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촨성 여행이야기(1)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다.
때론 일상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여행의 길마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여행 중일 때, 나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프롤로그...
2009년 8월 1일(토)부터 8월 9일(일)까지 8박 9일 일정으로 중국 스촨성(사천성) 따구냥산(사고냥산) 트레킹과 황룡 - 구채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글은 여행의 감동과 기억이 마르기 전에 소중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하여 여행 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메모와 사진을 참고하여 기억을 더듬어가며,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일기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자료는 가이드의 설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었습니다. 혹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꼬리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행 : 대전 외인구단(닐리리야, 송알이, 솔글이, 김현숙, 윤효숙, 용아, 삼식이, 유비) 외 서울의 미투리산악회원 23명
2009년 8월 1일(토)
대전-인천-북경-성도-캉딩
삶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특권이라면 여행은 떠나는 자들의 특권이다.
새벽 3시 30분.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어젯밤까지 싸고 풀고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꾸렸던 카고백과 등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대전 청사앞 인천공항행 버스 타는 곳까지 아내의 배웅을 받는다. 가족의 응원을 안고 떠나는 여행은 맘도 편하고 돌아올 곳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좋다.
4시 15분. 동행하는 산우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인천공항행 우등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대전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보통 3시간이 소요된다.
7시경 인천공항 H운터 앞에서 이번 여행의 인솔자인 최대장님과 작년 여름 대만 옥산을 함께 등정한 민들네님 부부 그리고 서울 현숙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휴식을 취한 후 출국수속을 한다. 입출국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아 많이 간편해졌지만 미국의 9.11테러 이후 짐을 부치는 일이 매우 까다롭다.
부치는 가방 안에는 절대로 GAS 또는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을 넣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기내로 들고 가는 휴대품 가방 안에도 칼이나 손톱깎이 종류, 인화성 물질, 무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은 넣지 않아야한다. 간혹 등산용 맥가이버칼 및 스틱을 휴대 배낭에 넣고 기내로 갖고 가려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음료수나 캔 커피 등 액체는 검색대를 통과할 수 없다.
도착지에서 짐을 찾을 때 확인하므로 짐을 부칠 때 주는 텍을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고 CA(중국국제항공기 AIR CHINA)에 탑승한다.
9시 30분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인천에서 북경까지는 1100km 약 1시간 반 정도 비행한다. 간단한 기내식으로 햄버거와 음료수가 제공되고 10시 50분(북경시간 9시 50분 : 중국과의 시차 -1시간) 북경수도국제공항에 착륙한다.
중국 스촨성의 성도까지 일주일에 서너 차례 아시아나항공의 직항편이 있지만 휴가기간에 맞추다보니 북경에서 환승하는 중국국적 항공기를 이용한 것이다.
짐을 찾아 국내선 환승 수속을 마치고 공항내 일본라면 전문점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일본여행에서 먹던 그 맛이다.
성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북경에서 성도까지 비행시간은 약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한국에서 북경까지 국제선보다 북경에서 성도까지 중국 국내선이 2배정도 걸린다. 그 만큼 중국은 땅이 넓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13억의 인구. 남한의 96배, 세계 육지 면적의 6.7%나 되는 거대한 땅덩어리. 동쪽 끝 상하이에서 서쪽에 있는 우루무치까지 기차로 여행한다면 5일 동안 쉬지 않고 기차를 타야 하는 거대한 대륙이다.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까지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약 4시간쯤 소요되지만 시간은 중국표준시간 적용으로 우리와 -1시간 시차가 난다.
기내식으로 고기덮밥이 제공된다. 지루해질 즈음 비행기는 중국내 5번째 큰 규모를 자랑하는 청두 쌍유(雙柳) 국제공항에 무사히 안착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출구로 이동한다. 국내선이 아닌 국제선 출구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타는 바람에 물어물어 국내선 출구로 이동하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검색 견(犬)까지 동원하여 마른 오징어채, 육포 등을 반입금지 물품이라며 압수한다. 다행히 개가 냄새를 맡기 전에 짐을 찾은 사람들은 운 좋게도 압수를 피할 수 있었다.
현지가이드와 미팅 후 카고백은 따로 소형 짐차에 싣고 전용버스에 오른다.
중국 서북 내륙지역에 위치한 쓰촨성(四川省)은 청두를 중심으로 주변에 총라이 산맥 등 대부분 높은 산으로 형성된 분지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이점을 이용해 유비는 이곳을 수도로 삼아 훗날 촉나라 부흥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던 곳이다.
성도에서 쓰구냥 산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은 도강언을 지나 해발 4,500m의 파랑산 고개를 가로질러 일륭으로 들어가는 길로 약 280km, 시간은 7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이 길이 폭우로 훼손되어 보수 공사 중이고, 성도-러산 고속도로로 이동하여 빠오슝(寶興)을 통하는 길도 며칠 전 폭우로 침수되어 길이 끊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동코스를 변경하여 동티벳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몸은 피곤하겠지만 추가 요금 없이 동티벳 오지여행을 할 수 있으니 큰 행운이다. 동티베트의 행정중심인 캉딩(康定)까지 약 7시간 이동한다.
현지가이드는 천서여행사의 김경춘씨로 연변출신의 조선족 3세이며 29살 총각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전산악연맹의 야오메이봉 등정 가이드였다니 왠지 더욱 반갑다. 사천성과 성도에 대해 막힘없는 설명이 줄줄 이어진다. 중국 지도를 보면 닭의 모양이다. 옛날 촉나라였던 사천은 닭의 위 부분에 해당한다.
