진달래

 

험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산죽이 터널처럼 열려있고 늦은목이에 닿는다. 그대로 직진하면 황금능선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중봉골로 이어진다.

 

@사람 키를 덮는 산죽 군락

@늦은목이 갈림길 이정표

@누군가 산죽을 정리해서 진행하기 한결 수월한 등로

 

 

늦은목이 고갯길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서서 30여분 신나게 내려오면 마야계곡 건너기 전에 지리산 산신제단을 만난다. "영신을 안치한 제단영역으로 국태민안을 위한 평화제를 모시는 곳이니 경건한 마음으로 항상 청결함을 유지해 달라"는 산청군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지리산신제단-산청군에서 매년 평화제를 올리는 곳

 

 

 

▽경상남도 자연학습원 현대화 사업

 

 

 

▽자연학습원 체험시설

 

 

어딘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그곳을 아는 자만의 아름다운 특권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그곳을 추억한다. 세상의 무게에 짓눌린 채 변해 가는 오염된 마음을 정화하고 추스를 수 있는 지리산. 그래서 나는 그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