’천리옥야, 땅에서는 양식이 많이 생산되어 백성들의 생활이 충족하다’ 2000여 년 전의 한나라 역사학자 리유샹(刘祥)은 ‘전국책’(战国策, 역사자료)에서 오늘의 사천성(四川省)을 이처럼 형용한 바 있으며 사천을 ‘천부지국’(天府之国)이라고 평하였다.
사천성은 인구가 8,600만 명으로 하남성과 산동성을 바짝 뒤쫓는 중국 3위를 차지하며, 성도(省都)인 청두(成都)는 중국에서 8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1100만 명이다. 2500년 전 1년 만에 고을이 형성되고 3년 만에 촉나라의 수도가 되어 성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국에서 네 번째로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사천성>
중국에는 모두 4개의 직할시와 23개의 성(省)이 있으며, 중국 남서부 양쯔강[揚子江] 상류에 있는 쓰촨(四川)은 중국 땅의 중앙부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양쯔강으로 알려진 장강을 비롯하여 민강(岷江)·퉈장강·자링강(嘉陵江) 등 4개의 강이 성내를 흐르기 때문에 ‘四川’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위도상으로는 북위 30도 지역에 위치하여 따뜻한 기온이며 겨울에도 최저 2~3도 정도로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2모작이 가능하여 농산물이 풍부하고, 집집마다 별도로 난방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성도는 당현종이 안록산의 난을 피해 피난을 온 곳으로 삼국지로 유명한 유비가 촉한을 세웠고 그 궁전이 있던 자리가 바로 成都의 중심부인 '天府 광장'이다.
한족(漢族) 이외에 이족(彛族)·장족(藏族)·먀오족(苗族)·후이족(回族)·창족(羌族) 등 여러 종족이 살고 있다. 사육되는 돼지·소의 숫자도 전국 제1위를 차지하고 서부고원의 광활한 초원에서는 야크(털소 牦牛)·염소·면양이 사육된다.
사천성은 대략 해발고도 500m 안팎의 분지지형으로 구름이 많고 비가 많아서 (년중 280일) '사천의 개는 해를 보면 (낯설어서) 짖는다'는 속담이 있기도 하다.
조로서도(鳥路鼠道). 새와 쥐만이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란 이름으로 불린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교역로다.
마방들이 차(茶)를 싣고 걸었던 차마고도의 길은 여러 갈래가 있었으나,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길은 크게 두 갈래의 길로, 하나는 중국 남부의 운남성 남쪽지방인 푸얼(보이)에서 출발하여 매리설산을 넘어 티베트 라싸까지 가는 민간무역로인 천장북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라가 관장했던 무역로인데 이곳 쓰촨성 야안에서 시작해서 티베트 라싸로 가는 길이다. 이 구간을 천장남로 차마고도라고 하는데, 이 길은 다시 서쪽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까지 이어지며 길이가 5천km라고 한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길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간식으로 먹을 자두와 배를 1kg을 10위엔(약 2천원)주고 산다. 배는 그저 그렇지만 자두가 맛있다.
318국도로 들어선다. 상하이부터 시작된 이 도로는 길이가 장장 2400km이며 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약 3000여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어 공포의 도로라고 부른단다. 도로 보수 공사로 정체된다. 길 옆 장강지류인 대도하(大度河)에는 며칠 전 쏟아진 폭우로 누런 흙탕물이 무섭게 흘러간다.
전천(全天)의 이랑산빈관(二郞山賓館)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매콤한 맛이 특징인 사천요리가 11가지 나온다. 광동요리, 북경요리, 상해요리와 더불어 사천요리는 중국 4대 요리에 속하는데, 기름지지 않고 매운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은 흐리고 습기가 많은 관계로 몸의 습한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마늘, 파, 고추 등 향신료를 많이 쓴 매운 요리가 발달하였다. 내륙 지역에 위치해 있으므로 식품 저장법이 잘 연구되어 자차이(搾菜) 등 소금절임 식품이 발달하였다. 그 밖에 매서운 고춧가루와 두부로 만든 마포더우푸(麻婆豆腐), 양고기 요리인 양러우궈즈(羊肉鍋子), 새우 고추장 볶음인 간사오밍샤(干燒明蝦) 등이 유명하다. 이곳 주민들은 진주미는 소화가 안 되어 잘 안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쓰촨의 참 맛은 음식이 아닌 눈부신 풍광에 있다. ‘천하산수승재촉(天下山水勝在蜀. 蜀은 쓰촨의 옛 명칭)’이란 말이 있듯 대자연의 신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보인 팬더곰의 85% 정도가 여기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듯하다.
저녁식사가 끝나는 오후 8시가 되자 어둠이 내려앉는다. 목적지인 캉딩까지 거리는 160km 약 4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부슬비가 내린다. 도로는 설악산 한계령을 내려가는 길을 연상시킨다. 크게 돌아 경사는 덜 심하지만 계곡의 높이는 훨씬 높다.
밤 11시. 노정교(盧定橋) 다리에서 버스가 고장이 났다. 다행히 기사가 수리했지만 30분이 지체된다. 시계 바늘은 어느덧 자정을 넘어선다. 밤 0시 30분이 되어서 캉딩의 숙소에 도착한다. 스촨성은 남한 면적의 약 5배이며 절반 이상은 장족자치주 즉 티베트인이 사는 곳이다. 캉딩은 동티베트의 관문으로 해발 2560m 고원의 도시다.
용아와 함께 방을 배정받고 양치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자마자 금방 곯아떨어진다.